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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TF취재기] '바르사 듀오'이승우-백승호에 대한 관심, 축복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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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르사 듀오!' 이승우(오른쪽)와 백승호는 JS컵 내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 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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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U-18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올림픽 대표팀도 대회를 앞둔 상황이 아니고서는 이렇게까지 주목을 끌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대표팀 자체에 관심이 쏠리던 과거와 지금은 조금 다른 분위기입니다. 대표팀이 아닌 '바르사 듀오' 이승우와 백승호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한국을 넘어 세계가 인정하는 '재능'들이 태극 마크를 달고 뛰는 장면에 축구 팬들은 열광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22일 파주NFC에서 열린 U-18 대표팀의 훈련에는 방송, 사진, 취재기자를 더하면 3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습니다. A 대표팀 못지않은 취재 열기였습니다.

대부분이 이승우와 백승호를 보기 위해 파주를 찾았습니다. 기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이승우와 백승호는 팀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한 경기력이었습니다. 30분씩 3쿼터로 나눠 진행된 경주 한수원과 연습경기에서 '바르사 듀오'는 2쿼터와 3쿼터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진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날 눈에 뛴 선수는 박한빈과 김대원이었습니다. 중원을 지킨 박한빈은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공수 연결고리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김대원은 왼쪽을 활발히 누비며 골까지 터뜨렸습니다. 재능이 많은 선수들이 포진한 대표팀이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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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시간.' 안익수 감독이 지난달 22일 경주 한수원과 연습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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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관심은 언론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관심은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과 경기장을 찾는 관중으로 이어졌습니다. 많은 축구 팬들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았습니다. 경기장에 오지 못한 팬들은 중계를 통해 경기를 봤습니다. 이승우와 백승호가 뛰는 경기를 보며 즐거워했습니다.

팬들의 관심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됩니다. 좋은 경기력을 보이겠다는 의지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파주에서 만난 선수들은 저마다 관심을 기회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축구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겠다는 생각으로 의지를 높였습니다.

우루과이와 1차전에서 팬들의 눈을 사로잡은 선수는 임민혁과 한찬희였습니다. 대회를 개최한 박지성 이사장의 후배인 임민혁(수원공고)은 전반 33분 그라운드를 밟았습니다. 번뜩이는 패스와 드리블 실력으로 막혀있던 공격의 혈을 뚫었습니다. 이동준의 결승골을 절묘한 패스로 도왔고 후반 중반 뒤꿈치를 이용한 현란한 드리블을 보였습니다. 임민혁은 경기가 끝나고 "의도한 드리블이었다. 자주 그런 플레이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찬희는 공수를 오가며 좋은 활약을 보였습니다. 초등학교 때 백승호와 함께 최고 유망주로 꼽힌 그는 부상을 이겨내고 번뜩이는 재능을 뽐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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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박지성 후배!' 임민혁은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에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했다. / 수원월드컵경기장 = 이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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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 벨기에와 경기에서는 김정환이 날아올랐습니다. 제2의 이청용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재기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순식간에 이뤄지는 방향 전환으로 수비진을 무너뜨렸습니다.

하지만 1, 2차전이 치러지는 동안,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몇몇 선수가 이승우에게 패스를 하지 않는다는 누리꾼들의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벨기에전 도중 특정 선수가 포털사이트 1위를 차지하는 기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는 '김대원'이었습니다. 2차전이 끝나고 김대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고 믹스트존을 빠져나갔습니다.

김대원은 파주NFC에서 열린 경주 한수원과 원정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승우와 호흡은 완벽과 거리가 있었습니다. 자리가 자주 겹쳤고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에도 한계가 있어 보였습니다. 이런 문제점은 경기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느낀 김대원은 착한 심성을 지닌 선수였습니다. 벨기에전에서 전반 이른 시간에 교체로 나갈 때도 관중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한 김대원입니다. 프랑스전에서 상대 선수가 넘어졌을 때도 다가가 상태를 묻는 선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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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원과 이승우.' 김대원(왼쪽)은 이승우에게 패스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 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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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3차전에서 프랑스에 0-1로 졌습니다. 우승을 노린 안익수호는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승우와 백승호가 선발 투톱으로 출전했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프랑스전에서 돋보인 선수는 송범근이었습니다. 송범근은 프랑스의 슈팅을 연신 막아내는 놀라운 선방쇼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후반에는 김대원이 맹활약했습니다. 김대원은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대를 강타했습니다. 빠른 드리블로 공격 선봉에 섰습니다. 김대원은 최근 절정의 기량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러시아 대회에서 MVP로 뽑혔습니다. 김대원은 3차전 활약으로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했습니다.

하지만 3차전에서는 새로운 타깃이 생겼습니다. 3경기 연속 이승우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은 강지훈이었습니다. 강지훈은 러시아 대회에서 4골로 공동 득점왕에 오를 정도로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다소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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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열린 프랑스와 3차전은 1만 1300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 수원월드컵경기장 = 이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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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종적으로 비난의 화살은 안익수 감독에게 향했습니다. 1, 2차전에서는 이승우와 백승호를 선발로 기용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고 3차전에서는 백승호를 공격수로 기용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안익수 감독은 이번 대회 기간에 "승우와 승호는 팀의 일부다"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팬들과 언론은 이승우와 백승호를 팀의 일부가 아닌 전부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안익수 감독은 단순히 팀원 가운데 하나로 생각한다고 밝힌 셈입니다. 안익수 감독은 "팀을 만드는 과정이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감독은 항상 비판과 칭찬 사이에 있는 직업입니다. 선수 기용은 감독의 권리입니다. 그리고 성적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좀 더 시간이 흐른 뒤 건전한 비판이 있길 바랍니다.

팬들의 관심은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과 경기장을 찾는 관중으로 이어지고 동기부여가 됩니다. 좋은 경기력을 보이겠다는 의지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JS컵에서 보인 팬들의 관심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승우와 백승호에게 집중됐습니다. 둘을 빼곤 모두 비난의 대상이 됐습니다. 이승우가 U-18 대표팀에 합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시행착오가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비난의 불똥이 주변 선수들에게 튀는 것은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낳습니다.

U-18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고 뉴스를 확인한다고 말했습니다. 감정을 담은 악성 댓글은 예민한 시기의 우리 미래의 '재능'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라운드에서 승리하고 싶은 것은 선수들의 당연한 마음입니다. 이승우와 백승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U-18 대표팀 전체로 확장돼 큰 의미의 축복이 되길 바랍니다.

[더팩트ㅣ수원월드컵경기장 = 이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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