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권혁에게 물었다. '큰 점수차 등판, 어떤가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김경윤기자]한화와 두산의 경기가 열린 28일 잠실구장. 한화는 경기 초반 상대 선발 장원준을 난타했다. 1회 2점, 3회 3점, 4회 1점을 더하는 등 5회까지 8-2로 리드했다. 한화의 공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8회에 두 점을 더해 10-2로 도망갔다. 두산은 백기를 들었다. 8회말 공격에서 김현수, 로메로를 빼는 등 중심타자들을 백업으로 교체했다. 사실상 끝난 경기였다. 그런데 다소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포착됐다. 한화의 9회말 마지막 수비에서 나온 투수는 권혁이었다. 권혁은 이날 경기 전까지 80.2이닝을 던져 국내 불펜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핵심불펜을 아낄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권혁을 등판 시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화 김성근 감독, 그리고 권혁 본인에게 물었다.

스포츠서울

[잠실=스포츠서울 최재원선임기자]한화의 김성근 감독이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경기에서 10-2로 승리한 뒤 환호하는 한화팬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 shine@sportsseoul.com


◇한화 김성근 감독 “권혁 등판, 경기가 복잡해 질 것 같았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후 권혁을 등판시킨 이유에 대해 “그 상황에서 누구를 등판시킬 지 고민했다. 내 머릿 속에 권혁 밖에 없더라. 다른 투수를 등판시키면 경기가 복잡해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어 “권혁은 우리팀의 마무리 투수다. 앞으로도 계속 이기는 경기에 등판한다”고 말했다. 이길 수 있는 경기는 끝까지 전력을 투입해 확실한 1승을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일명 ‘가비지 타임’ 없이 올시즌을 운용하겠다는 방안이다.

김성근 감독이 점수 차에 상관없이 핵심불펜 기용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있다. 김 감독은 올시즌 초반, 한 경기를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바로 4월 10일 사직 롯데전이다. 당시 한화는 2-8로 뒤지고 있다가 8회에 1점, 9회에 5점을 추가하며 극적으로 8-8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11회초 김태균의 솔로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사실상 끝난 경기였다. 김 감독은 11회말 마지막 수비 2사 1루에서 51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던 권혁을 내리고 송은범을 내세웠다. 그런데 송은범은 장성우에게 초구를 공략당해 굿바이 우월 2점 홈런을 내줬다. 롯데에겐 더없이 극적인 경기였지만 한화는 최악의 악몽이었다. 이틀 뒤 한화와 롯데는 황재균에 대한 이동걸의 고의 사구로 벤치클리어링을 벌이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은 4월 10일 경기를 마치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당시 “긴장감을 경기 끝날때까지 조금도 풀어서는 안 되겠다고 느꼈다. 이제부터는 끝까지 전력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경기의 흐름이 확실하게 넘어왔다고 생각해도 핵심불펜을 투입해 상대팀에게 뒤집기의 여지를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이 경기 이후 김 감독은 점수차에 개의치 않고 윤규진, 박정진, 권혁, 송창식 등 주력 선수들을 출격시키고 있다. 한화는 현재 47승 43패 승률 0.522로 5위를 달리고 있다. 2008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스포츠서울

[잠실=스포츠서울 최재원선임기자]한화 권혁이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경기 9회말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shine@sportsseoul.com


◇권혁 “큰 점수차에서의 등판, 빨리 던지려 노력해요”



28일 두산전이 끝난 뒤 만난 권혁은 어깨에 얼음을 감싼 채 땀을 많이 흘리고 있었다. 많이 힘들어 보였다. 그는 이날 1이닝을 소화해 올시즌 81.2이닝을 던졌다. 2004년 기록한 본인의 개인 최다 이닝(81)을 뛰어넘었다. 현 추세를 이어간다면 올시즌 120이닝 정도를 소화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권혁은 본인의 최다 이닝 돌파에 대해 “아픈 부위가 없다는 게 다행스럽다. 여름이 되면 체력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직까진 괜찮은 것 같다. 지금까지의 과정도 중요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권혁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불안감과 걱정으로 차있다. 이미 많은 이닝을 소화했음에도 점수차에 출격 명령을 받고 있는 권혁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권혁은 ‘큰 점수차에 등판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점수가 많이 난 경기는 아무래도 야수가 지쳐있을 가능성이 많다. 오늘 경기도 무더위 속에서 야수들이 지쳤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인터벌을 줄여)빨리 던지려 했다”고 말했다. 본인의 입장보다는 팀 동료들의 입장에서 공을 던졌다는 답변이었다. 권혁은 ‘본인의 한계가 어디쯤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생각해보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bicycle@sportsseoul.com



▶심심하면 들어와~ SS '인기 무료만화'
▶톡톡튀는 기사를 원해? '칼럼&기획'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