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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천경자 ‘미인도’ 김재규 손에서 세상 빛 보기까지 ‘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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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검찰이 진품이라고 밝혀진 고(故) 천경자 화백의 작품 ‘미인도’는 과거 중앙정보부 직원이 故 김재규 전 부장의 처에게 선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검찰에 따르면 천 화백은 지난 1976년 12월 대구에서 열린 미술전에서 화랑을 운영하는 지인을 통해 당시 중앙정보부 대구분실장인 오 모씨를 소개받았다. 이듬해 오 씨가 천 화백에게 그림을 구매하고 싶다고 하자 천 화백은 미인도를 비롯해 그림 2점을 건넸다. 이후 오 씨의 처는 김 부장의 부인에게 미인도를 선물한 것으로 조사됐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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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부장이 미인도를 서울 성북구 보문동 자택에 걸어둔 시점은 1978년 9월이다.

이듬해 10월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뒤 당시 전두환 장군이 이끄는 계엄사령부에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고 그즈음 미인도를 계엄사령부 산하 기부재산처리위원회에 헌납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미인도’라는 이름은 헌납 뒤 국가 감정 과정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검찰은 국가기록원과 육군본부 등에서 당시 김 전 부장의 ‘증여재산목록’ 공문을 찾아 이를 확인했다. 증여재산목록에는 김 부장의 이름과 주소, ‘천경자 미인도’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찍혀있다.

1980년 김 부장의 손을 떠난 미인도는 수모를 겪었다.

계엄사령부는 그해 2월 미인도를 재무부에 처리하라고 맡겼고 재무부는 3∼5월 2개월간 영등포 대한통운 물류창고에 넣어두다 문화공보부에 인수를 요청했다. 문공부는 다시 이를 국립현대미술관에 떠밀었고, 당시 국립미술관 전문위원이던 오 모 씨가 창고 한켠에 있던 미인도를 진품으로 판단해 인수한 뒤 미술관 수장고에 입고시켰다. 이때가 1980년 5월이다.

미인도는 이때부터 10년간 국립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됐다가 1990년 4∼11월 ‘움직이는 미술관’ 사업의 하나로 전국에 순회 전시되며 다시 세상의 빛을 봤다.

당시 미술관 측은 미술 작품의 아트 포스터 약 900장을 제작, 판매했는데, 전시가 끝난 이듬해 4월 천 화백의 지인이 한 대중목욕탕에서 미인도가 그려진 아트 포스터를 본 천 화백은 포스터 속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25년간 이어진 미인도 위작 논란의 출발점이다. 천 화백은 당시 자신이 직접 그린 실물도 확인했지만 끝내 위작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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