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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아마구장→하프돔→완전돔→프로구장… 7년간 8번 바뀐 고척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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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돔 어쩌다 '21세기 최악의 돔구장' 됐나]

- 아마야구장 부지 잡아놓고…

애초 돔구장 짓기엔 좁은 땅… 좌석 간격·편의시설 등 희생

- 市長 바뀌자 "프로구장으로"

1만8000명 관중 몰릴텐데 교통·주차난 대책은 소홀

- 전문가들 의견 반영 안돼

청계천 등 주로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이 운영 맡아

서울 고척동 스카이돔 구장(球場·일명 고척돔) 계획은 2007년 '아마추어 야구의 성지(聖地)'로 불리던 동대문야구장이 철거되면서 이에 대한 대체 구장을 짓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부지에 있는 동대문야구장을 철거하고 대신 구로구 고척동 등 6곳에 야구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고척돔은 당초 돔구장이 아니라 2만석 규모의 아마추어 야구용 일반 구장이었다. 이후 7년 동안 8번의 설계 변경을 거쳐 지금은 완전 돔 형태의 프로야구 구장으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돔구장으로는 부지가 협소한 곳에 지어져 관중들이 갖가지 불편을 겪고 있고, 교통·주차 대책도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야구장 건립 과정에서 야구계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지 선정부터 잘못됐다

야구계에서는 부지 선정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고척돔이 들어선 지역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체육시설 건립 부지로 검토했던 곳이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고 학교도 4곳이나 있어 아마추어 야구장은 몰라도, 대형 돔구장이 들어서기에는 어려운 입지였다.

부지 면적도 돔구장을 짓기에는 작다. 고척돔의 부지 면적은 5만7261㎡로 도쿄돔(11만2456㎡)의 절반, 오사카돔(15만6400㎡)의 3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이러다 보니 주차장이나 편의점 등 관중 편의와 직결된 시설이 들어설 공간이 부족하다. 좌석 간격이 좁고, 일부는 관중석 경사도가 35도에 이르는 것도 전체 면적이 좁아서 벌어진 일이다. KBO 관계자는 "관중석 수도 도쿄돔(5만5000석)의 3분의 1 수준인 1만8000석으로 국제 대회 유치 등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턱없이 부족한 교통 대책

오세훈 시장의 뒤를 이은 박원순 시장은 2013년 고척돔을 프로구단이 사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지은 돔구장을 아마추어 야구용으로만 쓰기에는 아깝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그에 따른 교통 대책이 부족해 교통 대란 우려가 나온다.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면 하루 최대 1만8000명의 관중이 고척돔 주변에 몰린다. 고척돔 주변은 평소에도 교통이 혼잡한 곳이어서 주중 야간 경기와 퇴근 시간이 겹치면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고척교를 왕복 8차선에서 10차선으로 넓혔고, 내년 3월까지는 1호선 구일역에 고척돔 방향으로 가는 출구도 새로 내기로 했다. 또 1km 반경 내의 유통상가·대형마트 등과 협의해 9000대 규모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의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에도 최근 고척돔에서 열린 고교야구 경기를 보러온 사람들은 극심한 교통 체증을 겪었다. 한 프로야구단 관계자는 "인근 상가 주차장을 이용한다 해도 차를 세우고 15분 정도를 걸어 구장으로 가야 한다"며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구계·전문가 의견 수렴도 소홀

서울시는 2009년4월 돔구장 건설을 결정했지만 이후 야구계 의견 수렴에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 경기장 설계 전문업체 로세티에 자문한 것도 공정이 절반 이상 진행된 작년 6월 시점에서였다. 허구연 KBO(한국야구위원회) 야구발전위원장은 "일반 야구장에 돔을 씌운다고 돔구장이 되는 게 아니다"며 "서울시가 돔구장 건설 과정에서 야구 전문가들에게 적극 의견을 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담당자들의 전문성 문제도 제기된다. 고척돔이 착공한 2009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시 실·국장급은 4번, 과장급 실무진은 6번이나 바뀌었다. 야구장 운영도 잠실야구장과 목동야구장을 관리하는 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아닌 서울시설공단에 맡겼다. 서울시설공단은 청계천, 어린이대공원 등을 주로 관리한다. 체육시설 운영 경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돔구장은 낯설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내부 경쟁을 통해 운영을 맡게 된 것"이라고 했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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