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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모바일시대…'개콘'-'웃찾사'-'코빅', ‘웃길 틈’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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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환경 이미지 위주 소비 뚜렷

코빅·웃찾사·개콘 플랫폼 변화에 고전

일요일 방송시간 쏠림도 경쟁력 약화

모바일고객 TV로 흡수하면서

SNS에 선공개 등 투트랙 공략 고심


어딜 가나 ‘모바일 퍼스트’ 시대다. 매체와 채널이 숫자를 증식하고, 플랫폼의 경계가 허물어지자 방송은 순식간에 ‘올드미디어’가 됐다. 한 때는 일방적인 권력자로 우위를 점했던 방송의 위기감은 하루가 다르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장르별 콘텐츠가 따라가기도 벅찬 상황이다. 그 가운데 ‘방송 코미디’가 체감하는 환경의 변화는 상당히 직접적이다.

헤럴드경제

모바일시대, 방송코미디는 스토리 위주의 소비에서 벗어나 네이버 TV캐스트나 SNS 등을 적극 활용하는 등의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제공=각사]


현재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40분부터 11시 15분까지 총 세 시간동안 코미디 프로그램이 연이어 방송한다. tvN ‘코미디 빅리그’를 시작으로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KBS2 ‘개그콘서트’다. ‘코미디 빅리그’는 평균 3%대, ‘웃찾사’는 6%대(11일 기준 6.8%ㆍ닐슨코리아 집계), ‘개그콘서트’는 10%대(11일 기준 10.9%)를 기록 중이다. ‘개콘’과 ‘웃찾사’가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내던 시절에 비한다면 지금은 전반적인 하락세는 분명하다. ‘코미디 빅리그’의 경우만 선전 중이다.

프로그램 관계자들 역시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단지 시청률의 하락에서 위기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부분에서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하는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인식한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자 하는 코미디 업계의 노력은 사실 한참 늦었다”(‘웃찾사’ 안철호 PD)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모바일과 웹 상에서 코미디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논의”(‘코미디빅리그’ 박성재 PD)를 진행 중이다. “코너별 4분 내외의 짧은 콘텐츠라는 특성”이 “모바일 시대에 드라마나 버라이어티 예능보다 경쟁력이 있을 것”(안철호 PD)이라는 판단과 “짧은 분량의 완성된 콘텐츠로 웃음을 줄 수 있는 것은 코미디 밖에 없다”(박성재 PD)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

모바일시대, 방송코미디는 스토리 위주의 소비에서 벗어나 네이버 TV캐스트나 SNS 등을 적극 활용하는 등의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제공=각사]


▶‘4분 짜리’짧은 콘텐츠…방송 코미디의 두 얼굴 =방송 코미디의 독특한 특성은 ‘모바일 시대’에 두 얼굴을 드러냈다.

약 70분 분량의 방송에서 방송 코미디는 4분 안팎의 코너들이 10여개가 이어진다. ‘개그콘서트’가 16개,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14개, ‘코미디빅리그’ 11개다. 짧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에 굳이 연결성이 없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70분 내내 지켜보고 있는 시청자는 많지 않다.

애초에 ‘웃찾사’가 ‘개콘’과 동시간대 맞붙어도 경쟁력이 있다고 봤던 부분 역시 프로그램의 구성상 특징에 있었다. 재미없는 코너에선 채널을 이동해도 무방한 “재핑(Zapping·채널을 돌리다가 중간에 있는 채널의 시청률이 높아지는 현상) 효과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이다. 그 결과 세 시간 이상 코미디를 봐야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요일 저녁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쏠림현상이 “시청자를 나눠가지며 장르의 경쟁력 약화를 가져왔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각 프로그램의 자체 경쟁력 저하는 논외다.

