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의 감동 22년 만에 재현 기대
현정화·이분희 ‘다시 한번 코리아’ … 탁구 남북단일팀 추진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 단일팀 ‘코리아’로 출전한 현정화(오른쪽)·이분희 선수가 여자 단체전에서 복식을 이뤄 경기하고 있다. 당시 단일팀은 여자단체전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현정화는 22세, 이분희는 23세였다. [중앙포토] |
현정화(왼쪽)와 이분희의 최근 모습. |
현정화(43·탁구협회 전무) 여자탁구 국가대표팀 총감독이 내년 6월 부산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성사되면 1991년 일본 지바(千葉)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 이어 22년 만에 남북이 세계무대에서 ‘코리아’라는 단일팀으로 뛰게 된다.
현 감독은 런던 올림픽(7월 27일~8월 12일)을 계기로 북한의 이분희(44) 조선장애인체육협회 서기장과 만날 계획이다. 이 서기장은 올림픽 직후 북한으로서는 사상 처음 제14회 런던 장애인올림픽(8월 29일∼9월 9일)에 참석하기 위해 8월 23일 23명의 선수단을 이끌고 런던에 도착한다. 현 감독은 귀국 일정을 조금 늦춰 이 서기장과 21년 만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다.
현 감독은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0월부터 내년 대회를 부산으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탁구 강국인 북한팀을 초청하고 단일팀을 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서기장은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사연으로 지난해 5월 조직된 조선장애인체육협회 서기장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둘의 만남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한 차례 불발된 적이 있다. 지바 선수권대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 ‘코리아’ 개봉 직후 중국 베이징에 전지훈련을 나와있던 이 서기장이 현 감독을 기다렸지만, 통일부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후 정국이 혼란스러우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현 감독을 만류했기 때문이다.
단일팀이 출범하려면 늦어도 내년 5월까지는 국제탁구연맹(ITTF)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내년 대회의 경우 한국이 주최국이어서 한국 측 입장이 승인 심사에 결정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탁구협회 관계자는 “이분희와 한 번 만나는 것으로 금방 단일팀이 구성되기는 어렵겠지만 일단 만나고 단일팀 구성을 위한 대화가 시작되면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할 날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 감독은 최근 조선장애인체육협회에 기부할 돈을 모으기 위해 직접 쓴 『현정화의 퍼펙트 탁구교본』 판매를 시작했다. 과거 북한은 “장군님 나라에는 장애인이 없다”고 선전해 왔지만, 최근 장애인 수가 180만 명을 넘기면서 노동당 산하에 ‘조선장애자보호연맹’을 설치했다.
이원진 기자 jealivr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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