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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한수진의 SBS 전망대] "슈틸리케, 한국 축구 고질적 문제 제대로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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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 한수진/사회자 :

이럴 때 정말 완승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맞겠지요? 어제(26일) 열린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대한민국이 이라크를 2: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습니다. (해당 기사 보러 가기) 사실 그동안 약체 팀들과의 답답한 경기 탓에 이기고도 그렇게 속 시원한 느낌은 없었는데요. 오랜만에 축구팬들에게 통쾌한 기쁨을 선물했습니다.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 눈앞에 와있습니다.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경향신문의 김세훈 기자님, 어서 오십시오.

▶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 주셨어요. 역시 이겼기 때문에, 졌으면 안 나오셨겠죠?

▶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

할 말도 많고요. 그래서 나왔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

어제 경기내용 한번 정리해주시죠.

▶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

우리나라 대표팀은 어제 4강전 이라크와의 경기를 가졌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2:0으로 승리를 했고요. 이전의 경기보다는 경기력 면에서도 상대를 조금 많이 압도했던 그런 경기입니다. 전반 20분 이정협의 헤딩 결승골, 조금 빨리 나오면서 안정으로 치달았고요.

또 후반 시작하자마자 수비수 김영권의 추가골이 터지면서 우리가 승리를 했습니다. 우리가 아시아의 맹주라고 얘기 하지만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게 1956년 1회 대회, 1960년 2회 대회 이후에 우승이 없습니다. 이제 토요일에 결승전을 치르게 되는데요. 한판만 이기면 55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서게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

어때요? 김세훈 기자님, 딱 보면 팀의 분위기라는 게 보인다면서요?

▶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

네. 이런 대회를 치를 때마다 사실 멤버로 축구를 하는 건 전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요. 선수들이 얼마나 단합이 되고 준비가 잘 되고 열심히 하냐. 조직의 공통된 목표를 위하여 선수들이 희생하면서 정말 자기 몫을 다 하냐, 그게 중요한데 이번에 경기를 보시면서 우리 축구팬들은 경기를 왜 이리 못해? 이 전까지의 경기를 이렇게 보시면서 이거 뭐 감독 잘못 뽑은 거 아니냐. 역시 이청용이나 구자철의 공백이 너무 큰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셨을 텐데요. 대회를 치르면 지금 시기가 우리나라 선수들이 재기를 발휘하기 어려운 시기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뛰는 선수들, 일본이나 중동,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은 지난해 11월까지 리그를 마치고 와서 2주 쉬고, 제주도에서 1주일을 훈련하고, 또 1주일을 쉬고, 1월에 호주로 넘어가서 경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이런 선수들은 리그를 치르다가 12월은 거의 풀로 쉬거든요. 그리고 1월부터 몸을 천천히 끌어올립니다. 선수들이 쉬지도 못하고 바로 실전을 치르는 거예요.

그러니까 대회 초반 같은 경우는 경기력이 안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고, 또 유로파 선수들은 아직 있지만 손흥민이나 기성용, 이청용 이런 선수들만 주전이나 주전급으로 뛰고 있지 다른 선수들은 후보입니다. 지금 그런 선수들이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사실 좋은 기량을 보이기는 좀 어려운데요. 경기가 어렵게 1:0으로 이기고 또 볼 점유율도 많이 뒤지고 하면서 선수들이 좀 더 긴장을 하고 있는 상태죠.

어제 이라크 경기 같은 경우는 저는 좀 걱정했던 게 의외로 상대가 이란이 아니라 이라크가 올라오니까 약간 느슨하게 초반에 경기를 했으면, 그러면서 골을 내줬으면 상당히 꼬일 수 있는 경기였는데 우리나라 선수들이 초반에 바짝 했고요. 그러면서 이정협 선수의 골이 좀 빨리 나오고 우리가 초반에 방심하지만 않으면 쉽게 끝낼 수 있는 경기예요.

▷ 한수진/사회자 :

아이고, 우리 군인 아저씨 이정협 선수 말이죠, 아무래도 선제골이 비교적 빨리 터져줬기 때문에 경기가 쉽게 풀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

제가 말씀드린 대로 선제골이 빨리 나오지 않았으면 꼬일 수 있는 그런 경기였는데요. 이정협 선수가 이번 대표팀에 처음으로 발탁이 되서 벌써 이번 대회 두 골을 넣었고요. 처음에 발탁될 때에는 국내 지도자들이 갸우뚱했습니다. 국내 지도자들도 대표급이 아니라고 하는 선수를 왜 뽑았냐?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사실 적지 않았거든요. 제가 봤을 때 슈틸리케 감독은 키 큰 원톱 공격수 하나 있어야 된다, 이동국이나 김신욱이 부상으로 뛰지 못하니까요.

그러니까 이정협이 정말 좋은 선수라기보다는 제가 보기에는 키 큰 원톱형 선수 하나쯤 있어서 시간이 없을 때는 공중 볼의 헤딩으로 볼이 나왔을 때 노려야하는 하나의 그 옵션이 필요한 건데 그 옵션으로 그 선수를 데려간 거죠.

