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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인천장애인AG][종합]'스무살까지만 살고 싶다던' 전민재의 휴먼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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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심한 장애로 인해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다던 전민재(37·대한장애인육상연맹)가 육상을 만나 이룬 성공 스토리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전민재는 20일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100m T36(뇌성마비) 결선에서 15초60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열린 여자 200m T36 결선에서 31초59를 기록, 국제 종합대회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전민재는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준비한 선수단 프로필에 "올해 꼭 금메달을 두 개 따고 싶습니다"고 목표를 적었던 그는 마침내 꿈을 이뤘다.

그는 5살 때 원인 모를 뇌염으로 뇌성마비를 앓은 뒤 세상과 멀어졌다. 세상과 등을 진 그는 스스로 벽을 쌓았다.

어린 나이에 갑작스레 찾아온 장애는 그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짐이었다. 또래들이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초등교육도 받지 못했던 그가 일기장에 '스무 살까지만 살고 싶다'고 남긴 일화는 그가 겪었을 고충이 어땠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우연히 접한 육상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열 아홉의 나이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중학교 2학년이던 지난 2003년 학교 체육교사의 권유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결승선을 가장 먼저 들어올 때의 기분을 못 잊어 달리는 것이 좋았다는 그는 앞만 보고 달리고 또 달렸고, 그렇게 한 번 두 번 출전했던 전국체전에서 100m·200m 10연패를 달성할 정도가 됐다. 2004년부터 지난해 전국체전까지 단 한 번도 그에 앞서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는 없다.

그러나 세계 무대는 넓었고, 그가 품지 못한 것이 있었다. 국제 종합대회 금메달에 대한 목마름으로 전민재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육상선수권대회 200m에서 금메달을 따냈지만 이는 단일 종목 대회에서의 성과였다.

2006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장애인경기대회에서의 인연으로 국제종합대회에 나선 전민재는 100m와 200m에서 각각 동메달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08베이징패럴림픽에서 100m 6위, 200m 4위에 오른 그는 2012런던패럴림픽 100m와 200m에서 모두 은메달을 수확했다.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는 2006도하 대회와 2010광저우 대회에서 각각 은메달 2개와 동메달 2개씩을 얻었다.

국제 종합대회에서는 항상 남들보다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던 전민재는 이번 대회에서 기어이 결승 테이프를 먼저 끊는 기쁨을 만끽했다.

전날 열린 200m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그는 손수 적어온 금메달 소감을 펼쳐 보이며 일반인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손이 불편해 발로 적었다던 그의 소감문에는 "메달을 따서 정말 기쁘다. 나를 위해 응원해주신 가족들과 같이 고생한 선수들, 친구들에게 감사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항상 내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며 격려와 칭찬을 해주신 박정호 감독님의 말을 매일 가슴에 새겼다. 힘들고 지쳐 주저 않고 싶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제종합대회에서의 금메달 꿈을 이룬 전민재는 내년 세계선수권 메달 획득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내걸었다.

그는 "올해 금메달 2개를 목표로 열심히 훈련했는데 목표를 이루게 돼 정말 기쁘다"면서 "내년에 있는 장애인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입상을 새로운 목표로 잡았다.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드린다"고 했다.

셋째 딸이 꿈꿔왔던 2관왕에 오른 이날 그의 모습을 경기장 먼발치에서 바라만 봤다던 어머니 한재영(63)씨는 "본인이 그렇게 원하던 금메달 2개를 이뤘다. 그 순간은 뭐라 말을 다 할 수 없다"고 기쁜 소감을 전했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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