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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현장리포트] MLB 시범경기, 축제의 옷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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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美 브레이든턴) 김원익 기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시범경기는 진정한 의미의 축제다. 승패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다가올 시작을 능동적으로 기다리는 즐거움으로 가득 찬 경기장이었다. 올 시즌 자신이 응원할 팀의 내밀한 속 사정을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팬들은 진정 행복해 보였다.

메이저리그는 4일(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경기 등을 시작으로 시범경기 일정에 약 한달 이상의 시범경기 일정에 돌입했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는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의 2개 주에서 각각 그 중의 명물인 자몽과 선인장을 따서 그레이프프루트 리그와 캑터스 리그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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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시범경기 홈개막전이 열린 5일 맥케크니 필드는 만원관중으로 장관을 이뤘다. 사진(美 브레이든턴)=옥영화 기자


강정호가 속해있는 피츠버그는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그레이프프루트 리그에 속해 있고 류현진의 LA다저스와 추신수의 텍사스 레인저스는 애리조나의 캑터스 리그 소속이다. 40인로스터에 포함돼 메이저리그 승격을 노리고 있는 최지만의 시애틀 매리너스는 캑터스 리그, 이학주의 템파베이 레이스는 그레이프 프루트리그 소속이다.

이처럼 리그로 나뉘어 진행되는 시범경기는 공식경기로 집계될 정도로 의미가 남다르다. 보통 메이저리그 팀들의 스프링캠프지이면서 마이너리그 레벨의 홈구장인 각 지역에서 열리는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팬들도 상당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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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美 브레이든턴)=옥영화 기자


경기가 플로리다와 애리조나 주 두 곳에서 몰려서 진행되는 덕분에 팬들도 상당히 많이 들어찬다. 특히 정규시즌에는 서로 리그가 달라 맞붙기 어려운 내셔널리그팀과 아메리칸리그 팀들의 조우나 정반대의 서부지구팀과 동부지구 팀들의 맞대결도 성사되기 때문에 야구팬들의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특히 주전 선수들은 물론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신예들과 초청선수까지 한 시즌 구단의 전력으로 활약할만한 다양한 선수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직접 경기를 관전하려는 팬들의 열기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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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시범경기 홈개막전이 열린 5일 맥케크니 필드는 만원관중으로 장관을 이뤘다. 사진(美 브레이든턴)=옥영화 기자


실제로 현장에서 취재한 시범경기의 열기는 정규리그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3일 플로리다 브레이든턴에 위치한 피츠버그의 시범경기 홈구장인 맥케크니필드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은 정식경기가 아님에도 3000여명의 관중이 몰려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자선경기를 겸해 치러진 청백전은 현지시간으로 무더운 정오에 시작했지만 입추의 여지도 없이 관중석이 꽉 들어찼다.

비공식 경기임에도 시구와 국가제창 등의 식순이 정식으로 진행되는 사뭇 진지한 분위기였다.

4일 더니든에 위치한 플로리다 오토익스체인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와 토론토의 시범경기 개막전의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호세 바티스타, 에드윈 엔카나시온, 러셀 마틴 등의 중심타자와 미래의 1선발 후보로 꼽히는 영건 투수 아론 산체스가 모두 선발로 나서는 경기를 보기 위해 몰려든 토론토 팬들의 푸른 물결로 경기장 인근은 장관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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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美 더니든)=김원익 기자


당연히 이날 경기도 매진이었다.입장권의 가격은 홈플레이트 백스톱 뒤쪽의 가장 좋은 프리미엄석이 32달러, 홈에서 가장 먼 1루쪽 끝자리가 17달러였다. 미국내 스포츠 경기의 입장권 가격을 감안한다면 저렴했다. 하지만 4인 가족 기준 시범경기를 관람하는데 드는 비용이 약 100달러(한화 11만원)가 넘는다면 그리 싼 비용도 아니었지만 관중들은 입장권을 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범경기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플래카드를 들고 도로 인근에서 지나는 관중들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경기장 전체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축제였다. 삼삼오오 몰려든 관중들은 경기장내에서 판매하는 간단한 음식과 주류를 즐기며 떠들썩한 시간을 보냈다. 각종 간이식당에는 맥주 한잔과 핫도그를 벗 삼아 야구 이야기를 나누는 팬들로 가득 찼고, 자리를 잡지 못한 팬들은 경기장 인근의 잔디밭에 모여 앉아 간단한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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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클레멘스의 유니폼도 경매로 나왔다. 사진(美 더니든)=김원익 기자


