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스타작가·인기작 독식…드라마 시장 ‘공룡’ 떴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CJ E&M ‘스튜디오 드래곤’

지상파·케이블 구분없이 맹활약

내달 ‘푸른바다’ ‘도깨비’도 준비 중

“드라마 시장 독식한다” 우려 속

“중국 자본 대응 위해 대형사 필요”

영화사 NEW도 제작사 세워

중앙일보

박지은 극본, 이민호·전지현 주연의 SBS ‘푸른 바다의 전설’. (11월부터 방송) [사진 문화창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달 시작하는 전지현·이민호 주연의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그 다음달 시작하는 공유·이동욱·김고은 주연의 tvN 드라마 ‘도깨비’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로 이름난 스타 작가의 신작이란 점이다. ‘푸른 바다…’의 박지은 작가, ‘도깨비’의 김은숙 작가는 각자 ‘별에서 온 그대’와 ‘태양의 후예’로 해외에서도 폭발적 반응을 얻은 이력의 소유자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두 편 모두 현대의 판타지 로맨스이자 전통설화와 맥이 닿는 이야기다. 도깨비가 신부감을 찾는다는 설정의 ‘도깨비’는 물론이고 ‘푸른 바다…’도 조선시대 문헌 『어우야담』에 나오는 인어 목격담을 모티브 삼았다. 제작은 각 작가와 긴밀한 관계인 제작사 문화창고, 화앤담픽쳐스가 각각 맡았다. 문화창고는 전지현 등의 소속사이기도 하다.

여기에 공통분모가 하나 더 있다. 두 편 모두 ‘스튜디오 드래곤’이 공동제작사로 참여한다. CJ E&M이 드라마사업부문을 분리해, 지난 5월 출범시킨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드라마 제작사다.
중앙일보

김은숙 극본, 공유·이동욱·김고은 주연의 tvN ‘도깨비’. (12월부터 방송) [사진 화앤담픽쳐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생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은 이미 계열사 유료채널과 지상파 3사를 두루 아우르며 맹활약중이다.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에 앞서 현재 방송중인 KBS2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 MBC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가 모두 이 제작사 드라마다. 여기에 CJ E&M이 tvN을 통해 방송한 전도연 주연의 ‘굿와이프’, 다음달부터 방송할 조진웅·서강준 주연의 ‘안투라지’, 내년 방송예정인 신민아·이제훈 주연의 ‘내일 그대와’ 등도 있다. 편수와 면면이 기존 제작사에서도 쉽게 보지 못한 규모다.
중앙일보

김하늘·이상윤 주연의 KBS2 ‘공항 가는 길’. [사진 스튜디오 드래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CJ E&M은 지난 연말 문화창고·화앤담픽쳐스의 지분을 30%씩 인수하며 드라마 제작의 핵심인력인 스타 작가 영입부터 차근히 준비해왔다. 현재 이 두 제작사 모두 스튜디오 드래곤이 100%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이를 위한 총 투자액은 65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등 사극으로 이름난 2인조 김영현·박상연 작가도 최근 한 식구가 됐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지난달 150억원을 들여 두 작가가 소속된 제작사 KPJ의 지분을 100% 인수했다. 이와 나란히 유상증자를 실시, 두 작가도 스튜디오 드래곤의 주주가 됐다. CJ E&M은 이밖에 JS픽쳐스의 지분 70%도 보유하고 있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최근 대표 주간사를 선정, 기업공개까지 준비 중이다.

이같은 대형제작사의 등장에 방송가는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다. 자칫 시장을 독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올 여름 KBS가 출범시킨 ‘몬스터 유니온’을 두고 외주제작 관련 단체들이 “공영방송의 의무를 방기하고 방송산업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반발한 것과 이어지는 맥락이다.
중앙일보

최지우 주연의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헌데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박상주 사무국장은 스튜디오 드래곤에 대해 “자체 채널을 갖고 있는 거대 제작사라는 점에서 굉장히 우려된다”면서도 “공영방송인 KBS와 달리 상업적인 민간기업이라 현실적 대응이 쉽지 않다.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즉각 반발보다는 유보적 입장이다. 방송사·제작사 간 불균형을 시정하는 지렛대 역할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배대식 사무국장은 “외주제작사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수익분배 등에서 불리한 지금의 불공정 관행과 불합리한 관계를 바로잡는데 스튜디오 드래곤과 CJ E&M이 제 역할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제작사 대형화의 긍정적 측면을 주목한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PD가 여럿 유출되고 배우들도 명성만 얻으면 중국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중국 자본과 대응하려면 대형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며 “군소 제작사들과의 경쟁에서는 표준계약서 등 최소한의 공정성이 확보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렬 성신여대 교수는 “한류 드라마로 다양한 기업들이 수혜를 입어도 그 수익이 드라마 제작산업에 투자되지 않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제작 자본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선순환구조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스튜디오 드래곤 출범 배경에 대해 CJ E&M 미디어콘텐츠부문 이덕재 대표는 “국내 플랫폼에 한정하지 않고 글로벌로 나가려는 것”이라며 “중국 자본이 몰려오고 해외제작사가 몸집을 불리는 지금 그같은 토대를 만들지 않으면 장차 힘들다”고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했다.

한편 ‘태양의 후예’를 만들었던 영화사 NEW도 드라마·영화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NEW’를 만들었다. ‘태양의 후예’는 영화 ‘변호인’ ‘부산행’ 등을 히트시킨 NEW의 첫번째 드라마였다. 지난달 출범한 ‘스튜디오&NEW’는 웹툰 원작의 ‘동네변호사 조들호2’를 비롯해 현재 세 편 가량의 드라마를 기획개발 중이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