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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논란… MB 정부, 개혁 외쳤지만 실천은 없어

경향신문 김준·오창민·임지선·장은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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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논란… MB 정부, 개혁 외쳤지만 실천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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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경제민주화 용어 자체 반대
새누리 “대·중소기업 불공정 해소”
민주당 “출총제로 재벌 집중 억제”
올 초 경제민주화는 사회의 화두였다. 재벌이 빵집, 떡볶이·순대집까지 낸 것으로 드러나자 헌법 119조 2항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등 경제민주화 조항이 새삼 부각됐다.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고치며 정강·정책에 이를 반영했다. 19대 총선이 끝나자 재벌들은 ‘경제민주화는 시장주의 포기’라며 반격하고 나섰다. 정부 정책은 여전히 재벌 위주다. 여야는 경제민주화 취지에 공감하지만, 정책별로 결을 달리하고 있다. 백가쟁명이 발화하는 형국이다.

▲ MB정부
고환율 정책 대기업들만 수혜
부자감세 고수 빈부격차 커져


▲ 재계
“강제적 소득 재분배” 거부감
시장지배력 등 규제도 경계심


이명박 정부는 집권 후반기 양극화가 심화되자 동반성장·공정사회·친서민 등을 내세우며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실제는 많이 달랐다. 경제민주화를 공정경쟁, 시민참여 보장, 분배 정의가 이루어지는 경제·사회 시스템으로 정의한다면 현 정부의 정책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올 초까지만 해도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사회분위기에 눌려 납작 엎드렸던 재계는 최근 들어 경제민주화란 용어 자체에 과민 반응을 보일 정도로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고 글로벌 경제가 위축된 점 등이 재계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만든 요인으로 풀이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4일 한국언론회관에서 마련한 ‘경제민주화 어떻게 볼 것인가’ 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현 정부는 기본적으로 재벌과 대기업에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펼쳐왔다. 집권 초기 고환율 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높은 환율 덕분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수출 대기업들은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막대한 환차익을 거뒀다. 반면 서민들은 고환율로 인한 물가상승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부자 감세’도 경제민주화와는 거리가 먼 정책이었다.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 낙수효과를 통해 중산층·서민들에게까지 혜택이 퍼질 것이라는 논리였지만 오히려 빈부격차만 확대됐다.

현 정부 들어 재벌 집중은 심화됐다. 2001년 계열사가 64개였던 SK그룹은 2006년 56개로 줄었으나 2008년 64개로, 지난해 87개로 늘었다. 삼성그룹도 2006년 59개에서 2011년 79개로 늘었고, 현대자동차그룹은 같은 기간 40개에서 62개로 증가했다.


정부의 비호를 받은 재벌의 행태는 극으로 치달았다. 자녀에게 부를 물려주기 위해 편법으로 일감을 몰아주고, 동네 빵가게와 피자·치킨가게까지 영역을 넓혔다. 정부는 뒤늦게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공정사회를 외쳤지만 실질적인 후속 조치는 없었다.

경제민주화는 상품시장뿐 아니라 노동시장에도 적용된다. 개개인이 부모의 경제·사회적 지위 등 태생적 한계에 얽매이지 않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도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사회안전망 등 복지에 매우 소극적이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복지 확대 공약을 “실현 불가능하다”고 규정,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 위반 경고를 받았다.

재계도 경제민주화에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경제민주화라는 용어 자체부터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 4일 개최한 ‘경제민주화 어떻게 볼 것인가’란 주제의 정책 토론회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한국경제연구원 최병일 원장은 이 토론회에서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대한민국 헌법의 가장 큰 틀로 본다면 경제민주화의 근거 조항이 되는 헌법 119조 2항은 자유시장 경제의 원칙을 다룬 1항의 보완재”라면서 “자유시장 경제의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소하는 규정이지, 2항이 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1940~50년대 미국에서 철강업 독점의 폐해가 발생했는데 이때 미국 정부가 행한 규제와 개입은 적절했으며, 경제민주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들로 평가받고 있다”며 “그러나 지난 총선 과정에서 일부 야당이 밝힌 것처럼 시장지배력이 강화됐다고 해서 시장경제 정신을 무시하고 대기업 해체와 계열사 통합 등의 주장을 하는 것은 경제민주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특히 경제민주화의 핵심 이슈인 소득 분배에 대해 강제적인 방식의 분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는 소득세 부과 등 법률과 절차에 따라 소득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시장지배력 및 경제력 남용 방지에 대한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또 다른 전경련 관계자는 “거대 기업 애플은 미국 내에서 독점적인 스마트폰 제조업체지만 해체하라거나 분리하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고 삼성이나 LG전자와 경쟁하며 시장지배력을 늘 위협받는다”면서 “경제민주화의 도구들은 ‘비타민’처럼 사용돼야지 입법이나 정책 입안의 주인공이 돼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준·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

