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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WBC] 프로파와 오뒤벌…카리브해 작은 섬 출신들이 이끄는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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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라소 섬 출신 첫 메이저리거' 뮬렌 감독이 구심점

뉴스1

2017 WBC 1라운드 A조 경기에서 한국을 5-0으로 완파한 네덜란드./뉴스1 DB © News1 이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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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맹선호 기자 = 네덜란드의 스포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야구가 아니었다. 박지성과 거스 히딩크 감독의 PSV 아인트호벤으로 대표되는 축구와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의 스피드스케이팅이 더 먼저 머리에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주는 달랐다. 네덜란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은 지난 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 1라운드 A조 경기에서 한국을 5-0으로 완파했다. 한국은 이 패배로 대회 2연속 1라운드 탈락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을 상대로 네덜란드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네덜란드 투수진은 한국 타자들에게 3루 베이스조차 허용하지 않았고 야수들은 홈런 2개를 터트리며 한국 투수를 괴롭혔다.

축구나 스피드스케이팅, 하키 등 유명한 다른 종목에 가려져 있었던 뛰어난 야구선수들은 과연 어디서 나왔을까.

네덜란드 야구의 원천은 작은 섬이다. 중남미에 위치한 카리브해에 있는 네덜란드령 섬인 퀴라소와 아루바. 네덜란드 대표팀을 구성한 수많은 선수들이 이 작은 섬 출신이다.

1회 우규민을 상대로 투런포를 터뜨린 주릭슨 프로파(텍사스 레인저스)와 메이저리그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를 비롯해 조나단 스쿱(볼티모어 오리올스),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 스왈로스)은 모두 퀴라소 출신이다. 지명투수 명단에 포함돼 1라운드엔 출전하지 못한 메이저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 켄리 잰슨(LA 다저스)도 이들과 동향 친구다.

메이저리그 유격수 부문 실버 슬러거 수상자 잰더 보가츠(보스턴 레드삭스)와 원종현에게 투런포를 뽑아낸 랜돌프 오뒤벌(도어 넵튠스)는 아루바 출신이다.

뉴욕 양키스의 주전 유격수 디디 그레고리우스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났지만 퀴라소에서 자랐다. 그는 한국과의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도 "포지션 경쟁은 치열하지만 팀이란 원래 이렇다. 서로 돕는 것"이라며 끈끈함을 과시했다.

시몬스도 "함께 자라온 선수들과 뛸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의미가 생기는 것 같다"고 단단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이들의 구심점은 단연 헨슬리 뮬렌 네덜란드 감독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뮬렌 감독은 '퀴라소 야구의 대부'다. 그가 네덜란드 대표팀 선수들의 선생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그의 역할을 강조했다.

뮬렌 감독은 퀴라소 출신 첫 메이저리거로, 1989년~1993년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총 7시즌을 소화하며 182경기 출장, 타율 0.220 15홈런 53타점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성적을 남기진 못했지만 퀴라소 출신 선수들의 미국행 물꼬를 튼 선구자라 할 수 있다.

뮬렌 감독은 현재 네덜란드령 섬 출신 선수와 릭 밴덴헐크 같은 본토 출신 선수들로 구성된 팀을 이끌어내며 좋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네덜란드는 감독과 선수들이 하나로 단합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그레고리우스는 "국가대표는 처음이다. 젊은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WBC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좋은 흐름 속에서 네덜란드는 지난 2013 WBC 4강보다 높은 순위를 노리고 있다. 고향 친구들과 함께 경기에 나선 메이저리거 선수들은 네덜란드 팀원 전체와 함께 파이널 라운드가 펼쳐지는 미국으로 함께 이동하길 바랄 것이다.
ma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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