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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WBC] '국민 감독'의 한숨과 자책 "다 감독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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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한국과 네덜란드의 경기에서 한국 8회초 공격 때 한국 김인식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17.3.7/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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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밥맛도 없어."

김인식(70) 감독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안방에서 열리는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이 눈앞에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7일 네덜란드와의 대회 2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0-5로 패했다. 6일 이스라엘전 1-2 패배에 이은 2연패.

2006년 제1회 WBC 4강,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 2015년 초대 프리미어12 우승에 빛나는 '국민감독'에게 이번 대회만큼은 쉽지가 않았다. 스스로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국가대표팀 지휘봉이었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모양이었다.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 김 감독은 어두운 표정으로 덕아웃에 앉았다. 취재진은 조심스럽게 김 감독에게 질문을 던졌다. 김 감독은 성실하게 답변을 하면서도 스스로를 탓했다.

김 감독은 "오늘 오전에 선수단 미팅을 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며 "신인급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보고 느껴 4년 뒤 주축이 되길 바란다. 선배들도 소속팀으로 돌아가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국내 야구 인프라의 부족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한국은 그동안 비교적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탈락이 가까워지면서 급팽창한 KBO리그에 대한 거품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감독은 "김태균이 새벽에 감기 몸살로 병원에 갔다. 그래서 오늘 훈련에 못 왔다"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선수들은 잘못이 없다.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고 자책했다.

그동안 김 감독에게는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아 있는 경기가 있다. 2009년 WBC 일본과 결승전에서 연장 끝에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던 그 경기. 여기에 김 감독에게는 또 하나의 지울 수 없는 기억이 더해졌다.

김 감독은 "이제 (대표팀 감독)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해서 너무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2회 대회 결승에서 이치로에게 맞고 졌던 것이 두고두고 생각났는데 하나 또 생겼다. 이스라엘전에서 1점을 못 낸 것이 계속 생각날 것 같다"고 이스라엘전 패배를 아쉬워했다.

한국은 이스라엘과 연장 10회 승부를 벌였지만 1-2로 패했다. 연장 돌입 전까지 몇 차례 찬스가 있었지만 점수를 내지 못한 것이 김 감독의 가슴에 응어리졌다. 그러나 김 감독은 결국 "감독 책임"이라고 재차 스스로에게 책임을 물었다.

이스라엘전에서 오승환을 더 길게 끌고 가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오승환은 1-1 동점이던 8회초 2사 만루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불을 끄는 등 1⅓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오승환에 이어 10회초 등판한 임창용이 통한의 결승점을 빼앗기고 말았다.

김 감독은 "(오승환을 10회에도 등판시키는 것을) 생각은 했다"며 "그런데 그건 예의가 아니지. 원래 1이닝만 던지게 했어야 하는데, 위기 상황에서 나왔고 1이닝도 넘게 던졌다"고 말했다. 오승환에게 더 이상 부담을 줄 수 없었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우리나라도 리틀야구 위 중학교 2학년 정도 선수들이 뛸 수 있는 클럽팀이 많아야 한다"며 "학교에 야구부가 없더라도 클럽팀에서 야구를 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한국 야구의 인프라를 걱정했다.
docto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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