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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기부하러 격투기 링 오르는 '의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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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로 데뷔하는 배우 김보성]

소아암 환자에게 대전료 전달

"소외된 사람들을 도우려면 두려움 이겨내는 용기 필요해"

조선일보

김보성은 “로드FC 연습장에서 훈련하고 집 앞 체육관에서 복싱을 배우는 등 하루 3시간 운동한다”며 “현재 85㎏인 체중을 15㎏ 정도 뺄 것”이라고 했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사랑의 열매’다. /고운호 객원기자


배우 김보성(50)은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다. '친구를 구하기 위해 13명을 상대로 싸우다 몽둥이에 맞아 왼쪽 눈을 실명했다'는 오래된 레퍼토리를 읊는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런 김보성이 격투기 링에 오른다. 올해 연말 국내 종합격투기 단체인 로드FC를 통해 데뷔하는 것이다. 김보성은 '파이트 머니', 즉 대전료(對戰料) 전액을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로드FC도 경기 입장 수익을 모두 내놓는다.

서울 광화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보성은 "오른쪽 시력도 좋은 편이 아니라 렌즈를 끼고 링에 올라야 한다. 아이들을 돕고 세상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면 설령 죽는다 해도 그 길을 간다"고 말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의리의 대명사다. 한 음료 광고에서 느닷없이 나타나 "으으리(의리)!"를 외치는 모습으로 큰 인기를 얻은 다음부터다.

김보성은 "안중근 선생께서 '견리사의견위수명(見利思義見危授命)', 즉 '이익을 보면 의리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치라'고 하신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두려움이란 사욕을 추구하기 때문에 생기는데, 소외된 사람들을 도우려면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최근에는 마라토너 이봉주와 함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광고 영상을 촬영했다. 출연료는 받지 않았다. 김보성이 홍보대사를 맡은 자선·사회복지단체는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한빛예술단', 시각장애인협회, 월드비전 등 20여개에 달한다. 본업인 연기보다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

"죽을 고비를 많이 넘겼어요. 운전 중 버스와 부딪혀 크게 다치기도 하고, 장티푸스에 걸려 생사를 넘나든 적도 있었죠. 어느 날 '나는 공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하늘에 맹세했죠. 남은 삶을 약자(弱者)를 위해 바치겠다고." 그는 "왜 사는가에 대해 고민하느라 책을 많이 읽었다"며 "나를 위해서라도 선(善)을 추구하고 나누는 삶을 사는 것이 진짜 행복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보성은 가진 것 이상을 내놓는다. 세월호 사고 때는 유족과 피해자를 위해 빚을 내 2000만원을 기부했다. 이 빚은 음료 광고 찍은 돈으로 갚았다.

최근 수개월째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는 것도 소아암 아이들을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하기 위해서다. 오래전부터 써온 시를 모아 시집을 내 그 수익금 전액을 기부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그는 월북 시인 고(故) 설정식씨의 외손자로 어머니 설정혜씨 역시 시인이다.

김보성은 아내와 중3·중1 아들 둘을 둔 가장이다. 격투기 출전 소식에 아내는 "지금까지 다른 건 다 참았지만, 그것만은 안 된다"며 반대했다. 심지어는 "이혼 도장부터 찍어야 할 것"이라며 초강수를 뒀다. 그는 "내가 다칠까 걱정하는 마음 때문인 걸 알기에 허락해줄 때까지 몇 번이고 무릎 꿇고 빌었다"고 했다.

8월에는 김보성이 출연한 영화 '사랑은 없다'가 개봉한다. "한물간 액션 배우이자 가장이 겪는 삶의 애환과 고뇌를 담은 영화"라며 덧붙였다.

"영화 출연료 전액을 스태프들과 나눴어요. 저예산 영화라 스태프들 일하는 여건이 아무래도 열악하잖아요." 의리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졌다.

[심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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