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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내게 밝고 가벼운 영화도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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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우리는 형제입니다’ 김성균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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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생이별했던 형제가 30년 만에 재회했다. 알고 보니 형은 목사, 동생은 무속인이다. 게다가 감격적인 재회의 와중에 어머니가 사라진다. ‘우리는 형제입니다’(10월 23일 개봉, 장진 감독)는 달라도 너무 다른 형제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끌어내는 코미디다. 동생 하연 역을 맡은 김성균(34)은 감칠맛 나는 연기로 형 상연 역의 조진웅과 함께 극을 이끌어간다.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윤종빈 감독, 이하 ‘범죄와의 전쟁’) ‘이웃사람’(2012, 김휘 감독) 등 선 굵은 악역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2014, tvN)의 귀염둥이 삼천포로 스타덤에 오른 그다.

-휴먼 코미디 장르는 처음이다.

“‘응답하라 1994’ 이후 삼천포처럼 재미있는 캐릭터를 더 할까, 어둡고 센 악역으로 돌아갈까 많이 고민했다. 중간 정도가 좋겠다고 생각할 때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게다가 늘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던 장진 감독 작품이라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장진 감독의 현장은 어땠나.

“상당히 명확한 사람이라 촬영 진행이 빨랐다. 아주 스피디한 현장이었다(웃음). 장진 감독은 디렉션도 정확하고, 오케이 컷과 NG 컷의 차이를 분명하게 말하는 편이다. 감정 낭비 없는 깔끔한 현장이었다.

-실제로 남동생과 둘뿐인 형제로 자랐다고 하던데.

“맞다. 그래서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객관적으로 읽지 못했다. 어린 시절 우리 형제도 상연·하연 형제처럼 일 나간 엄마를 기다리다 잠든 적이 많았다. 내 어린 시절이 많이 생각났다.”

-하연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만들어갔나.

“사실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영화 속 하연은 자꾸 화만 내지 않나. 어머니를 잃어버려서 화내고, 형에게 속은 것 같아 화내고. 그가 어떤 성격일지 생각했다. 하연은 보육원에 맡겨진 뒤 혼자 이 세상을 헤쳐 왔으니 자기만의 고집, 까다로운 성격이지 않을까 싶었다.”

-무속인이라는 하연의 직업이 특이한데.

“실제 무속인을 만나보니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살더라. 특이한 건 점을 본다는 것뿐이다. 하연이 무속인이라는 점을 너무 두드러지게 표현하기보다는 살짝 포인트만 주기로 했다. 점을 볼 때만 나이든 사람처럼 음을 타며 말하는 식이다. 사실 하연은 개량 한복과 2대 8 가르마라는 엄청난 외모 설정이 있어서 그 분위기에만 잘 녹아들면 되겠다 싶었다(웃음).”

-다른 작품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게 촬영했나 보다.

“어렵지 않은 영화니까. 정말 많이 웃으면서 유쾌하게 찍었다. 매번 골머리 썩이고 머릿속 뿌얘지는 영화를 했으니, 내게도 이렇게 밝고 가벼운 작품이 필요하지 않겠나(웃음).”

-영화 속 유머는 대부분 상연과 하연의 호흡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웃겨야 한다는 부담이 크지 않았다. 하연이가 화를 내듯 소리 지르면, 상연이 낮은 톤으로 받아치며 웃음이 터진다. 하연이 ‘제가 어머니 빚 갚느라 굿 하다가 허리 나갔다 아닙니꺼’ 하고 쏘아붙이면 상연이 ‘너 굿도 하니?’라고 답하는 식이다. 우리 영화의 코미디는 ‘선 하연, 후 상연’으로 완성된다.”

-그동안 꽤 폭 넓은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던 비결이라면.

“음… 외모(웃음)? 평범하게 생겼으니까. 내가 대한민국 남자 평균 체형이다. 가끔 아내도 놀릴 정도다. 많은 감독님이 이렇게 색깔 없는 내 몸에 재미난 시도를 하려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이웃사람’ 때는 얼굴과 손에 때를 많이 묻혀보고, ‘범죄와의 전쟁’ 때는 가발을 씌워보기도 하고.”

-안정적인 연기력 때문 아닐까.

“그런가? 사실 나는 대본에 주어진 상황에 딱 맞게 연기하려고 노력한다. 대본에 주어진 만큼만, 필요한 만큼만 한다. 매 작품마다 그 정도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애드리브도 잘 안 하는 편이다. 그 상황에 딱 들어맞는 애드리브를 구사할 만큼 노련하지 않은 것 같아서.”

-배우로서 지향하는 연기가 있다면.

“연기는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객 열 명 중 두세 명만 이해하는 연기는 좋은 연기가 아닌 것 같다. ‘난 배역의 설정을 이렇게 잡았어’라는 식의 태도는 지양한다. 아무리 ‘이웃사람’의 승혁 같은 악역이라도 저 사람이 저럴 수도 있겠다고 설득할 수 있도록 연기하려 노력한다.”

-무명 시절 혹독한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연기를 놓지 않았다.

“연기는 살면서 내가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일이다. 깊게 집중할 때 고요하게 느껴지는 쾌감이 있다. 요즘 레고 블록을 가지고 노는데, 이게 꼭 연기 같다. 레고를 쌓아 그만의 세상을 만들다 다시 허물어버리고, 다음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올리니까. 연기를 할 때도 내가 또 다른 삶을 살았다가 극이 끝나면 그 삶이 허물어진다. 그 시간이 주는 기쁨이 상당하다.”

-언제 연기를 시작했나.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군 제대 후인 스물두 살부터다. 고향이 대구인데, 지방 대학 연극영화과를 1년 만에 그만두고 경남 지역의 극단을 돌면서 연극을 배웠다. 삼천포에 계신 연극 연출가 선생님의 권유로 산골짜기의 폐교에서 ‘오구’ ‘태’ 같은 정통극을 배웠다. 처음에는 5년 동안 열심히 수련해 대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너무 힘들어 1년 반 만에 뛰쳐나왔다.”

-뭐가 그리 힘들었나.

“스물셋 어린 마음에 적막한 시골도, 훈련도, 대극장에서 하는 정통극도 힘들었다. 당시 서울에는 장진이란 연출가가 만든 연극 ‘택시 드리블’에서 젊은 배우들이 펄펄 날아다니고 있다고 하니 그것도 무척 부러웠다. 그래서 대학로로 올라왔다. 생각해보면 20대는 참 바빴다. 모두 지금의 나를 만든 시간이다.”

-‘범죄와의 전쟁’으로 영화에 데뷔한 이래 소소한 역할까지 영화 출연작이 열다섯 편이나 된다.

“다작하겠다고 의식한 건 아니다. 살면서 쉬어본 적이 없어서 쉬면 되레 힘들다. 제의가 들어오는 대로 꾸준히 하려고 한다. 배우는 누군가가 불러줘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작품이 끝났을 때 다음 작품이 없으면 힘들어한다. 나도 그런 편이다.”

-어린 두 아들과 함께 놀 시간도 필요할 텐데.

“작품 하는 틈틈이 놀아준다. 최근 휴식에 대해 깨달은 게 있다. 흔히들 몇 개월이 걸리는 큰 일이 앞에 있으면 그것만 끝내고 놀러 간다고 한다. 나도 예전에 그랬는데, 그런다고 일이 더 잘 되는 것도 아니더라. 이 직업을 계속 하려면 당장 지금 내가 행복해지는 계획을 세우는 버릇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지금처럼 부지런히 일하고 부지런히 놀려고 한다.”

글= 김나현 매거진M 기자 사진=정경애(STUDIO 706)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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