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 FA컵축구> 1%의 우승 확률 현실화시킨 '명장' 김학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연합뉴스

FA컵 지도자상 김학범 감독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FA컵 결승전 FC서울과 성남 FC의 경기가 승부차기 접전 끝에 성남FC의 우승으로 끝났다. 경기 후 시상식에서 지도자상을 수상한 성남 FC 김학범 감독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11.23 hih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지도자가 경기장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할 때가 있고 불편할 때가 있어요. 오늘은 편하더라고요."

'학범슨' 김학범 감독이 성남 복귀 2개월만에 또 한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성남FC는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컵(FA컵) 결승전에서 120분 혈투 끝에 FC서울을 승부차기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모두가 서울의 우승을 예상했다. '기업구단' 서울은 '시민구단' 성남에 전력 면에서 훨씬 앞서 있었다. 올시즌 들어올릴 수 있는 우승컵이 FA컵 단 하나여서 동기 부여도 잘 돼있었다.

김 감독도 20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99%의 사람들이 서울의 우승을 점칠 것"이라고 인정했다.

반면 성남은 정규리그에서 강등권(11위)에 머무는 팀이다. 올시즌을 앞두고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뒤 감독이 3차례나 바뀌는 내홍을 겪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1%의 가능성을 우승컵으로 바꿔놨다.

수비적인 경기를 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전반전 초반 수비라인을 높이 끌어올리며 서울 골문을 적극적으로 노렸다. 골은 터지지 않았으나 서울 선수들의 얼굴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초반 흐름을 내준 서울은 이후 주도권을 쥐고도 골을 넣지 못했다. 한번 잃은 평정심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운마저도 따랐다.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승부차기 전문' 전상욱을 투입하려 했으나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박준혁이 그대로 승부차기 골문 앞에 섰으나 슈팅 2개를 막아내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김 감독은 지난 9월 신문선 성남 사장의 간곡한 부탁에 대표팀 기술위원 자리를 버리고 탄천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수석코치 시절부터 성남에서 수많은 우승을 '제조'한 김 감독이지만 1년새 분위기가 크게 침체된 시민구단 성남에서 불과 2개월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릴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김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우승은 다 좋지만 이번에는 남다르다"면서 "시민구단으로서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 감독으로서도 어려운 팀에서 어려운 경기를 치고 나아가는 승부사 기질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성남의 사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은 정규리그 2경기에서 클래식 잔류를 결정지어야 한다.

김 감독은 "우리가 강등권에 있지만 경기 내용은 굉장히 좋았다"라면서 "나는 선수들을 믿는다. 마지막 (라운드)까지 갈 수도 있다. 그러나 걱정은 안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경기 전에 선수들에게 '서울을 어떻게 잡는지 보여주겠다'고 했다"면서 "나는 선수들을 믿었고 선수들은 날 믿었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 좋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씩 웃었다.

ahs@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