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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포커스] ‘미생’, 검증된 콘텐츠와 잘된 기획의 만남… 드라마 新 방향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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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사진= '미생' 김대리 역의 배우 김대명이 SK텔레콤 광고로 생애 첫 CF를 찍었다 / SK텔레콤 광고영상 캡처


[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미생’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케드(케이블 드라마) 열풍을 잇는 ‘미생’ 돌풍은 지상파에 밀리지 않는 케이블 TV의 기획 능력을 입증했다.

방영 초반 웹툰의 인기를 드라마에서 이어갈 수 있을지 위험 부담이 없지 않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결과 ‘미생’의 리얼한 직장 생활담은 마치 내 얘기 인듯 가슴 깊이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며 인기 상승가도를 달렸다.

이로 인해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내걸었던 시청률 3% 돌파는 극 초반 일찌감치 경신 됐으며 지난 22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 12회는 평균 시청률 6.3%, 최고 시청률 7.8%(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1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전연령 남녀 시청률도 7화 연속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CJ E&M의 이재문PD는 최근 열린 2014 창조경제 박람회의 좌담회에서 “드라마가 작가의 창작물 보다는 기획자들의 시대로 가고 있다는 것 같다”면서 웹툰 ‘미생’을 드라마화 하는 과정에서 이미 검증을 받은 콘텐츠를 어떻게 재가공, 생산해 내는 것이 올바른 길인지를 제시했다.

이어 이PD는 “비교적 여유 있고 좋은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는 덕분에 윤태호의 좋은 원작을 드라마로 만들 수 있었는데, 지상파 드라마 환경도 이와 같다면 충분히 좋은 작품이 나왔을 것”이라며 지상파 드라마 제작 환경을 꼬집기도 했다.

◆ 조연 배우들까지 줄줄이 CF… 몸값 수직상승

‘미생’ 돌풍은 방영전 광고 완판을 시작으로 감쪽 같은 PPL과 주연 배우들을 비롯한 조연 배우들까지 줄줄이 CF가 쏟아지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20부작인 ‘미생’은 첫 방송 전 이미 광고가 완판 됐으며 11월분도 일찌감치 완판됐다. 또 임시완 외에 이성민, 변요한, 김대명 등 주, 조연 연기자들은 잇따르는 광고 제안에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가장 큰 수혜자는 뭐니 뭐니 해도 장그래 역의 임시완이다.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 사이에서 갓 신입 연기자 타이틀을 뗀 임시완은 높은 싱크로율에 몰입도 있는 섬세한 연기로 ‘미생’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때문에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통틀어 가장 주목 받으며 광고와 화보는 물론이고 드라마와 영화까지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소속사 측은 밀려드는 광고 출연제안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대기업을 비롯해 금융, 식품업계 등 그를 섭외하려는 물밑 제안이 치열하다. 특유의 선한 이미지와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연기력, 그리고 스타성을 겸비해 브랜드 모델로서 부족함이 없다는 광고계 분석이다.

하지만 ‘미생’ 촬영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배우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광고 출연인 만큼 고심 중에 있다. 작품에 집중한 뒤 들어온 광고 출연 제안을 검토한다는 것이 임시완 소속사측의 방침이다.

직장인들의 상사 판타지를 실현 시켜준 오과장님 이성민은 임시완과 함께 SK텔레콤 100년의 편지 캠페인 ‘미생’편에 등장 극중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유튜브에 해당광고가 공개되자 장그래편이 1만7912건을 오과장편이 전일 기준 1만4196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현장이지 말입니다” 유행어의 주인공 변요한 역시 ‘미생’을 통해 광고계 블루칩으로 주목 받고 있다. 변요한의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는 “‘미생’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배우 변요한이 광고계의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생’에서 김동식 대리 역으로 진짜 직장인을 방불케 할 만큼 생활밀착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김대명은 최근 생애 첫 CF를 찍어 가장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온에어된 SK텔레콤의 새 광고 '가족의 재결합-먼 친척'편의 메인 모델로 등장했다.

◆ 착한 PPL, 스토리 몰입 도와

최근 드라마는 제작비와 배우들의 몸값 상승으로 인해 극의 내용과 맞지 않음에도 끼워 맞추는 PPL 사례가 대다수다. 드라마인지 광고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의 PPL이 마구잡이로 삽입 돼 드라마의 질을 떨어트려 시청자들에게 외면 당하는 낭패를 자초하기도 한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소재로 하는 ‘미생’은 사무실이 주요 배경이 되고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무용품들이 적재적소에 PPL로 녹아있다.

A4용지와 박스들이 사무실에 널브러져 있는 장면은 프리미엄 복사용지 전문기업 더블에이(Double A)의 간접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여느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자연스럽게 연출됨으로써 극의 리얼리티를 살렸다. 또한 극중 인물들이 수시로 먹는 인스턴트 커피와 숙취해소음료 등도 수많은 PPL로 꾸며진 장면이지만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 들어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있다.

여느 드라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수입자동차나 명품브랜드 등 고가 제품은 ‘미생’에서 찾아볼 수 없다. 애초 제작 단계에서부터 무리한 PPL이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기획 의도와 다르거나 어색한 제품의 간접 광고는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출을 맡은 김원석PD는 “기획단계에서부터 드라마와 어울리는 협찬만 받도록 방송사 측에 주문했다. 거액의 제작비를 제공해준다고 해도 드라마의 방향과 다르거나 어색한 제품이면 받지 않겠다고 고집했다”고 밝혔다.

◆ 바둑학원 문전성시… 유통업계도 때아닌 ‘바둑’ 특수

‘미생’ 열풍은 바둑 배우기 붐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바둑학원이 때아닌 문전성시를 이루고 유통가 역시 바둑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유, 초등생 자녀를 둔 젊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녀들을 바둑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찾는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는 것. 주택가가 아닌 상업 지역을 중심으로 조성된 바둑학원 즉 기원에는 드라마 ‘미생’이 방영된 이후 유·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하루 5~10여 건 걸려오고 있다.

대부분 바둑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데 수강료는 얼마며 바둑이 아이들의 학습 능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묻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열풍이 지속될 경우 겨울방학에 들어가는 오는 12월 바둑을 배우려는 초등학생들의 입문이 급증 할 것으로 조심스레 점쳐진다.

뿐만 아니라 ‘미생’ 열풍과 관련, 유통업계도 때아닌 바둑 특수를 누리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24일~30일 기준 웹툰·카툰에세이 도서 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8배 이상(768%) 급증했다. 또 도서 전체 카테고리 베스트셀러에 위즈덤하우스 미생 1~9권 완간 세트가 1위에 올랐으며, 바둑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6배 이상(510%) 증가했다. G마켓 측은 미생 열풍이 웹툰과 도서 시장 전체 수요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미생’은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사회 초년병의 눈으로 직장인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드라마에서도 ‘미생 폐인’이 양산될 정도다.

웹툰 작가 윤태호가 지난 2012년 1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돼 지난해 7월 19일 시즌1을 마쳤다. 당시 누적 조회수만 10억건을 넘어설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홍미경 기자 mk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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