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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김수현 작가, 왜 스타의 발연기에 엄격할까 [배국남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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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부터 방송할 김수현 작가의 '그래, 그런거야'에 출연하는 이순재를 비롯한 연기자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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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선생님(김수현 작가)과 다시 만나게 됐다. 저는 인생 첫 드라마가 김수현 선생님 작품이었다. 당시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이 됐는데 대본 리딩에서 제외되면서 몇 번 고비를 맞기도 했다.” 남규리가 11일 열린 SBS 새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 제작 삼화네트웍스) 제작발표회에서 한말이다.

남규리뿐만 아니다. 한국 드라마의 역사이자 살아있는 전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 캐스팅 된 연기자들은 긴장을 한다. 신인, 스타 연기자들은 물론 중견 배우들도 여유를 부릴수 없다. 캐스팅 됐다가도 대본 리딩이나 연기 리허설 때 문제가 있으면 가차없이 다른 연기자로 교체되거나 아니면 엄격한 비판을 받고 혹독한 훈련으로 연기의 문제점을 고쳐야한다.

“김수현 선생님은 연기력과 캐릭터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하지 않아요. 스타나 중견 연기자들도 연기를 못하면 바로 문제를 지적해요. 저도 많이 혼났어요. 김수현 선생님에게 배우로서 뭔가 질책을 받을 때 정말 그 이유와 까닭을 잘 몰라 여쭤보면 잘 가르쳐줘요. 그런 가르침 자체가 제게는 큰 자산이 되고 밑거름이 됐습니다. 김수현 선생님에게 회초리를 맞는 것은 맞아야 할 매라고 당연히 생각합니다.” 김수현 작가의 ‘사랑과 야망’에 출연했던 이훈이 털어놓은 김수현 작가에 대한 소회다.

13일부터 방송될 ‘그래, 그런 거야’에 출연하는 것을 비롯해 ‘무자식 상팔자’ ‘천일의 약속’ ‘부모님 전상서’ ‘인생은 아름다워’ 등 김수현 작가의 수많은 드라마에 참여하며 뛰어난 연기력을 보였던 중견 배우 김해숙 역시 “지금도 김수현 선생님 작품에 캐스팅이 결정되면 긴장이 되요. 김수현 선생님은 애드립을 허용하지 않고 극본에 충실하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연기를 하고 드라마를 보면 왜 그런지를 알 수 있지요. 연기에 문제가 있으면 드라마의 진정성이나 완성도에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김수현 선생님은 출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매우 엄격하지요”라고 말했다.

연기력에 대해 타협하지 않고 발연기에 대해 가차 없이 비판을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연기자 특히 연기력이 부족한 젊은 스타들은 김수현 작가의 작품 출연을 꺼린다. 출연이 결정되면 아무리 스케줄이 바쁜 스타라도 대본 리딩 등 드라마 녹화에 들어가기 전 연기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60여년 긴 세월동안 연극,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우리시대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이순재는 “김수현 선생 작품을 많이 했는데 한 번도 쪽대본을 본적이 없어요. 김수현 선생은 항상 완성된 대본을 넘겨 연기자들로 하여금 극의 흐름과 캐릭터의 성격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다른 연기자와의 연기호흡을 맞춰 보고 드라마 촬영에 임하도록 해요. 쪽대본으로 연기하는 것과 김수현 선생의 극본처럼 완성된 대본으로 연기하는 것은 연기력에서 큰 차이가 나지요”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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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전국민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배우의 연기력은 문제가 없어야한다고 강조하는 김수현 작가.(사진=뉴시스)


‘그래, 그런거야’ 제작발표회에서도 이순재는 드라마의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연기력에 대해 언급했다. “배우 일을 시작한지 60년이 되지만 지금도 들어가기 전에 대사를 맞추고 들어간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그런 경우가 많지 않다. 연기는 교감을 하고 호흡을 맞춰야 한다. 요즘 아이돌 가수나 저나 연습 과정이 똑같다. 요즘 젊은 배우나 아이돌 가수가 어떤 드라마가 뜨면 스타가 된다. 광고 들어오지 연말에 대상 주지 연기가 끝난다. 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김수현 작가의 이 작품이 다시 알려준다.”

김수현 작가에게 물은 적이 있다. 왜 그렇게 배우들의 대사 하나, 표정 연기 하나에 신경 쓰고 부족한 연기력에 혹독하냐고.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나 간결하고 명쾌했다.

김수현 작가는 “드라마는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머리 멍청하거나 연기 못하는 사람은 쓰지 않아요”라고 특유의 직설로 답을 했다.

그렇다. 전국민을 시청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문제 있는 연기력은 드라마의 진정성을 무력화하고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는 사건이나 캐릭터의 개연성을 실종시킨다. 이렇게 되면 드라마가 전국민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짜증을 유발시킨다. 그래서 김수현 작가는 배우들의 발연기를 용서하지 않는 것이다.

[이투데이/배국남 기자(knba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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