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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최종예선은 ‘감독의 무덤’… 슈틸리케 살아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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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22일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9월 5일은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국가대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2년 째 되는 날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 시절을 화려하게 보낸 반면 지도자 경력은 일천해 부임 초기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우려를 깨끗하게 잠재웠다. 팬들은 그를 ‘갓틸리케’라 부른다. 뽑는 선수마다 맹활약한다고 해서 ‘로또 슈틸리케 선생’이란 별명도 붙었다. 하지만 이런 여론이 뒤집히는 건 한 순간이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이 바로미터다. 축구대표팀이 29일 소집해 다음 달 1일 중국과 홈 1차전을 준비한다. 중국, 이란, 우즈베키스탄, 시리아, 카타르와 홈 앤드 어웨이로 1년 간 대장정을 펼쳐 2위 안에 들어야 본선에 직행한다.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9회 연속 진출을 노린다. 9회 이상 연속 참가한 나라는 브라질(전 대회), 독일(16회),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1회), 스페인(10회) 뿐이다. 한국이 30년 가까이 월드컵에 단골손님으로 나가자 본선행을 당연시 여기기도 하지만 그 과정이 늘 순탄했던 건 아니다. 최종예선은 ‘감독의 무덤’이다. 감독들은 가슴 속에 사표를 늘 품고 다니는 심정으로 임한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금자탑을 쓴 허정무(61) 감독도 본선행까지 고비가 많았다. 잘 지지는 않았지만 경기력이 기대 이하라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무승부가 많아 ‘허무축구’라는 조롱도 들었다. 허 감독과 코치들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최종예선 2차전에 승부를 걸었다. UAE전이 잘못되면 다 같이 옷을 벗기로 했다. 다행히 4-1로 대승을 거뒀지만 최종예선 초반에 사퇴를 염두에 둘 정도로 스트레스가 컸다.

대표팀 성적이 추락하면 방송사나 축구협회 후원업체로부터 알게 모르게 감독 교체 사인이 들어오기도 한다. 월드컵에 못 나가면 천문학적인 금액에 중계권을 산 방송사나 특수를 노리는 후원업체들은 비상이 걸린다. 조광래(62) 감독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잘렸다. 당시 협회 집행부가 조 감독을 눈엣가시처럼 여겨 무리하게 경질했다는 게 정설이지만 어찌됐건 표면적인 이유는 ‘이런 경기력이면 월드컵은 커녕 최종예선도 가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조 감독의 무리한 경질을 해명하던 당시 기술위원장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스폰서 쪽에서 ‘이대로 괜찮겠느냐’ ‘변화를 줘야 되지 않느냐’는 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고 털어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본선에 나갔다고 다 칭송 받는 것도 아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70ㆍ네덜란드) 감독은 팀을 2006년 독일월드컵에 올려놓고도 물러났다. 최종예선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두 번 다 무기력하게 패한 게 결정타였다. 결국 본선에서는 딕 아드보카트(69ㆍ네덜란드) 감독이 지휘했다. 브라질월드컵 티켓을 딴 최강희(57) 전북 현대 감독에 대한 평가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란에 두 번 모두 졌기 때문이다. 특히 안방 최종전에서 허무하게 무릎 꿇으며 8회 연속 본선 진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물론 최 감독은 본인이 일찌감치 최종예선까지만 맡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라 본프레레 감독과는 경우가 다르다. 하지만 최 감독이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다면 ‘본선도 그에게 맡겨라’는 여론이 나왔을 텐데 조용했다.

슈틸리케 감독을 직접 뽑은 이용수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라잇 타임 라잇 플레이스 라잇 퍼슨(right time right place right person)”이란 말을 한 적이 있다. 정확한 시기에 적합한 인물(슈틸리케)이 왔다는 의미다. 최종예선이 끝나고도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슈틸리케 감독이 진짜 시험대에 섰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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