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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끝까지 함께 ‘손뼉’ 쳐 주지 않던 성남의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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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FA컵은 아마추어와 프로 팀을 망라해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 클럽을 가리는 대회다. 흥행은 매년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트로피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당연히 4강 쯤 되는 무대라면 그에 걸맞은 경기 내용과 경기장 분위기가 나와야 마땅하다.

축제여야 했다. 하지만 2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은 그러지 못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한쪽이 호응을 해주지 않으니 썰렁했다. 성남이 들고 나온 ‘질식수비’ 때문에 행하는 이들도 보는 이들도 함께 답답했다.

전북현대와 성남FC가 2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FA컵’ 준결승에서 격돌했다. 경기는 9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추가로 주어진 연장 전후반 30분을 더 쓰고도 마찬가지였다. 0-0에서 진행된 승부차기에서 결국 성남이 승부차기 결과 5-4로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끝내 성남의 ‘질식수비’가 이겼다.

뉴스1

22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FA-CUP" 6라운드 전북현대와 성남FC와의 경기에서 이승기(전북현대)선수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성남의 질식 수비가 끝내 이겼다. © News1 김대웅 기자


경기는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릴 때부터 종료를 알리는 순간까지 대동소이했다. 성남은 막았고, 전북은 막혀 있는 벽을 뚫지 못해 헤맸다.

어차피 성남이 어려운 수학 문제 같은 수비 축구를 구사할 것이라는 짐작은 했다. 하지만 이토록 까다롭게 출제될지는 전북의 선수들도, 최강희 감독도 몰랐다. 후반 들어서는 문제의 난이도는 더 높아졌다. 그래도 전반에는 간간이 역습을 시도했으나 후반에는 숫제 공격할 의지가 없어 보였던 성남이다.

전북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후반 10분 만에 카이오와 레오나르도를 투입하면서 공격수 숫자를 5명으로 늘렸다. 수비형 MF 정혁을 빼고 전방 스트라이커 카이오가 들어간 교체였다. 명확했다. ‘닥공(닥치고 공격)’ 전북과 ‘닥수(닥치고 수비)’ 성남의 대결이었다.

성남은 K리그 클래식 순위가 10위다. 최하위와 승점 2점차 밖에 나지 않는다. 강등을 걱정해야하는 처지다. 반면 전북은 1위 팀이다. 2위 수원과 7점차 앞선 단독 선두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전북이 우위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성남이 들고 나온 극단적인 수비 전술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고육책’이기는 하다. 하지만 정도가 심했다.

이날 엔트리에서 제외돼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전북의 한 선수는 “사실 전북과 상대하는 모든 팀들이 대부분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친다. 늘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오늘은 유난히 심한 것 같다. 성남은 전혀 공격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하소연을 전했다. 사실과 다르지 않았다.

일반적인 리그에서의 경기라면, 골을 넣지 않고 승리하는 방법이 없다. 골을 넣지 못했을 때 거둘 수 있는 가장 좋은 결과는 0-0이다. 하지만 토너먼트에서는 무득점으로도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비겨서 결국 승부차기로 가는 길인데, 성남은 그 길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성남은 최선의 경기력을 펼쳤다. 전북의 강력한 창을 잘 막아냈다. 아무리 뛰어난 수비 전술도 90분 내내 똑같은 힘과 스피드로 무장하기는 힘든 법인데 성남은 120분을 해냈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준비를 잘했다. 여기까지는 칭찬이다.

하지만 잔치를 위해 함께 박수를 쳐주지 않았던 그들의 120분에 대해서는 판단이 쉽지 않다.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 대회 준결승까지 올라온 팀이 함께 즐기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FA컵의 흥미와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과 성남이 보여준 120분이 전혀 동떨어져 있지는 않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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