그런데 이정협 선수가 꾸준히 해주고 하면서, 또 대회를 치르면서 본인도 그런 이야기를 해요. 선수들의 연계 플레이가 처음엔 어려웠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지고 있다. 이러면서 선수가 자신감도 찾고, 골도 넣고 하니까요. 이렇게 조금 신데렐라 같은 선수를 감독이 뽑아서 그 선수가 잘 될 때 그럴 때 다른 팀이나 다른 선수들에 대한 경계가 될 수도 있고 희망도 될 수가 있죠.

▷ 한수진/사회자 :

이정협 선수, 참 좋은 것 같고요. 그리고 차두리 선수, 지난 8강전 후반전에서 무시무시하게 달렸잖아요.

▶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

예, 한 70미터 돌파를 했었죠.

▷ 한수진/사회자 :

이번에는 예상을 깨고 선발로 나왔어요.

▶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

선발로 뛰는 거는 전략적이나 전술적으로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일단 몸이 안 되면 축구에서는 선발로 못 나옵니다. 아시겠지만 연장까지 가도 교체카드가 세 장밖에 안되기 때문에 몸이 안 되는 선수를 일단은 뭐 뛰게 해보자 이거는 안 되거든요. 차두리 선수가 지금 만으로 서른다섯,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를 은퇴한다고 하는 그런 상황인데요. 몸이 좋기 때문에 일단 선발로 나섰고요.

그리고 이 경기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칫 조금 방심하거나 느슨해지면, 그래서 우리가 선제골을 내주게 되면 이라크가 승부차기를 상당히 잘하는 팀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그렇게 어려운 경기를 할 수 있으니까 베스트 멤버들을 전부다 출전을 빨리 좀 시켜서 승부를 일찍 맺어지게 하자. 그런 뜻으로 차두리 선수가 처음에 나온 것 같습니다. 뭐 결승에도 제가 보기에는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 같고요.

▷ 한수진/사회자 :

선발로 그냥 가는 거군요?

▶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

결승에는 일단 뭐 누가 되든 몸 상태가 가장 좋은 선수가 나올 겁니다. 차두리 선수도 지금 뛰는 거 보니까 전혀 뭐 저 나이에 은퇴를 하냐?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잘하고 있죠.

▷ 한수진/사회자 :

은퇴, 다시 생각해봐야 됩니다. 이번에 너무 멋있어요. 그리고요, 김세훈 기자님, 수비진도 칭찬해 줘야하죠? 한 골도 안 먹었잖아요.

▶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

지금 다섯 경기에서 한 골도 내주지 않고 있고요. 이전에 사우디전까지 평가 포함하면 여섯 경기 연속 무실점입니다. 우리 대표팀이 25년 만에 여섯 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하고 있는데요.

▷ 한수진/사회자 :

25년 만에요? 이것도 기록이네요.

▶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

그런데 모든 분들이 이렇게 얘기하죠. 어제 경기를 보고 다 집중력도 좋고 하는데 수비가 불안하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물론 불안은 합니다. 제가 봐도 조금은 불안한 건 있는데.

▷ 한수진/사회자 :

이따금씩.

▶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

전 수비불안을 지적을 해야 하고 고쳐야 되는 건 맞는데요. 세계 최강팀이 못하는 팀과 해도 위기 한두 번은 꼭 맞습니다. 우리 대표팀도 마찬가지예요. 위기는 한두 번은 맞을 수 있는데 그 때 골을 내주냐 안 내주냐가 중요한데 우리가 운도 좀 따르고 하면서 골을 지금 안 내주고 있는 상황이에요. 우리가 완벽하게 아시안컵 팀을 만나서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무실점으로 틀어막긴 사실 어렵습니다. 축구가 사실 그런 것도 아니고요.

우리 선수들이 고비도 잘 넘기고 하는데 수비 문제는 조직력으로 하는 거라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대회를 치루는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고 또 무실점이라는 이런 기록들이 하나씩 있게 되면 선수들이 우리 좀 더 수비 열심히 해야 해, 이런 생각도 들고 할 거거든요. 그런 면의 효과도 있고 한데요. 결승은 어느 팀을 올리던지 한 두 번의 실점 위기는 맞을 거니까 그 때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경기를 치러야 하겠죠.

▷ 한수진/사회자 :

끝까지 쾅 막아서 기록을 이어갔으면 좋겠네요.

▶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

경기를 보면 골키퍼 김진현 선수의 몫이 너무 크고 대단하죠. 이 선수가 홍명보 감독이 처음에 발탁을 해서 브라질 월드컵 때는 뛰지를 못했는데 이 선수가 오면서 거의 들어가는 골, 첫 경기 오만 전 같은 경우는 막판에 들어가는 골을 거의 쳐내가지고 승점 2, 1점이 될 뻔한 경기를 3점으로 지켜냈고요. 어제는 좀 실수가 있었어요. 후반 초반에 너무 볼을 좀 처리하려고 골대를 비우고 나왔지만 볼을 처리 못했는데 다행히 차두리 선수가 걷어내서 실점을 면했는데 그런 면에서는 조금 옥의 티도 있었는데요. 김진현 선수는 자세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어제도 무실점 경기를 계속 하고 있는데 인터뷰에서 나 어제 실수한 거 있다, 내가 잘못했다, 만족스럽지 않았다, 또 요즘 매일 경기도 보면서 내가 반성도 한다, 이런 얘기도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한번은 실수를 할 수 있는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거가 참 아주 좋은 자세죠.

