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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패럴림픽 대표팀의 목표, 금메달 숫자가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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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2 패럴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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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7] "목표는 종합순위 12위", "금메달 10개 이상, 12위가 목표", "금 11개, 종합 12위 다짐".

2016년 리우패럴림픽(Paralympic)을 다루는 주요 언론사의 기사 제목이다. 이 같은 목표를 선정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이런 목표를 부각시키는 언론의 보도 태도도 문제가 있다. "금메달 10개 이상"과 같은 목표 설정과 강조는 우리나라 대표팀이 패럴림픽 참가에 대한 평가를 성공과 실패로 이분화한다. 그리고 성공과 실패의 판단 기준을 금메달 숫자와 국가별 순위로 단순화시킨다. 금메달 10개가 목표라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패럴림픽 대표팀이 금메달 10개를 따면 이번 패럴림픽에서 성공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성공·실패의 이분법적 평가는 선수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킨다. 또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이들을 실패자로 낙인을 부여하는 것이다. 대표팀의 패럴림픽 참가 성과를 금메달 숫자로 평가하는 것은 패럴림픽의 근본 목적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패럴림픽의 근본정신은 장애인들이 한계에 도전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서 이들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차별을 개선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금메달을 다른 나라보다 하나라도 더 따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에 대한 처우와 인식을 개선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금메달에 대한 강조는 100m를 0.1초라도 더 '정상인'에 가깝게 빨리 뛰는 것이 보다 나은 장애인이 되는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목표 자체도 문제지만 이처럼 부적절한 목표를 설정하고 강조하게 된 원인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금메달이라는 성과의 강조는 패럴림픽에 대한 다수의 무관심을 반영한다. 국제 스포츠 이벤트임에도 불구하고 패럴림픽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낮은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올림픽에 사용했던 홍보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금메달 숫자 강조가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주의, 국력 과시는 올림픽에서도 더 이상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이는 2016 리우하계올림픽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 사실이다.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다른 나라보다 많이 따낸다고 해서 국민들의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진 않을 것이다. 또한 금메달을 많이 따는 것 외에 제시할 만한 다른 목표가 없는 것도 큰 문제다. 패럴림픽에 우리나라 대표팀이 참가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해답이 없는 것이다. 금메달을 많이 따내는 것보다 중요한 이유가 하나도 없는 대회라면 큰 비용을 치러야만 하는 이 행사에 왜 참가해야만 하는 것일까? 금메달 중시는 우리 사회가 성과 지상주의에 메여 있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준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 출전한 선수들에게 1등을 해야만 성공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실패하는 것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은 사회임을 드러낸다. 멀리뛰기 금메달과 은메달의 차이는 보통 많아야 10㎝다. 이 만큼을 더 뛰고 덜 뛰고는 대부분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신체 능력의 차이다. 그렇지 않아도 장애인들은 신체능력에 대한 획일화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패럴림픽에서 특정 종목을 아주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신체능력을 가진 것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은 단순한 '차이'를 '우열'로 왜곡하는 것이다.

위에서 나열한 문제들은 패럴림픽의 목적과 우리 대표팀이 참여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패럴림픽의 의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릇된 목표 설정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서는 대표팀의 패럴림픽 참여가 우리나라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유겸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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