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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내 생애 봄날’ 아! 제목이 결말이었던가…[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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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정유진 기자]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있는 지금이 내 생애 봄날입니다.”

봄날은 참 아름답지만, 빨리 끝난다. 춥고 매서웠던 겨울을 순식간에 녹여주고는 또 금세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찰나다. ‘내 생애 봄날’이 제목처럼 재빠르고 아름답게 영멸했다. 결말은 무조건적인 해피엔딩을 피했다. 아니, 오히려 새드엔딩에 가까웠다. 여주인공은 살기위해 애쓰기보다 눈앞에 다가온 죽음을 받아들인듯했다. 가족, 연인과 천천히 이별을 했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신체를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장기기증이 암시됐다.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끝이었다.

지난 30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내 생애 봄날'(극본 박지숙 연출 이재동)에서는 강동하(감우성 분)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하며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봄이(최수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이봄이는 심장 뿐 아니라 폐에 부종이 생기는 등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급기야 그는 기절을 하게 됐고, 이혁수(권해효 분)는 어떻게 해서든 딸을 살리기 위해 인공 심장 이식수술을 진행하고 심장 기증자를 찾아 수술을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심장 이식 수술을 받는 데는 많은 과정이 필요했고, 병원장의 딸이라고 해서 절차를 무시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사이 이봄이의 상태는 더욱 나빠졌고, 기절한 상태에서 깨어난 이봄이는 “더 욕심을 내면 안 된다”며 수술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죽음을 받아들인 이봄이는 자신에게 심장을 준 강동하의 죽은 아내 윤수정(민지아 분)에게 “감사하다고 했다”며 자신이 덤으로 얻어 기쁨으로, 열심히 살아온 5년에 대해 감사했다. 그는 강동하에게 “만약에 이 심장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세상을 원망하면서 누가 나대신 죽기만 바라다가 5년 전에 죽었을 테니까. 그랬더라면 우리 만나지도 못했을 거고, 지금처럼 사랑을 할 수도 사랑을 받을 수도, 이렇게 행복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강동하 역시 짧은 시간 동안 봄이가 자신에게 준 것들에 대해 고마워했다. 그는 “그 사람이 말했던 거 원했던 거 봄이 씨가 다 했다. 봄이 씨 못 만났다면 동욱이와 나 여전히 데면데면 했을 거고, 푸른이도 바다도 이렇게 행복한 시간 갖지 못했을 거다. 어머니는 여전히 손주들 얼굴 보지 않았을 거고, 나는 매일 술만 마시고, 밤마다 악몽을 꾸고 있었겠지. 그리고 아마, 다시는 이런 사랑 해볼 수도 없었겠지”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게 둘은 이별을 천천히 준비했다. 특히 이봄이는 자신의 엄마에게 “만약에 엄마 내가 혹시 잘못되면 나한테 줄 사랑이 남아 갈 곳이 없어지면 그거 다 가슴에 묻어두고 아파하지 말고 푸른이랑 바다한테 줄래?”라고 말하며 강동하의 두 아이들을 부탁하기까지 했다.

방송 말미 이봄이는 수술실에 들어갔다. 어떤 수술인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수술을 하러 들어가는 두 사람이 작별인사를 나눴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수술임을 알 수 있었다. 이봄이는 강동하에게 “우리 작별인사 미리 한 거 기억하죠? 고마워요”라고 인사했고 강동하 역시 “나도 고마워요”라고 답했다. 둘은 마지막으로 “사랑해요”, “안녕”이란 인사를 나눴다. 이윽고 수술실에 들어간 이봄이의 옆에는 죽은 윤수정이 누워 있었고, 그 옆에는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셋은 함께 손을 잡았다. 이는 윤수정의 심장을 이식 받았던 이봄이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신체를 이식해줬음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봄날은 돌아온다. 이봄이 생애의 봄날은 짧고 강렬하게 끝나버렸지만, 그가 누군가의 필요를 위해 전해주고 간 선물은 그 사람의 생애에 봄날을 다시 선물해 줄 것이었다. 그렇게 전해지고, 전해지면서 봄날의 온기만은 영원히 계속되는 것이다. 짧고 강렬하게 끝나버린 연인의 사랑이 아쉬움을 낳긴 하지만 결말은 나무랄 데가 없이 착하고 아름다웠으며 슬프고도 의미가 있었다. 억지스런 해피엔딩보다는 여운이 깊은 마지막을 택한 셈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내 생애 봄날'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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