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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TV로 돌아온 엄마들…"보통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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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부탁해요 엄마', MBC '엄마', MBC '내딸, 금사월'

부성애 트렌드 이어 '엄마' 내세운 작품 잇따라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엄마들이 돌아왔다. 그런데 돌아온 엄마들이 보통이 아니다.

조건없는 사랑을 퍼붓는 모성애의 화신을 생각하면 곤란하다. 자식들을 차별하기도 하고, 늦사랑을 하기도 하고, 복수도 한다.

한동안 대중문화계를 점령했던 '부성애' 코드가 지나간 자리에 엄마를 내세운 작품들이 돌아왔다.

지난 15일 시작한 KBS 2TV '부탁해요 엄마'를 필두로, 다음 달 5일 나란히 선보이는 MBC TV '엄마'와 '내 딸, 금사월' 등 지상파가 잇따라 엄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주말극을 편성했다.

남녀노소를 공략하는 주말극장이 이처럼 일제히 엄마 이야기로 돌아서면서, 안방극장에서 늘 중요한 주제였지만 잠시 잊고 있던 모성애와 엄마의 삶이 무대 중앙으로 걸어들어왔다.

◇ 돌아온 엄마, 많이 달라졌네

작년 영화 '국제시장'·'허삼관 매혈기', KBS 2TV '가족끼리 왜이래'를 필두로 '아버지'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그 전 드라마 '내딸 서영이'나 영화 '가시고기', 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 등까지 엮어 무대 뒤에 있던 아버지들의 인생과 노고를 조명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지금도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TV '아빠를 부탁해' 등 아버지가 주인공인 콘텐츠는 이어진다.

하지만, 이들 '아버지 콘텐츠'는 주식이 아닌, 별미의 느낌이 강하다면, '엄마 콘텐츠'는 늘 먹고 있고 누구나 먹고 있기에 새롭지 않아 보이지만 그 보편성에서 파급력과 울림이 한층 강한 소재라는 점에서 동서고금 스테디셀러로 흥미를 자아낸다.

'부탁해요 엄마'와 '엄마', '내 딸 금사월'은 저마다 기존 엄마 이야기에 변주를 가하며 시청자를 잡기 위해 경쟁을 펼친다.

세 주말극 중 '부탁해요 엄마'는 가장 '올드'한 엄마의 모습을 선보인다.

무조건적으로 장남만 편애하는 엄마와 외동 아들에게 인생을 건 홀시어머니의 모습은 지금껏 숱한 드라마에서 보아온 캐릭터다.

그러나 드라마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진애(유진 분)가 앙숙이자 '옛날 사람'인 엄마 산옥(고두심) 대신 선망의 대상으로 삼았던 영선(김미숙)을 시어머니로 모시게 되지만, '불곰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상황을 그리게된다.

사회에서는 멋지기만 했던 영선이 시어머니가 되니 '마녀'로 돌변하고, 고부갈등은 친정엄마와의 갈등에 비할 바가 아니게 된다. 드라마는 이 과정에서 진애가 좌충우돌 갈등을 극복하고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를 모두 이해하게 되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제작진은 '니들이 엄마를 알아? 니들도 내 입장 돼 봐!'를 모토로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짠한 엄마 본색을 지닐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엄마'는 사별 후 혼자 4남매를 키우며 살아온 정애(차화연)가 이만하면 내 인생은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식들로부터 연이어 뒤통수를 맞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갑자기 아들, 딸, 며느리까지 한통속이 돼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을 시집보내려고 하자 정애는 온 집안 유리창을 다 박살내고 집을 나간다.

"에라, 이 천하에 못된 것들! 나 지금부터 니들 엄마 안한다!"고 선언한 정애는 효도는 안 하고 유산만 탐내는 자식들을 상대로 복수전을 펼치게 된다.

제작진은 "부당한 희생이나 감사함을 모르는 헌신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엄마의 자식들을 상대로 한 유쾌한 복수전을 통해 엄마와 자식 간 화해의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출생의 비밀과 복수를 양 축으로 막장 드라마의 색깔을 강렬하게 띠는 '내 딸, 금사월'은 이중 가장 도발적인 엄마의 모습을 선보인다.

오해 끝에 첫사랑과 헤어진 득예(전인화)가 사기 결혼을 당하고, 그러한 사실을 뒤늦게 안 뒤 25년에 걸쳐 치밀한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로, 득예가 발톱을 감춘 채 현모양처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드라마는 그런 득예와 그가 낳고는 버릴 수밖에 없었던 금사월(백진희), 두 여자의 인생 스토리를 따라간다.

제작진은 "상대에 대한 복수와 욕망과 이기심 때문에 옳지 않은 방법으로 책임지지 못할 자식을 낳았지만, 결국 자신이 저지른 죄는 반드시 제 손으로 씻어야 하는 게 삶의 천형이고 숙명이라는 걸, 진지하게 되짚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 고두심·차화연·전인화·김미숙의 연기 대결

이렇듯 엄마 이야기가 동시에 선보이면서, 베테랑 중견 여배우들의 연기 대결도 펼쳐지게 됐다.

'부탁해요 엄마'에서 고두심과 김미숙은 180도 다른 듯 하지만 알고 보면 같은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에도 '전설의 마녀'와 '상류사회'에서 극과 극의 상반된 어머니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선보이는 등, 그간 숱한 어머니상을 선보였던 고두심은 이번에는 야무지고 예쁜 딸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장남만을 싸고도는 '옛날 엄마'를 연기한다.

역시 '기분 좋은 날'과 '여왕의 꽃' 등을 통해 다양한 엄마 상을 제시했던 김미숙은 이번에는 '저런 분이 우리 엄마라면 얼마나 좋을까' 꿈꾸게 할 만큼 쿨한 모습이지만 막상 시어머니가 되자 본색을 드러내는 '외동아들 바보' 엄마로 돌변한다.

재벌가 세련된 사모님도, 자상한 서민 엄마도 모두 어울리는 차화연은 '엄마'에서 억척 엄마로 돌아온다. 자식에 대한 배신감에 몸서리치지만, 늦사랑의 로맨스도 진하게 펼치게 된다.

'전설의 마녀'에서 엄마 연기를 하면서도 여전한 미모를 뽐내 감탄을 자아냈던 전인화는 '내 딸, 금사월'에서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온화하고 반듯한 아가씨에서 가슴에 칼을 품은 복수의 화신까지 소화하게 된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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