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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현장메모] 인지→피드백→자율성…'부천 정갑석호'의 승격 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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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갑석(가운데) 부천FC 1995 감독이 경남 남해군 남해스포츠파크에서 진행중인 동계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다. 제공 | 부천FC 1995



[남해=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감독은 선수가 인지, 몰입하는 데까지만 코칭하는 겁니다. 나머지는 선수의 몫이죠.”

정갑석(48) 부천FC 1995 감독은 단 몇시간 사이 기자에게 자신의 축구 색깔을 말과 행동으로 보였다. 최근 동계전지훈련지인 남해 스포츠파크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그는 선수들의 미니게임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강조하는 ‘유연성 있는 축구’를 설명했다. 부천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40경기에서 33골만 내주며 최소실점 1위를 했다. 축구색깔도 확고했다. 후방에서 물샐 틈없는 방어로 상대 공격을 막은 뒤 전방 바그닝요, 루키안 등 외국인 공격수의 역습으로 승점을 따냈다. 짜여진 전술을 바탕으로 움직임 등 전반적인 조직력이 최고 수준이었다. 수석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한 정 감독은 구단 창단 10주년을 맞이하는 올시즌 축구 색깔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전임 감독 유산과 같은 수비 조직력은 최대한 유지하되 공격에선 카멜레온과 같은 다양한 색을 뽐내겠다는 것이다.

그 중심엔 정해진 틀에서 선수 스스로 사고하는 것이다. 지난해 수비 지역에 선수가 많이 내려오고 일정한 역습 루트를 시도했다면 새 시즌엔 지역개념을 도입한다. 부천은 올 겨울 정 감독 지휘아래 독특한 훈련으로 조직력을 다지고 있다. 타 팀이 오전에 체력훈련하고 오후에 전술과 미니게임으로 조직력을 다지는 것과 다르게 ‘원데이 원레슨(1 Day 1 Lesson)’이다. 크게 공격, 수비로 나뉜다, 예를 들어 하루는 공격에서 빌드업, 다음날은 역습 등 일정 공간에서 한가지씩 약속된 움직임과 동작을 익히는 것이다. 충주를 떠나 부천으로 이적한 공격수 김신은 “오늘 오전엔 페널티박스에서 슛 훈련만 했다. 처음엔 이렇게 (훈련)해도 되나 생각했는데 미니게임 때 선수들이 잘 인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정 감독은 “원데이 원레슨은 결국 한달이면 30가지를 배우는 것”이라며 “선수마다 따라오는 데 차이가 있지만 그냥 넘어가지 않고 최대한 맞추면서 목표 지점에 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가지 주제를 두고 훈련 목적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선수들과 피드백을 거친다. “목적을 얘기하는 건 플레이 방식 하나를 두고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피드백은 인지했느냐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면 실전 연습 경기 때 선수에게 편하게 지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말로 들었을 땐 고개를 갸웃거릴만 했다. 그러나 오후 미니게임을 보니 허언이 아니다. 소집된지 열흘이 갓 지났을 때였으나 한달 가까이 발을 맞춘 것처럼 특정 공간에서 선수간의 움직임과 속도가 일정했다. 감독이 “압박!”, “끝까지 가야지!”라는 말을 할 때 오차없이 선수들이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며 이해했다. 틀은 정해주지만 플레이는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 감독이 강조하는 역습, 빌드업 등을 잘 해냈을 때 연결 동작과 마무리는 선수들이 자가 판단으로 해결했다. 정 감독은 입을 닫았다. 최근 서울이랜드에 부임한 김병수 감독이 대학 시절 선수 한명 한명 연결동작 등 디테일을 강조해 조직력을 끌어올린 것과 대조된다. 플레이 개념은 통일하되 움직임과 바디 포지션 등은 선수가 판단해야 한다는 게 정 감독이다. 그는 “예를 들어 빌드업 목적은 패스를 기계처럼 연결해서 골을 넣는 게 아니라고 본다. ‘프리맨’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플레이를 하되 변화무쌍한 상황은 선수가 만드는 것이다. 선수의 위치나 이런 건 건드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해야 상대가 부천 축구 색깔은 알아도 전술 분석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지와 피드백, 자율성. 부천 정갑석호의 3대 키워드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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