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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한용섭의 FL 트윗] 박병호의 '진심', 95마일 공략과 홈런 2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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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마일과 2S', 박병호는 약점을 지워간다

[OSEN=포트 마이어스(미 플로리다주) 한용섭 기자] 95마일(152km). 지난해 박병호(31)가 무척 고전한 숫자다. 2스트라이크. 박병호 뿐만 아니라 어느 타자라도 2스트라이크 이후는 편하지 않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박병호가 자신을 괴롭힌 95마일과 2스트라이크에 대한 약점을 지워가고 있다. 스프링캠프 초반 몇 경기를 놓고 단정짓기는 이르지만, 지난 겨울 땀 흘린 노력들이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어 긍정적이다.

95마일은 박병호에게 불어 있는 대표적인 꼬리표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95마일 이상의 빠른 공에 유난히 약했다. 95마일 이상의 공을 때려서 결과가 나온 것은 20타수 1안타, 타율 0.050이었다. (그 1안타는 비록 홈런이었지만)

시범경기 초반 박병호는 2개의 홈런 포함 4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첫 2개의 안타(단타, 2루타)는 나란히 93마일(149km)의 공을 때려낸 결과다.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시범경기 첫 경기부터 빠른 직구에 좋은 타구를 만들어냈다. 그만큼 빠른 공에 준비를 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28일 마이애미전에서는 상대 선발 호세 우리나의 96마일(154km) 패스트볼을 걷어올려 좌월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시범경기 2호포. 무엇보다 96마일이라는 구속을 때려낸 결과가 고무적이다. 앞서 말했지만 지난해 버전의 박병호가 좀처럼 보여주지 못한 장면이기에.

지난해 박병호가 95마일 이상의 공을 때린 것은 6월 18일이었다. 거의 3달을 빅리그 투수들의 강속구에 고전하다 뉴욕 양키스 피네다의 95.6마일 공을 때려서 홈런(12호, 자신의 지난해 마지막 홈런)을 만들었다. 올해는 시범경기부터 96마일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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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의 안타 4개 중 3개를 2스트라이크 이후에 나왔다. 특히 0볼-2스트라이크의 절대 불리한 카운트에서 장타 2개를 때려냈다.

96마일 공을 때린 2호 홈런, 25일 시범경기 개막전의 2루타가 모두 2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직구를 때려 만들었다. 26일 보스턴전에서 나온 1호 홈런은 2볼-2스트라이크, 역시 투수에게 유리한 카운트다.

누구나 2스트라이크 이후 타율이 낮겠지만, 박병호는 지난해 더욱 안 좋았다. 0볼-2스트라이크에서 0.133(45타수 6안타)에 그쳤다. 2스트라이크 이후 상황을 봐도 타율 0.130(131타수 17안타)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올해 시범경기에서 박병호는 타격이 움츠러들게 마련인 2스트라이크에서 오히려 정확한 컨택으로 장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해 박병호는 150km가 넘는 강속구에 컨택 능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노출했고, 타율이 1할대로 떨어지자 7월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이후 손등 부상으로 수술도 받았다. 시련을 겪은 그는 겨울 동안 자신의 약점 보완에 묵묵하게 땀흘렸다.

2월초 충격적인 40인 엔트리 제외, 지명 양도 조치를 통해 마이너리그로 신분이 바뀌었다. 급작스런 환경 변화였지만 박병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주위에서 우려하는 시선과는 달리 오히려 많은 것을 내려놓고 담담하다. 조급하지도 않고 부담에 억눌리지도 않는 모습이다.

왼쪽 다리로 타이밍을 잡는 동작을 간결하게 줄였다. 타격 준비 자세에서 히팅 포인트로 최대한 빨리 가기 위해서 상체 움직임도 줄였다. 모두 95마일 빠른 공을 공략하기 위한 대책이다. 짧고,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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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2방을 쳤지만, 박병호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그는 "빠른 공을 쳤지만, 앞으로 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과 상대해야 한다. 그런 공을 잘 치기 위해 연습해왔는데, 경기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2안타를 쳤을 때도, 첫 홈런을 쳤을 때도, 96마일 공을 펜스 너머로 넘겼을 때도, 박병호는 "이제 시작이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WBC 대회로 인해 올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일정은 한 달 이상으로 길다. 대부분 낮경기, 체력 안배도 해야 한다.

그의 25인 엔트리 재진입 여부는 3월말까지 가야 결정될 것이다. 여전히 미네소타의 지명타자 1옵션은 케니 바르가스다.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지난해 약했던 빠른 직구에 대한 좋은 결과물을 캠프 초반부터 보여주고 있다.

박병호의 이야기다. "(메이저리그에) 한국 선수들이 몇 명 없어서 누가 홈런을 치거나 삼진 2~3개를 당하면 모두 언론에 크게 보도된다. 그만큼 한국에서의 관심은 잘 알지만, 시범경기에서 한 경기 잘하고 못하고는 크게 의미 없다. 오늘 2안타 쳤다고 내일 또 친다는 거 아니고, 오늘 삼진 당했지만 내일 홈런 칠 수도 있다.(황재균의 첫 경기 2삼진 이야기를 듣고 한 말이었다. 그러고 황재균은 두 번째 경기에서 홈런을 쳤다) 일희일비하는 자극적인 보도는 선수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 선수들을 차분하게 지켜봐 달라."

/orange@osen.co.kr [사진] 포트 마이어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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