시청률 경쟁도 버거운데 방송 코미디의 특성은 모바일 환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시청자는 이제 TV 수상기로 프로그램을 소비하지 않고, 모바일로 인기 코너만 ‘찾아보게’ 됐다. “모바일을 통해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는 시청 형태의 변화로 60분 이상 길어지는 콘텐츠를 진득하게 보지 않게된”(‘개그콘서트’ 이재우 PD)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방송 코미디의 구성상 특성은 결국 모바일 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짧은 콘텐츠’였다는 아이러니로 이어진다. 당연히 ‘본방사수’의 필요성이 사라졌다.

이재우 KBS PD는 “모바일 환경에서 코미디 자체가 경쟁력을 잃은 장르가 됐다”고 봤다. 코미디를 향한 관심이 예전만큼 크지 않은 상황에서 시청환경이 달라지니 “콘텐츠의 주기도 짧아졌다”고 말한다. 하나의 코너가 등장하면 두세 달을 지켜봤고, 뒤늦게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한 코너에 대한 평가는 한 달이면 끝난다”고 이 PD는 설명했다. 한 개그맨은 “예전엔 코너 하나로 2~3년씩 인기를 얻는 경우도 있었으나 지금은 히트작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뿐더러 인기를 얻다가도 금세 사그라든다”며 “공채 개그맨으로 활동할 지라도 치열한 내부 경쟁으로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코너의 성패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 목표점이 높아져 개그맨들 사이의 불안과 위기감이 늘 따라온다”고 말했다. “대박코너 하나가 확대 재생산돼 여러 코너의 동반 상승효과를 가져올 때가 있었으나, 각자 모바일로 보고 싶은 것을 보면 되는 환경의 변화”(이재우 PD)가 불러온 결과다.

▶방송 코미디의 체질개선…모바일 따로, TV 따로 =프로그램 연출자들은 모바일 시대에 발 맞춰 방송 코미디의 체질 개선을 위해 ‘투-트랙(two track) 전략’을 세웠다. 모바일과 TV가 선호하는 코미디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개콘’의 경우 지난 12일 기준, ‘니글니글’이 네이버 TV캐스트에선 39만2000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나 코너별 시청률에선 10.4%로 프로그램 전체 시청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TV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코너는 ‘우주라이크’(12.7%)다. ‘웃찾사’에서도 마지막 코너인 ‘내 친구는 대통령’이 9.8%로 가장 높았으나, 모바일에선 ‘남자끼리’(6.8%)의 인기가 상당하다. 안철호 PD는 “‘남자끼리’의 경우 페이스북에서 첫 방송 당시 500만뷰를 기록”했고, “네이버 주간 코너 검색어에서도 7위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코빅’ 역시 ‘직업의 정석’과 같은 코너가 인기가 높다.

박성재 CJ E&M PD는 “TV 시청자가 코미디를 이야기로 소비했다면 모바일과 웹에서는 캐릭터와 이미지 위주로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논리 구조를 명확하게 갖춘 완성도 높은 이야기보다는 확고하게 구축된 캐릭터와 상징적인 이미지가 모바일에서 통하는 영역”이라고 봤다. 방송 제작자들의 입장에선 어느 쪽도 소홀할 순 없다. 현재는 TV로 모바일 세대를 유입하면서도 두 매체의 서로 다른 세대를 포용하는 공존 방향을 내놓고 있다. “TV가 코미디의 틀에서 나온 이야기를 선보이면서 모바일에서 인기 높은 재미있는 캐릭터 위주의 코너를 아우르는”(박성재 PD) 방식이다. ‘개콘’의 역시 “젊은 사람들의 코드에 맞는 코너와 보수적인 TV 시청자가 공감하는 코너의 공존”을 방향성으로 세웠다.

시청환경의 변화로 인해 프로그램의 홍보전략도 달라졌다. 초대손님 조차 ‘스포일러’라며 함구했던 이전과는 달리 코미디 프로그램의 경우 네이버 TV캐스트나 SNS 등을 적극 활용한다. 공개 코미디 녹화에서 인상적이었던 방청객 반응을 본방송에 앞서 사전공개하고, 각 프로그램의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코너별 영상을 올려 입소문을 낸다. 이재우PD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영상을 본 젊은 사람들이 거꾸로 TV로 유입되는 순환구조를 가져가기 위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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