플로리다 오토스타디움의 경기장 연식은 수십년은 족히 넘어보였다. 군데군데 낡은 곳이 많았다. 이날 강정호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방문한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은 과거 코치 연수를 받으며 이 구장을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허 위원은 “수십년은 된 건물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홈팀이 3루쪽 더그아웃과 라커룸을 사용했는데 공간이 협소해 1루 쪽을 수리해 현재는 쓰고 있다”며 과거의 기억을 풀어놨다.

그러면서 허 위원은 “시범경기와 마이너리그 경기를 유치하기 위해 더니든 시 역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토론토 구단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시설도 수리하고 새 단장을 했다고 들었다. 시범경기의 유치는 지역내에서도 아주 중요한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토는 3회까지 6점을 내주며 끌려간 이후 추가점까지 내줬지만 차근차근 따라붙으며 피츠버그를 거세게 추격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이 소란스러워진 것은 당연지사. 경기 결과는 7-8로 끝났지만 만족스러운 경기를 본 토론토의 팬들은 기분 좋게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원정을 온 피츠버그 팬들은 의기양양한 발걸음이었다. 강정호는 이날 공식경기 데뷔 홈런 포함 2타수 1안타(1홈런) 1볼넷 1타점을 기록하면서 유격수로도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는 등, 공수에서 맹활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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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 전 간단한 음료와 주류, 음식 등을 즐기고 기념품을 사고 있는 관중들. 사진(美 브레이든턴)=옥영화 기자


5일 맥케크니필드에서 다시 토론토를 상대로 열린 피츠버그의 홈개막전 열기도 마찬가지로 뜨거웠다. 경기 시작 시간 오후 1시보다 훌쩍 이른 2~3시간 전부터 관중들이 들어찼다. 상대적으로 3루쪽에 토론토의 팬들의 숫자가 상당히 많은 것이 인상적인 장면. 피츠버그와 토론토의 팬들 역시 경기장 내 다양한 시설들을 이용하며 사뭇 화기애애하게 경기 시작 전 시간을 보냈다.

안팎에서 이벤트도 풍성하게 열렸다. 메이저리그 전직 선수들의 모임에서는 선수들의 사인이 포함된 각종 야구 용품과 역사적인 사진들의 경매를 진행했다. 이 경매를 통해 모인 금액은 전직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재사회화 과정을 돕고 각종 불우이웃돕기에 쓰여지는 등 사회환원에도 쓰인다.

4회 말을 앞두고 경기장서 진행된 이벤트 타임에는 피츠버그의 마스코트 파이어리츠 패럿이 구단 직원들과 함께 새총으로 관중석에 선물을 쐈다. 바로 선수들의 사인이 포함된 유니폼, 글러브, 공 등의 각종 야구 용품이었다. 시범경기서 뜻밖의 기회를 접한 팬들은 경기장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르며 파이어리츠 패럿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애썼다. 새총의 조준이 형편 없었기에 채 펜스도 넘기지 못하고 용품이 그라운드에 떨어졌지만 팬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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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와 토론토의 시범경기 개막전 라인업. 사진(美 더니든)=김원익 기자


이틀 동안 열린 경기서 선수들은 정규리그 실전과 같이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펼쳤다. 아직 투수와 타자 모두 페이스가 올라오진 않았기에 ‘베스트’의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어디에도 대충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환호를 보내는 만원 관중들이 있기 때문으로도 보였다.

시범경기의 승패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좋아하는 야구 선수들을 가까이서 접하고 즐기며 가족, 친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여가시간. 바로 축제의 옷을 입은 그 모습이 메이저리그의 시범경기였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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