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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식당·주점엔 항상 모형음식… 일본어 몰라도 주문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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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 주는 교훈] [3·끝] 삿포로의 디테일한 관광 서비스

골목안 구멍가게까지 모형 갖춰… 평창엔 아직 이런 서비스 없어

日기자 "1년 후 평창 바뀔거죠?"

일본은 영어가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나라다.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을 개최한 삿포로의 시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뭔가를 영어로 물어보면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어로 답변이 돌아온다. 그런데 일본어라곤 "아리가토(고맙다는 의미)"밖에 모른다는 한 호주 기자가 이렇게 말했다. "삿포로에선 영어가 안 통하지만 먹고 노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사실 일본어 몰라도 손가락만 있으면 된다. 놀라운 일이다."

대부분의 삿포로 식당과 주점은 자기들이 파는 메뉴를 실제 같은 모형이나 그림으로 보여준다. 일본어를 읽지 못해도, 가게 내부에 들어가 보지 않아도, 이곳에서 뭘 팔고 있으며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내부 메뉴판에도 상세한 그림이 나와 있다. 손을 들어 종업원을 부르고 원하는 메뉴를 손으로 콕 집어주면 주문 완료다.

조선일보

삿포로에선 일본어를 못해도 먹는 문제로 고생할 일이 없다. 식당·주점 입구엔 이처럼 음식 모형과 그림이 한가득 붙어 있고, 메뉴판에는 모든 메뉴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삿포로 도심의 한 음식점 입구.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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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중심으로 한국에서도 일부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주점이 그림 메뉴판이나 모형을 전시하고 있다. 하지만 삿포로는 그 범위가 넓었다.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작은 골목에 있는 이른바 '구멍가게'까지 어딜 가든 그림 메뉴판과 모형이 전시돼 있었다. 삿포로에서 40년째 라면 가게를 운영하는 기무라 고타(68)씨는 "요즘에는 그림 밑에 영어, 한국어, 중국어 설명도 넣는 곳이 많다"며 "돈은 얼마 안 들지만, 외국인들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서비스의 승부는 디테일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말이었다. 삿포로는 수백억~수천억원의 예산을 쓰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인 비법을 쓰고 있는 셈이다.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지역에선 아직 이런 서비스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친절하지만, 식당 환경은 친절하지 않다"는 외국인들의 불평도 나온다. 강원도와 일부 지자체가 음식 설명이 담긴 영어 메뉴판을 만들어 보급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지난 15~16일 평창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열린 스키점프 월드컵 취재를 위해 평창을 찾았던 한 삿포로 지역 일본 기자의 말이다. "선택지가 많은 것도 아니었는데 어디서 뭘 먹어야 할지 너무 힘들었습니다. 한국 음식에 익숙한 우리(일본인)가 그랬으니, 유럽이나 미주 지역 관광객들은 더욱 어려울 거 같았어요. 올림픽 때 되면 바뀌는 거 맞죠?"

[삿포로=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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