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아이를 가졌을 때 꿈을 꿨다고 했다. 사람만큼 커다란 붕어가 도랑을 헤엄치고 있었다. 붕어를 따라가니 곧 넓은 바다가 나타났다. 바다를 만난 붕어는 금세 비단 잉어로 변했다. 어머니는 “그런데, 그 비단 잉어가 갑자기 뛰어 올라 재주를 넘더니 품에 안겼다. 그걸 보던 사람들이 막 박수를 쳐 주더라”고 했다. 아이는 자라서 정말로 재주를 넘는 소년이 됐다. 그 재주로, 세계를 제패하려 한다. 금을 만들어, 집을 짓는다. 양학선(20·한국체대)의 꿈이다.
전북 고창군 공음면 석교리. 20가구가 채 안되는 이들이 모여 산다. 마을 끝에 있는 양학선의 집은 비닐 하우스다. 허리조차 펴기 힘든 하우스 단칸방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산다. 벽에는 양학선의 사진과 메달이 매달려있다.
양학선의 아버지 양관권씨와 어머니 기숙향씨 |
어머니는 “학선이가 뜀틀에서 뛰어 오르면, 난, 그게 꼭 화려한 꽃이 하늘에서 날면서 샤라락 도는 것 같아. 얼마나 멋져”라고 했다. 어머니는 그때마다 웃었다. 주름이 펴졌다.
양학선이 살고 있는 비닐하우스. 양학선은 이번 올림픽 금메달로 번듯한 집을 올리겠다는 꿈을 이뤘다. |
아버지는 “학선이 재주를 볼 때마다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힘차게 달리고 발판을 구르고 뜀틀을 짚어 하늘을 날면, 아버지는 손으로 눈을 가렸다. 아버지의 마음이다. 제대로 땅에 내린 걸 확인하고서야 아버지는 눈을 떴고 웃을수 있었다.
아버지는 “지 혼자 컸다. 기특하다”고 했다. 팍팍한 삶은 여유를 없앴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가족여행을 떠나 본 적이 없다. 아버지는 학선이가 돌아오면 형과 함께 세 부자가 바닷가로 낚시를 하러 가고 싶다고 했다.
양학선이 각종 대회에서 받은 상패와 사진이 비닐하우스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
어머니 기숙향씨(43)는 “학선이가 원숭이 띠다. 원숭이가 제일 많이 움직인다는 오전 10시에 태어났다”고 말했다. 지고는 못 살았다. 세계 최난위도의 기술 ‘양학선’도 그래서 태어났다. 아버지 양관권씨(53)는 “2년전 세계선수권에서 4위를 한뒤 ‘아무도 트집 잡을 수 없는, 신기술을 만들어야겠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양학선은 정말로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신기술을 완성시켰다. 하늘로 날아올라 한바퀴 돌면서 세바퀴를 비틀었다. 한국 올림픽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위한 최고의 무기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양학선과 부모님이 살고 있는 비닐하우스 주택 모습. |
양학선은 금으로 집을 짓고 싶다. 비닐하우스를 뜯고, 번듯한 집을 짓고 싶다. 석교리에 집터는 마련해 뒀다. 어머니는 “해준 것도 없는데, 참 효자다”라고 했다. 태릉선수촌 훈련비가 하루에 4만원 안팎. 안쓰고 차곡차곡 모으면 80만원 정도다. 그나마 대회라도 참가하면 훈련비가 안 나온다. 그 돈을 모아서 매달 10일 어머니 통장에 넣는다. 아버지는 “매달 10일이면 돈 잘 들어왔냐고 제 엄마한테 전화를 한다”고 했다.
이제 더 이상 훈련비를 모아 집에 보낼 필요는 없다. 금으로 집을 지어드리고 싶은 양학선의 꿈. 그 꿈은 이미 이뤄졌다.
<고창 | 이용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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