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뮤직리뷰] 에픽하이, '흥행 5법칙' 충족한 힙합 전략가의 귀환

에픽하이의 21일 0시 2년여 만에 새 앨범 '신발장'을 발매하고 3인조 완전체로 가요계에 컴백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더팩트ㅣ오세훈 기자]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百戰百勝).

YG엔터테인먼트로 둥지를 옮기고 두 번째 앨범을 발매하는 에픽하이(Epik High, 타블로 미쓰라 투컷).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잘 하고 어떻게 해야 대중에게 사랑받는지 아는 철저한 전략가다.

그러한 전략에 현실과 맞닿은 가사를 적고 힙합이라는 틀 안에 거부감 없이 들을 멜로디를 입혔다. 시작부터 좋았다. 이들은 산모가 임신 전부터 몸과 마음을 만들 듯 앨범 발매 전부터 앨범 발매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미리미리 형성했다.

최근 가요계에서 성공하는 요인 몇 가지를 모두 충족했다. 첫 번째 대중들이 편안하게 들을 음악, 두 번째 자신들의 매력에 빈 곳을 채워줄 콜라보레이션, 세 번째 대중적인 인지도를 위한 예능, 네 번째 긍정적인 이미지의 상징인 가족과 아이, 다섯 번째 굴곡 있는 인생사, 여섯 번째 라이벌 구도를 세울 가수의 존재까지.

에픽하이는 생활밀착형 공감 가사와 쉬운 듯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음원 공개 1시간 만에 멜론 엠넷 지니 올레뮤직 등 4개 음원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남윤호 기자

그렇게 에픽하이는 21일 0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 정규 8집 '신발장'을 발표했다. 음원과 함께 타이틀곡 뮤직비디오도 공개한다. 오프라인 앨범은 다음 날인 22일 발매된다.

이들은 앨범 공개에 앞서 선공개곡 '본 헤이터'(BORN HATER) 뮤직비디오와 트랙 리스트, 트랙 하이라이트 메들리 영상 등을 공개하며 홍보에 공을 들였다.

2년 하고도 2일 만에 발매한 '신발장'에는 더블 타이틀곡인 '헤픈엔딩'과 '스포일러'를 비롯해 '막을 올리며' '리치' '부르즈 할리파' '또 싸워' '아모르 파티' '본 헤이터' '레슨5' '라이프 이즈 굿' '아이 노우즈 립스' '신발장' 등 총 12곡이 수록돼 있다.

'스포일러'는 영화음악 사운드와 기발한 가사가, '헤픈엔딩'은 이별을 담담하게 위로하는 꾸밈 없는 가사와 롤러코스터 조원선의 피처링이 귀를 사로잡는다. 특히나 두 노래 모두 대중들이 겪었을 법한 가사로 공감대를 극대화하고 있다. 아래는 '헤픈 앤딩'과 '스포일러'의 가사다.

'너의 차가운 눈빛과 말투가 스포일러/너의 모든 행동 속에 우리의 끝이 보여/아니라고 말해도 느껴지는 스포일러/끝까지 봐야 할까? 지금 떠나야 할까? 반전이 있을까 봐'

'안녕과 안녕으로/시작과 같은 말로 끝나는 건 다 이유가 있겠지/사랑을 하는 건지 이별을 하려고 만나는 건지/또 다시 날 찾아온 헤픈엔딩'

에픽하이의 새 앨범 '신발장'에는 YG 소속사 식구들과 절친 등 10명이 넘는 가수가 피처링에 참여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또 초호화 피처링 군단도 앨범의 한 축을 이루는 요소다. 버벌진트 빈지노 TBNY의 얀키 빅뱅의 태양 아이콘의 비아이와 바비, 위너의 송민호 등 힙합 가수가 대거 참여했다.

또 '우산'에서 시너지를 냈던 윤하, 오랜 음악 친구 넬의 김종완, 레이블 AOMG의 대표 박재범, 자신의 확실한 색을 가진 롤러코스터의 보컬 조원선, 원맨밴드 솔튼페이퍼의 MYK까지 뚜렷한 개성을 가진 가수가 에픽하이의 컴백을 지원사격했다.

여기에 타블로가 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아내 강혜정 딸 하루와 함께 출연하며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는 것과 MBC 라디오 FM4U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 DJ로 활동하는 것이 팀에 시너지를 내고 있다.

타블로가 딸 하루와 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며 가수로서 보여주지 않았던 다양한 면모를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방송화면 캡처

실제로 타블로는 앨범 발매 전인 20일 밤 10시부터 2시간 동안 에픽하이 멤버들을 초대해 '응답하라 에픽하이'라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이때에 더블 타이틀곡을 미리 공개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학벌 논란으로 긴 고뇌와 슬픔에 잠겨 있던 타블로의 개인사와 그 후 발매된 음악의 공감대에 귀을 적신 팬들의 기대감 등 여러 가지 스토리가 끈끈하게 응집되며 8집 '신발장'을 향한 준비를 마쳤다.

앞서 다이나믹듀오 개코가 발매한 솔로 앨범이 서태지 걸스데이 소유 김동률 등을 제치고 음원 차트 정상에 선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자연스레 힙합 음악에 대한 관심을 이어받을 수 있게 됐고 서로의 비교 대상이 되며 온라인에서 이슈 몰이할 수 있는 '소스'도 갖춘 셈이 됐다.

한편 '신발장'을 공개하며 컴백을 알린 에픽하이는 다음 달 15일과 16일 양일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단독콘서트 '퍼레이드 2014'를 열고 5년 만에 콘서트 무대에서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