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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하늘인 줄 알고 가다 ‘쿵’…새들 잡는 유리 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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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 미네소타 구장 ‘착시 효과’

문 연 지 8개월 수십마리 죽어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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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를 유리로 뒤덮은 스포츠경기장이 ‘죽음의 덫’으로 변했다. 미국프로풋볼(NFL) 미네소타 바이킹스 홈구장인 US 뱅크 스타디움(사진)이 그렇다.

1일 영국 가디언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이 경기장은 지난해 6월 개장했다. 깨끗하고 투명한 외부 유리는 경기장 전경을 멋지게 만들었고 태양광을 이용해 내부 온도를 올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들여 완공한 경기장이 최근 새들이 충돌사하는 장소가 됐다.

조류보호단체들은 최근 11주 동안 이 근처를 순찰했다. 그 기간 중 죽은 새 60마리를 발견했고 그와 별도로 14마리가 유리에 충돌해 죽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네소타 지역 언론 시티페이지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새들이 20만평방피트(약 1만8580㎡) 넓이의 유리에 처박혀 죽고 있다”고 전했다. 조류보호단체는 시티페이지를 통해 “구단 직원, 경기장 관리인이 치우는 죽은 새들까지 포함하면 충돌사하는 조류 수는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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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보호단체들은 이미 경기장 공사 중이었던 2014년 이 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경기장을 소유하고 있는 미네소타스포츠시설관리국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자원봉사자 짐 샤프스틴은 “하늘과 나무들이 유리에 그대로 반사되면 새들은 실제로 착각한다”며 “유리에 비친 나무에 앉으려고 고공낙하하다가 충돌해 죽게 된다”고 말했다.

과거 비슷한 경우를 해결한 사례가 있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자비츠 컨벤션센터는 많은 새들이 건물 외관을 둘러싼 유리에 충돌해 죽자 리모델링을 단행했다. 무늬가 있는 패널을 유리 벽에 붙이고 옥상에 푸른색 지붕을 얹는데 5년 동안 5억달러가 소요됐다. 이후 새들의 충돌사가 90% 줄었고 에너지사용량도 26% 감소했다. 샤프스틴은 “US 뱅크 스타디움도 덜 반사되는 유리로 바꾸든가, 새들이 구분할 수 있도록 코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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