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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정진구의 해피베이스볼] 新 잠실야구장 건립, 두 가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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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Sports

서울시가 지난 4월 발표한 잠실운동장 일대 개발사업 계획에는 신(新) 잠실야구장 건립도 포함돼 있다.

보조경기장이 있는 북서쪽 한강변에 자리 잡게 될 새 야구장은 2023 완공을 목표로 3만 5000석 규모에 외야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도록 지어진다고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만에 위치한 AT&T파크(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구장) 같은 수변(水邊) 야구장을 지향하는 모습이다.

지난 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잠실야구장을 제대로 된 돔구장으로 만들 생각”이라고 공언한바 있다. 신 잠실야구장의 돔 여부는 아직 미정이지만 어쨌든 새로운 야구장을 짓겠다는 약속은 지켜질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기자는 야구장 건립 계획에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우선 100% 민자 유치로 야구장 건립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부터 그렇다.

◇시 예산 지원 못한다는 서울시

최근 야구계는 신 잠실야구장과 관련해 서울시 측에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와 광주 챔피언스필드의 케이스를 제안했다.

삼성 라이온즈파크의 경우, 대구시가 공공자본을 우선 투입하고 삼성이 전체 건설 비용 1666억 원 중 500억 원을 지원하되, 네이밍 권한과 25년 동안의 운영권을 가지는 형태다. 그러나 서울시의 입장은 프로야구장 건설에 시 예산을 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아마도 고척 스카이돔 건설 당시 곤욕을 치렀던 기억 탓에 100% 민자로 가닥을 잡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그러나 요즘 같은 경기에 과연 야구장을 짓겠다고 나설 주체가 있을지 모르겠다. 돔이 아니더라도 새 야구장 건립에는 최소 2000억 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사업자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백지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재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LG와 두산 구단의 건설비 분담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 정도의 투자를 감행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모그룹 내부의 이야기다.

사업자 선정 공모를 통해 LG나 두산이 아닌 제 3자가 사업권을 얻게 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 진다. 사업자는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임대료와 부대시설 사용료 등을 높게 책정할 가능성이 크다. 광고권 역시 당연히 가져오려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는 소외될 수 있다. 지금도 두산과 LG는 잠실야구장에서 열심히 쇼를 하고, 광고권 등 갖가지 이권은 서울시가 차지하는 불합리한 계약에 얽매여 있다.

◇ 접근성은 오히려 마이너스

다음은 위치 문제. 발표된 개발 계획에 따르면 현재 잠실야구장 부지에는 호텔과 컨벤션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실제로 현재 야구장 위치는 지하철역과 인접해 있는 최고의 노른자위다. 여기에 투자가치가 높은 시설을 세우고, 대신 야구장은 한강변 쪽으로 밀어내 버리겠다는 의도다. 지하철을 이용한 관객들이 야구장까지 가려면 지금보다 3~4배는 더 걸어야 한다. 수변(水邊) 야구장이라는 화려한 겉모습과 가장 중요한 접근성을 맞바꾼 셈이다. 한강 조망보다는 관객의 편의가 먼저다.

야구계 일각에서는 서울 올림픽의 역사성을 고려해 보존키로 한 주경기장을 야구장으로 리모델링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K리그 챌린지 소속의 서울 이랜드 FC가 멀쩡히 주경기장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는 야구계의 희망사항에 가깝다.

서울시는 고척 스카이돔 건설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가장 큰 이유는 야구와 야구장을 아는 사람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어딘지 불완전한 돔이 탄생하고 말았다.

잠실야구장은 한국 야구의 메카가 될 장소다. 야구는 매년 수백만 명의 국민이 즐기는 인기 레저다. 서울시는 야구장을 개발사업의 곁가지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 서울시가 지금껏 그래왔듯이 ‘우리는 이 방향으로 가니 따라오라’는 식이면 곤란하다. 야구장의 화장실 하나까지도 사용자들의 의견이 마땅히 반영돼야 한다.

부디 신 잠실야구장이 고척 스카이돔의 전철을 밟지 않고 모든 야구인들과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야구장으로 태어나길 바란다.

(SBS스포츠 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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