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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귀화 선택한 바이애슬론 '여전사', 오직 올림픽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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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출신 프롤리나·에바쿠모바 귀화 이후 국제대회 호성적

"문화가 크게 다른 한국, 적응 힘들지만 노력하는 중"

연합뉴스

러시아 귀화 바이애슬론 선수
(평창=연합뉴스) 러시아 출신 바이애슬론 귀화 선수 안나 프롤리나(오른쪽)와 에카테리나 에바쿠모바가 1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17.3.1



(평창=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한국 바이애슬론 대표팀에 '푸른 눈의 태극 낭자'가 들어온 지도 이제 1년이 다 됐다.

'바이애슬론 1호 귀화' 안나 프롤리나(33)는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기대에 보답하고 있으며, 지난 1월에는 에카테리나 에바쿠모바(27)까지 귀화해 이제 한국 바이애슬론 대표팀에는 러시아 출신 여자 선수가 두 명이다.

여기에 남자 선수로 귀화한 티모페이 랍신(29)과 알렉산드르 스타로두벳츠(24), 4명의 코치까지 더하면 한국 바이애슬론 대표팀에는 러시아 출신이 8명이나 된다.

2016-2017 IBU 바이애슬론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둔 1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의 선수단 숙소에서 만난 프롤리나는 옆에 앉은 또 다른 귀화 선수 에바쿠모바를 바라보며 "원래 혼자 모든 걸 하는 스타일이다. (에바쿠모바가) 한국에 왔지만, 크게 달라질 건 없다. 비슷하게 지낸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009년 평창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러시아 여자 계주팀의 2번째 주자로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던 프롤리나는 지난해 3월 한국인이 됐다.

성이 앞으로 나온 '프로리나안나'라고 적힌 주민등록증도 받았고, 벌써 한국인으로 지낸 시간만 1년이다.

하지만 프롤리나는 "말도 안 통하고, 러시아와 문화가 너무 달라서 처음에는 힘들었다"면서 "귀화한 지는 1년이 됐지만, 외국에서 주로 머물러 한국에서 보낼 시간이 적었다. 한국 선수와도 문화적으로 많이 다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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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리나의 경기 모습. [AP=연합뉴스]



올해 1월 특별귀화를 통과한 에바쿠모바 역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에바쿠모바는 2014년 동계유니버시아드 개인경기 은메달과 2015년 하계 세계선수권대회 혼성계주 금메달이라는 경력을 가졌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와서 성향이 (러시아와) 정반대라 너무 힘들었다. 한국 대표팀 선수 모두 친절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아쉽다"고 거들었다.

이들이 말도 잘 안 통하고, 문화마저 다른 이곳에 오게 된 이유는 오직 올림픽 무대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국기를 달고 4위로 아쉽게 메달을 놓쳤던 프롤리나는 "결혼 후 출산하면서 대표팀 복귀가 힘들어졌다. 올림픽에 나서고 싶다는 마음에 한국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바쿠모바 역시 "러시아에서는 대표선수가 되기 힘들었다. 그때 한국에서 기회를 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래서 주저 없이 한국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들은 한국에 조금씩 적응해가며 바이애슬론 발전에 밑거름되고자 한다.

프롤리나는 "한국은 너무 깨끗해서 놀랐다. 서울에서도 탄 지하철이 너무 깨끗하고 편리했다. 한국의 명절 역시 러시아와는 많이 다르고 재미있었다"고 말했고, 이제 한국에서 지낸 지 며칠 되지 않은 에바쿠모바도 "한국 사람은 친절하다. 마음을 열고 지내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음식도 맛있다"고 미소 지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을 결합한 바이애슬론은 유럽과 러시아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종목이지만, 한국은 불모지나 다름없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바이애슬론에 걸린 금메달만 11개인데, 한국인 선수만으로는 남녀 각각 1명씩밖에 출전하지 못할 처지였다.

연맹은 한 명이라도 더 올림픽을 경험하게 하려고 귀화 선수를 앞세워 국가순위를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고, 프롤리나와 에바쿠모바 모두 이 과정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들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여자 부문 국가순위 상승에 큰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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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쿠모바가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를 치르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롤리나는 지난해 하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국제대회 개인전에서 시상대에 섰고, 에바쿠모바는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 5위로 동계 세계선수권대회 한국인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이들의 활약 속에 한국은 총점 2천216점으로 국가순위 21위에 올라 20위 슬로베니아(2천262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국가순위 22위 이상은 올림픽 출전권이 2장, 20위 이상은 4장씩 나온다.

현재 성적만 놓고 본다면, 프롤리나와 에바쿠모바의 내년 동계올림픽 출전은 안정권이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모국을 떠난 만큼 이들의 각오 또한 대단하다.

프롤리나는 "올림픽과 같은 큰 축제를 다 같이 즐기는 게 첫째지만, 당연히 최고의 성적을 내야 한다"고 말했고, 에바쿠모바는 "올림픽 금메달이 내 꿈이다. 그거를 위해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이번 대회 첫날인 2일 여자 스프린트에서 한국인 월드컵 첫 메달에 도전한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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