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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빛나는 넘버 2] 남자골프 인기 살릴수만 있다면 뭐든 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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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올해 시즌 2승 '상금·대상 2위' 차지한 박상현

올 어프로치샷 좋아져 만족

日투어 가보니 축제 분위기… 국내 대회도 묘기샷 못잖게 팬들과 함께 하는 노력 필요

아들 골프선수? 난 좋은데 아내는 공부가 더 좋다네요

지난 20일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의 남서울골프장(경기도 성남시)에선 단풍이 막바지 절정을 치닫고 있었다. 언제 스러질까 아쉽게 느껴지는 늦가을 햇볕이 프로골퍼 박상현(31)이 데리고 온 두 살배기 아들 시원이의 재롱에 따스한 봄볕처럼 느껴졌다.

아빠가 사준 장난감 골프채를 들고 넘어질 듯 사방으로 깡충대는 아들을 바라보던 박상현은 "독한 성격이 아닌 내가 포기를 모르는 골퍼가 된 것은 시원이 덕분"이라며 "시원이가 태어난 다음부터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필드에 선다"고 했다.

조선일보

박상현이“내가 포기를 모르는 골퍼가 된 것은 시원이 덕분”이라고 할 정도로 아들 시원이는 특별한 존재다. 지난 20일 남서울골프장(경기도 성남시)에서 박상현이 아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장난감 골프채를 든 아들 시원이는 사방을 뛰어다니며 재롱을 부렸다. /민학수 기자


박상현은 지난 8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바이네르-파인리즈 오픈 챔피언십에서 4년 10개월 만에 우승했다. 이어 10월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두 대회 연속 우승(통산 4승째)을 차지했다. 시즌 2승을 올린 박상현은 상금과 대상 부문에서 김승혁에 이어 모두 2위에 올랐다. 모두 1등을 달리다 김승혁에게 역전당했지만 "올해 골프에 새로운 눈이 뜨였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실력이 늘어 정말 만족스러운 한 해"라고 했다. 그린 주변 어프로치 샷이 좋아져 아이언 샷을 마음 놓고 공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되면서 스코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실제 잔디에서 연습할 곳이 많은 일본 투어에 올해 진출하면서 얻은 효과라고 설명한다.

그와 경희대 골프경영학과 동기인 아내 이비나(31)씨는 얼마 전 끝난 한국여자골프(KLPGA) 투어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에서 허윤경이 준우승하고 눈물 흘렸을 때 TV를 보면서 같이 울었다고 했다. 박상현은 "준우승이 많은 허윤경 프로를 보며 아내가 가슴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지난 5년간 고비를 넘기지 못해 우승을 놓칠 때마다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실제 바이네르-파인리즈 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아내의 갑작스러운 눈물에 그까지 눈시울을 붉히자 놀라는 아들의 모습은 올해 골프계의 대표적인 한 장면이었다.

박상현은 스윙이 부드러우면서 파워가 있고 섬세한 감각을 지녔다. 늘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어서 후원 기업들에도 인기가 많다. 최경주는 "미국에 가도 통할 기술을 갖췄는데 우승이 너무 없는 것 같다"고 평했다.

국내 골프 시즌은 모두 끝났지만, 박상현은 다음 주 일본 투어 대회를 뛰기 위해 집을 떠나야 한다. 남자 골프는 올해 14개 대회밖에 열리지 않았다. 대회 수가 적어 일본 투어를 겸하는 국내 골퍼들이 매년 늘고 있다. KPGA 상금왕인 김승혁의 시즌 상금은 약 5억9000만원이지만, KLPGA 상금왕 김효주는 그 배인 12억원을 넘었다. 2위인 박상현(4억3000만원)과 여자 골프 2위 허윤경(7억원)을 비교해도 차이가 확연하다.

박상현은 "남자 골프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저희 프로들은 무엇이든 할 자세가 돼 있다"고 했다. 꾸준히 기부 활동을 하는 그는 연말에 투어 프로들이 사회 봉사활동을 자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일본 투어에서 뛰어보니 평일에도 1만명 넘는 갤러리가 몰리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가 살펴본 비결 중 하나는 대회장에 팬들과 함께 하는 이벤트가 많고 일반 시장처럼 다양한 먹을거리를 갖추고 있는데 값도 저렴한 것이었다. 박상현은 "투어 선수들의 묘기 샷 못지않게 대회장을 축제 분위기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상현은 내년 일본 투어 상금왕에 도전할 생각이다. 한국 선수로는 김경태(2010년)와 배상문(2011년)이 일본 투어 상금왕을 차지한 적이 있다. 박상현은 "쉽지 않은 목표지만 올해 국내 투어 우승 경험을 바탕으로 열심히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박상현과 그의 아내 이비나씨에게 아들 시원이를 골프 선수로 키워볼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박상현은 "재능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도울 생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소리를 듣자 아내 이씨가 곧바로 "공부하는 게 더 쉬울 것 같아요. 골프 선수 외롭고 정말 힘들어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성남=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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