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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추석트렌드①] 사라진 외국인, 아나운서…이젠 아이돌 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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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명절 안방엔 ‘트렌드’가 존재했다.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명절 특수 프로그램이 존재했다. 프로그램 속 주인공 역시 시대에 따라 달랐다. 그들이라면 시청률은 기본이거니와, 명절 분위기까지 물씬 풍겼다.

▶ 90년대 대표 선수…외국인, 마술=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외국인은 명절 안방의 단골 손님이었다. 차례를 지내고 난 오전 시간이 되면 TV에선 국적을 초월한 다양한 이방인들이 출연, 토크를 하고 장기자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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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9월 8일 오전 10시 30분, SBS에선 프로그램 제목부터 명절 분위기가 물씬 나는 프로그램이 안방을 찾았다. ‘추석특집 외국인 노래 큰 잔치’다.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더 잘 하는 외국인들이 우리 가요를 부르는 모습에 옹기종기 모인 가족들이 편안히 웃고 즐겼다.

외국인 출연 프로그램은 해마다 빠질 수 없었다. 그 다음해에도 ‘외국인 추석큰잔치’라는 제목으로 KBS에서 외국인 장기자랑 예능을 선보였다. 1998년에도 KBS 2TV에서 한가위 외국인 큰 잔치가 벌어졌다. 그 뒤로 꽤 오랜 시간 외국인 장기자랑은 자취를 감쳤다. 2007년 KBS가 외국인 장기자랑을 잠시 선보인 이후, 2010년 SBS가 ‘외국인 며느리 열전’을 내보낸 것이 이들 장기자랑의 부활 격이었다. 이후 JTBC ‘비정상회담’이 인기를 모은 2014년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넘나 들어 외국인들이 명절 스타로 등장했다. 이들은 토크도 했고, 관찰예능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마술 역시 없어선 안될 명절 단골손님이었다. 1990년대 명절 안방엔 놀라운 트릭을 쓰는 마술사들이 등장했고, 해외파 마술사들이 안방을 대거 찾던 시기도 있었다. 데이비드 카퍼필드 역시 한국을 찾은 대표 마술사였다. 1996년 편성표를 살펴보면 9월 27일에 ‘마술 중의 마술’(KBS), 9월 28일 ‘라스베가스 마술 쇼’(KBS) 등 2개 프로그램이 편성됐다. 이듬해 추석에도 ‘세기의 마술사’, ‘세계 최고의 서커스’ (MBC), ‘환상특급 세기의 마술’(SBS)이 전파를 탔다. 마술쇼는 2000년대에도 명맥을 유지했다. 2003년엔 KBS에서 ‘세기의 마술쇼’가 방송됐고, 2004년엔 어린 마술사 이은결이 등장하며 마술 프로그램에도 변화가 일었다. 이 시기부터 본격적인 국내 마술사가 활약하던 때다. KBS에선 ‘이은결의 매직콘서트’가 방송됐다.

▶ ‘반짝 특수’ 아나테이너의 등장=2000년대에 접어들며 아나운서들이 특수가 되던 때도 있었다. 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를 합성한 신조어인 ‘아나테이너’의 인기가 높아지며 아나운서를 주인공으로 앞세운 프로그램도 반짝 등장했다.

MBS는 2009년 ‘한가위 특집 국가대표 아나운서’를 선보이며 자사 아나운서 띄우기에 돌입했고, 2010년엔 자사 아나운서의 커플 매칭 프로그램인 ‘아나운서 사랑의 스튜디오’를 선보였다. 간판 아나운서가 많을 수록 유리한 프로그램이다. 특히 제작비 투입 대비 효과가 높으니 방송사에서도 가볍게 볼 수 있는 명절 특수 프로그램으로 선호했다.

MBC는 그 다음해인 2011년에도 ‘한가위 특집 아나운서 대격돌-최고의 며느릿감을 찾아라’를 선보이기도 했다. 자사 직원들을 십분 활용한 프로그램이다.

▶ 2010년대, 아이돌의 시대=2010년 이후 바야흐로 아이돌의 시대가 도래했다. 방송가는 서서히 아이돌이 장악하기 시작했다. MBC는 2012년부터 아이돌 의존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으랏차차 천하장사 아이돌’, ‘미스&미스터 아이돌 코리아’ 등의 프로그램으로 초석을 다진 이후 2013년 마침내 문제의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추석특집 아이돌 육상풋살양궁선수권 대회’, 바로 ‘아육대’의 시작이다. 이 프로그램은 해마다 종목을 늘려 수백명의 아이돌을 섭외해 위험천만한 운동경기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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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이돌은 운동뿐 아니라, 외국인들이 주역이 됐던 장기자랑 자리도 꿰찼고, 마술 프로그램에도 게스트로 출연한다. 노래하고 춤 추는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고, 세대 초월 소통 프로그램에도 아이돌이 등장한다. 방송사의 입장에선 “시청률을 담보한 캐스팅”이라는 점이, 가요기획사의 입장에선 “이렇게라도 얼굴을 알릴 수 있다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명절에도 ‘열일’ 모드다.

다만 요주의 프로그램은 있다. 아이돌을 명절 단골 손님으로 등판시킨 ‘아육대’다. ‘아육대’는 자타공인 명절스테디셀러 예능 프로그램이다. 무수히 많은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는 명절에도 ‘아육대’는 해마다 정상을 지킨다. 탄탄한 팬덤을 바탕으로 시청률을 담보하니, ‘아육대’는 방송사에서도 ‘놓치고 싶지 않은’ 포맷이 됐다. 하지만 해마다 부상자가 속출해 폐지론 역시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과거와 달리 화제성도 줄어 이제는 ‘아육대’ 스타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은 현재진행형이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이 가수로서의 본업활동을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은 지상파3사와 음악채널의 대표 음악방송”이라며 “심혈을 기울인 앨범을 알리고, 더 많은 활동을 위해 반드시 출연해야할 프로그램 PD의 연출작이니 출연을 거절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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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그룹이 데뷔하거나 컴백한 후 짧은 시간 안에 음악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춰 순위를 올려야 인지도가 생기고 활동 동력이 생긴다”라며 “이같은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울며 겨자 먹기로 부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참가하게 된다”라고 귀띔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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