▷ 한수진/사회자 :

참 연골도 없는데 말이죠. 대단해요. 볼 때마다. 그런데 김세훈 기자님, 슈틸리케 감독, 감독 주임 4개월 만에 이런 성적 거두면 충분히 인정받을 만은 한 거 아니에요?

▶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

그렇습니다. 많은 분들이 축구를 할 때 감독이 바뀌면 축구가 바뀌어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를 하십니다. 이거는 뭐 쉽게 냉정히 얘기하자면 축구는 컴퓨터 게임이 아닙니다. 누가 마우스를 잡냐, 누가 키보드를 잡냐에 따라서 선수들의 기량을 마음대로 조정하고 이럴 수 있는 경기는 사실 아닙니다. 슈틸리케 감독이 우리나라 대표팀,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잘 파악을 하고 있고 거기에 대한 처방을 제대로 내리고 있는 게 맞습니다.

우리 축구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사실 부산하지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축구다, 열심히 뛰지만 쓸데없이 뛰고 있다, 그리고 횡패스나 종패스 등 이런 백패스는 많이 하지만 직접적이고 경제적이고 효율성 높은 축구는 못하고 있다는 건데요. 그걸 바꾸기 위해서 선수들에게 계속 직선적인 공격을 계속 해라, 중앙을 계속 뚫어라, 이런 공격을 하고 있고, 또 선수들이 멀티 능력을 가져야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너무 틀에 박힌 축구를 포지션별로 하다보니까 일부러 포지션을 파괴하는 훈련도 하고 있구요. 우리가 볼 점유율 높은 것은 좋다, 그러나 슈팅수가 너무 부족하다, 공을 잡게 되면 꼭 슈팅까지 연결을 시켜라, 이런 공격적인 축구를 하고 있고, 정신력도 강조를 하는데, 많은 분들이 ‘야, 뭐, 만날 한국 축구는 정신력 타령이냐’ 라고 얘기를 하는데요. 정신력이라는 건 배고픈데 참고 뛰어라, 이게 정신력이 아닙니다.

모든 경기에서 매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경기를 흐트러지지 않게 경기하는 걸 보여주고, 우리가 골을 내어줬을 때도 위기이지만 우리가 골을 넣었을 때도 위기입니다. 왜냐하면 선수들이 흐트러지게 되거든요. 그럴 때 상황에 상관없이 한결같은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거 그게 바로 정신력인데, 그게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이 이번 아시안컵을 치루면서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죠.

▷ 한수진/사회자 :

토요일이에요. 31일 저녁 6시. 아무래도 호주가 올라오겠죠?

▶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

아, 네. 오늘은 호주랑 아랍에미리트연합이 준결승을 치르게 되는데요. 뭐 객관적인 전략에서 호주가 올라올 거라고, 물론 아랍에미리트가 올라오면 우리야 좋지만 호주가 올라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러면 만약 호주가 올라오게 되면 우리가 결승전을 토요일 오후 6시에 하게 되는데요. 우리나라가 아시아권에서 상대전적에서 앞서지 못하는 나라가 세 나라가 있습니다. 이란, 사우디, 호주입니다. 호주에 우리는 7승 10무 8패로 우리가 밀리고 있고요. 우리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이겼죠? 이겼는데 볼 점유율이 7:3으로 밀렸고 호주에서도 주전을 많이 뺀 후에 경기를 한 그러한 경기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

방심해서는 안 되겠네요.

▶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

제가 보기엔 어려운 경기가 예상이 돼요. 호주 선수들이 몸 상태도 상당히 좋을 거고, 홈 어드밴티지도 있을 거고, 또 조별리그에서 우리나라한테 졌습니다. 그러니까 호주가 더 강하게 나올 거구요. 뭐 아랍에미리트 연합은 우리가 11승 5무 2패로 상대전적에서 압도적이거든요. 아랍에미리트 연합이 올라온다고 하면은 우리나라가 상당히 높다고 볼 수가 있죠.

▷ 한수진/사회자 :

예상 스코어 한 번 해볼까요?

▶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

누가 올라오느냐에 따라서 다른데, 호주가 올라오면 어쨌든 제가 보기엔 한 골차 승부가 될 것 같고요. 아랍에미리트 연합은 올라온다고 하면 두 골차 이상 승리를 한 번 예상해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

네, 결승 경기 저희 SBS TV와 라디오로 중계 합니다. 많이들 봐주시고 들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 :

네, 고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

경향신문의 김세훈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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