▲ 새누리
대기업 부당 내부거래 적용 확대
공정거래법 개정 소상공인 보호


▲ 민주당
순환출자·지주사 요건 강화에
금산분리·SSM 규제 등 적극적


19대 총선을 전후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경제민주화’ 추구를 중심 정책으로 삼았다. 새누리당은 이전 한나라당 때 없었던 경제민주화에 해당하는 ‘공정한 시장경제’라는 조항을 정강·정책에 넣었다. 민주당도 당 강령 1조를 ‘경제활동의 성과가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민주화 실현’으로 명시했다.

양당 모두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고, 중소기업·소상공인·서민과 동반성장한다는 방향을 잡았다.

지향점은 엇갈린다. 새누리당은 재벌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췄다. 총선공약 이행기구인 ‘국민행복실천본부’ 총괄간사인 안종범 의원은 5일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정책을 내놓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재벌·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로 해석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라고 정한 부당 내부거래 기준(공정거래법 23조)에서 ‘현저히’를 삭제키로 했다. 모호한 개념이 자의적으로 해석되면서 대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본 것이다.

민주당이 내세운 경제민주화 정책은 재벌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출자총액제한제로, 상위 10대 대기업의 모든 계열사에 이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출자총액은 순자산의 30% 한도로 3년의 유예기간을 두자는 것이다.

순환출자도 금지하자는 입장이다.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고 법 시행 이전의 순환출자는 3년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뒤 기간이 경과하면 의결권을 제한한다.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허용한도도 현행 200%에서 100%로 낮추고, 자회사 지분 보유비율은 상장기업의 경우 20%에서 30%로, 비상장기업은 40%에서 50%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출총제가 재벌 개혁이라는 상징성은 있지만 실효성이 없고, 신규 순환출자 금지도 이미 진행된 순환출자를 규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5일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실천모임’ 조찬 간담회에서 이혜훈 최고위원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요건 강화 등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금산분리도 강화해 기업의 은행 지분 취득 한도를 줄이자는 입장이다. 산업자본의 의결주식 취득 한도를 9%에서 4%로 낮추자고 주장한다.

여야 모두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와 납품단가 담합을 규제토록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29일 부당한 하도급 단가 인하에 징벌적 손해배상(10배 이내)을 도입하기로 한 바 있다.

민주당은 앞서 총선 기간에 대기업이 과도하게 하청업체의 납품단가를 인하하면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재벌의 ‘빵, 물티슈, 떡볶이’ 등의 사업 진출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재벌 2, 3세의 ‘취미·소일’을 위해 골목 상권을 피폐화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여야 모두 채찍을 들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재벌·대기업의 무분별한 중소상공인 영역 진출 문제를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이 기업 결합을 통해 특정 사업 분야에 진출했을 때 시장점유율이 5% 이상 되면 대기업이 지분을 갖지 못하도록 하지만, 이를 1%까지 낮춰 실질적으로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 진출을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해 대기업의 진출을 막는 법안도 발의했다.

대형마트 영업시간과 휴업일수 제한도 모두 제안했으나, 강도는 다르다. 새누리당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중소도시에 향후 5년 간 대형 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신규 입점을 금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소상공인 등에서 요구해온 강제 휴무일 도입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은 시장과 군수, 구청장 등 지자체장이 지역 사정에 따라 필요한 경우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의무 휴업일도 4일 이내에서 지자체장이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임지선·장은교 기자 vision@kyunghyang.com>

<김준·오창민·임지선·장은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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