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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듀 손연재 …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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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체조 요정 은퇴 결심, 내주 발표

그녀가 걸은 길,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

'최순실' 후 근거 없는 비난 시달려

죽기살기 준비한 리우가 결국 마지막

리듬체조의 손연재(23·연세대)가 은퇴를 결정했다. 꼬마 소녀로 처음 수구(手具)를 잡은 지 19년, 2016 리우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 6개월 만이다.

체육계 고위 관계자는 17일 "손연재가 은퇴 결심을 굳혔다. 오는 21일을 전후해서 공식 은퇴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21일은 2017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 신청 마감일이다. 국가대표 선발전 불참 이유를 밝히면서 은퇴를 알리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손연재는 올해 초부터 가족과 주변 관계자들과 논의해 은퇴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이제는 못 볼 그녀의 미소 - 리듬 체조 불모지의 선구자였던 ‘체조 요정’은 매트 위에서 항상 환한 웃음으로 팬들을 맞았다. 이젠 ‘선수’ 손연재의 미소는 더 볼 수 없게 됐다. 손연재가 지난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리듬체조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태극기를 들고 손을 흔드는 모습.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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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는 리듬체조 불모지인 한국의 '외로운 전사'였다. 지난 6년간 그가 한국에서 머물렀던 시간은 1년 정도였다. 가족, 친구와 떨어져 러시아에서 매일 8~9시간 매트에서 구르고 넘어졌다. 매년 재활이 끊이지 않았을 정도로 크고 작은 부상에도 시달렸다. 그동안 손연재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루에도 수십 번 그만두고 싶었다"고 했다.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선언한 리우 대회는 "죽기 살기로 준비했다"고 했다. 그간 주변에 "너무 힘들었다"는 심정을 종종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연재는 끝까지 올림픽 메달은 걸지 못했다. 런던올림픽은 5위, 리우올림픽은 4위였다. 하지만 손연재가 걸어온 길은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이기도 했다. 2010 세계선수권 32등에서 올림픽 4위까지, 요정은 천천히 성장했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월드컵 메달을 땄고, 아시안게임(2014 인천)에서 한국의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연재는 "조금 느려도 계속 노력했고, 계속 발전해왔다"고 했다.

손연재는 피겨의 김연아, 수영의 박태환과 함께 개척자로서 국민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 차은택이 주도한 '늘품 체조' 시연회에 참석한 것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11월 불똥을 맞았다. "체조 선수로 선의를 갖고 시연회에 나갔다"는 해명에도 '손연재가 특혜를 받았다'는 식의 근거 없는 비난이 계속됐다. 논란 이후 손연재가 페이스북을 통해 전한 근황은 시무룩한 표정의 사진 한 장이었다.

손연재는 리듬체조 지도자로 선수 이후의 삶을 살아갈 계획이다. 중국 국가대표팀에서 초빙 코치 제의가 왔으며, 현재 코치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연재는 리우올림픽이 끝난 뒤 울먹이면서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몇 시간 뒤, 손연재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그 어떤 금메달보다 행복했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을 다 보여줬단 생각에 눈물이 났어요. 이번 올림픽은 저 혼자만의 올림픽이 아니라 저와 함께해준 모든 분과의 올림픽이었던 것 같아요. 그 누구보다도 행복합니다."



[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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