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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러브 콜! 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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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마이크 팀린(미국) 전 볼티모어 오리올스 투수가 1999년 3월28일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제1회 미-쿠바 친선 경기에서 3-2로 이긴 후 쿠바 대표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아바나=AP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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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교 정상화로 겨울 야구판 들썩... 메이저 구단들, 쿠바 인재들에 군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잠자고 있는 겨울 야구에 ‘돌직구’를 던졌다. 18일(한국시간) 쿠바와 국교정상화를 선언하면서부터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관계자들은 부랴부랴 ‘쿠바 손님’들을 맞을 준비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별 성명을 통해 “미국은 대(對) 쿠바 관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역사적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은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을 통해 공산정부를 수립한 지 2년만인 1961년부터 쿠바와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미국은 이로써 53년만에 쿠바와 외교 관계를 공식 복권시켰다.

MLB 관계자들은 보통 워싱턴에서 중요한 외교 정책이 발표된다 해도 관심 밖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오바마의 발표 이후 야구 관계자들, 각 팀의 중책들, 스카우트들, 에이전트와 팬들 모두가 ‘MLB 팀들이 과연 언제부터 쿠바 선수들과 계약할 수 있을까’에 대한 추측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미국 야구는 꽤 오래전부터 쿠바의 야구 인재들에 군침을 흘렸다. 1999년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쿠바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쿠바 국가대표팀의 친선 경기를 주재했다. 당시 MLB 커미셔너로서 쿠바를 찾은 샌디 앨더슨 현 뉴욕 네츠 단장은 카스트로와의 만찬에서 쿠바에 MLB 아카데미를 열고, MLB에 진출할 10대 선수들을 육성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MLB에는 19명의 쿠바 태생 선수들이 뛰고 있다. LA다저스의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24)가 대표적이다. 요에니스 세스페데스(29 ㆍ디트로이트 타이거즈) 호세 아브레유(27ㆍ시카고 화이트삭스) 아롤디스 채프먼(26ㆍ신시네티 레즈) 역시 MLB 안착의 성공사례로 연봉이 수직 상승했다. 1967년에는 30명으로 그 숫자가 더 많았다. 이들 대부분은 쿠바에서 망명하거나 국적을 포기한 선수들이다. 쿠바의 톱 선수들은 해외 리그에서 뛰기 위해 종종 한밤중에 배를 타고 망명을 시도하기도 했다. NYT는 만약 MLB 팀이 쿠바를 직접 방문해 선수들과 계약을 진행한다면 MLB에서 뛰는 쿠바 선수들은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MLB로서는 야구 시장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선수도 선수지만 1,100만명에 이르는 쿠바 인구를 MLB의 야구팬으로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MLB는 그동안 호주와 아시아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국제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쿠바 선수들이 MLB로 대거 진출한다면 대표적인 스포츠 강국 쿠바까지 시장을 넓힐 수 있는 셈이다. 야구계에서는 아예 쿠바로 연고지를 옮기는 팀이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플로리다를 연고지로 하는 탬파베이 레이스의 경우 팬층이 두텁지 않기 때문에 쿠바 수도 아바나를 연고지로 하는 등 새로운 승부수를 던져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쿠바의 MLB ‘골드러시’에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쿠바 선수들이 여전히 조국에 봉사해야 한다는 점은 MLB로서는 손해이기 때문이다. 해외 리그에서 뛰는 쿠바 선수들은 겨울에 쿠바로 돌아가서 자국 리그에서 뛰고 싶어 하겠지만 MLB는 이를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부상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쿠바 야구의 중심이 아예 미국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쿠바 태생으로 예일대 문학교수이자 ‘아바나의 자존심: 쿠바 야구의 역사’ 저자 로베르토 곤잘레스 에체바리아는 “쿠바의 가장 큰 두려움은 기본적인 것”이라며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MLB가 쿠바로부터 야구를 아예 빼앗아 갈까 두려워한다”고 NYT에 말했다.

MLB로서도 쿠바 선수들에 대해 100%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세계대회에서 쿠바 선수들이 보여준 실력은 세계 정상급이었지만 쿠바의 유스 시스템이나 경기장, 시설 등에 대해서는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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