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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TF취재기] '자화자찬'은 포석, 슈틸리케 감독의 뼈있는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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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있는 한 마디' 슈틸리케 감독이 13일 자메이카와 평가전에서 3-0 완승을 거두고 의미 있는 '돌직구'를 날렸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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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이카전 완승!…아쉬운 관객 수는 아쉬움, 강팀과 평가전은 '숙제'

[더팩트ㅣ서울월드컵경기장 = 이성노 기자] 가을 바람이 유난히도 매섭게 느껴진 13일. 상암벌만큼은 예외였습니다. 출항 1년을 맞은 슈틸리케호는 2015 북중미 골드컵 준우승팀인 자메이카를 상대로 한 수 위의 기량을 자랑하며 승전고를 울렸습니다. 하프타임 때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설기현(36)이 후배들의 축하를 받으며 정들었던 그라운드와 이별을 고했습니다. 경기장을 찾은 2만여 관중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추위를 잊은 채 90분 내내 '대~한민국!'을 외치며 태극전사들에게 힘을 북돋아 줬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밤이네요.

한국은 2015 북중미 골드컵 준우승에 빛나는 '난적' 자메이카를 상대로 지동원, 기성용, 황의조의 연속골을 묶어 3-0 완승을 챙겼습니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한 판이었습니다. 대표팀은 지난해 10월 10일 파라과이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부임 1주년 경기에서 완벽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해줘야 할 선수들'의 활약이 눈에 띕니다. 약 7개월 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지동원은 오랜만에 골 맛을 봤고, 지난 쿠웨이트전에서 조금은 부진했던 기성용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페널티킥으로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올해 K리그에서 성남 FC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황의조 역시 A매치 첫 골을 신고했죠. 더불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룩했던 설기현의 은퇴식이 열렸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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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은퇴식! 설기현이 자메이카전에서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 / 서울월드컵경기장 =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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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완벽하게 보였던 자메이카전. 슈틸리케 감독 역시 경기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큰 만족감을 보였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완벽한 승리였다. 상대가 신체조건 스피드 좋아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으나 준비를 잘했다. 선수 개인이 아닌 '팀'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모든 선수가 제 몫을 해줬다"며 만족감을 보였습니다.

이어 승리에 한껏 고무된 슈틸리케 감독의 '자화자찬' 시간이 이어졌다. 그는 "지난해 부임 후 4경기에서 2승 2패를 기록했다. 이후 점차 팀이 안정을 되찾았고, 올해는 14승 3무 1패의 성적을 냈다. 이런 기록들은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며 얻은 결과다. 더 많은 득점 기회, 세트 피스, 높은 점유율 등 기록적으로 나타나 있다"면서 "놀라운 것은 18번의 A매치에서 15번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제가 한국 축구 역사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예전에 이런 기록이 나왔는지 궁금하다"며 '건방 아닌 건방?'을 떨었습니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감독으로 충분히 자격 있는 '건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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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한 완승! 한국이 지동원-기성용-황의조의 연속골에 힘입어 자메이카를 3-0으로 제압했다. / 서울월드컵경기장 =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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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은 따로 있었습니다. 자화자찬은 '돌직구'를 위한 발판이었던 거죠. "선수들은 경기장을 찾은 관중뿐 아니라 TV로 경기를 본 시청자에게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우리는 더 많은 관중이 올 자격이 있는 팀이다. 앞으로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5000만 팬들에게 대표팀을 향한 지지를 바랐습니다.

실제로 경기가 치러진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조금은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약 6만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경기장이지만, 이날 관중석을 채운 팬은 2만 8105명에 '불과?' 했습니다. 올 시즌 K리그 슈퍼매치(FC 서울 vs 수원 삼성) 평균 관객 수(3만 1541명)에도 못 미치는 수치였습니다. 벤치에서 텅 빈 관중석을 본 슈틸리케 감독이 이를 놓치지 않았던 거죠.

한 발 나아가 대한축구협회에도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이 더 나아가기 위해선 오늘(자메이카전)과 같은 A매치가 필요하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그는 "익숙하지 않은 상대와 더 많이 붙어봐야 한다. 앞으로 월드컵 예선 일정이 많이 남아있지만, 내년 6월 두 번의 평가전에서 강한 상대와 맞붙고 싶다.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지만 대한축구협회는 미리 좋은 상대를 정해 섭외했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강한 상대와 경기를 하면 패배 가능성이 크지만, 우리에게 이런 대결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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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돌직구! 슈틸리케 감독이 자메이가전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서울월드컵경기장 =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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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속 시원한 발언입니다. 제아무리 대표팀 수장이라도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협회에 직설적으로 요구 사항을 말하는 감독은 흔치 않기 때문이죠. 슈틸리케 감독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대표팀은 올해 14승 3무 1패의 성적을 냈습니다. 그리고 18번의 A매치에서 15번이나 무실점 경기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강팀과의 대결은 많지 않았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파라과이, 코스타리카를 제외하면 대부분 익숙한 아시아권 상대가 즐비합니다.

부임 후 1년. 국내외, 1~2부 리거들까지 수많은 선수를 호출하며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침체된 한국 축구에 활기를 불어넣은 슈틸리케 감독입니다. 아시안컵 준우승, 동아시안컵 우승, 월드컵 예선 4연승 등 눈에 보이는 성과에 절대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이 대승에 취하지 않고 '뼈있는 돌직구'를 던진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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