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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단독인터뷰]박태환 "리우? 후원 이뤄지면 더 좋은 레이스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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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아시안게임 마친 박태환 인터뷰.2014. 10.01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난 나를 믿는다. 팬퍼시픽이나 아시안게임보다 더 좋은 기록 낼 수 있다”.

‘마린보이’ 박태환(25.인천광역시청)이 펼친 역영에 온 국민이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홈에서 열린 메이저대회인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그가 선보인 투혼 드라마는 메달 색깔에 상관 없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그런 감동을 뒤로하고 박태환은 아시안게임 수영 종목이 갓 끝난 시점에서 또 다른 미래를 조금씩 그려나가고 있다. 내년 세계선수권, 2년 뒤 리우 올림픽이 ‘마린보이’ 앞에 놓여 있다. 하지만 영웅을 영웅답게 대접하지 못하는 한국적 현실은 그를 여러가지 생각에 빠트리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이 먹어서 이제 회복이 좀 된 것 같다”는 박태환을 1일 만났다. 지난 수영 인생과 아시안게임, 그리고 미래에 대해 물었다.

◇“멋진 경기 못 보여드렸는데…감사합니다”



아쉬움은 진하다. 올해 세계랭킹 1~2위를 달리던 박태환이었기에 아쉬움이 없을 수가 없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이거다’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개인전 첫 두 종목이었던 자유형 200m와 400m를 얘기했다. “200m도 그렇고 400m는 말 다했고,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내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200m에선 마지막 50m를 27초5에 끊었는데 15m를 남겨놓고 몸이 다 풀렸다. 400m는 200m 턴하고 나갔어야 했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100m는 그나마 괜찮아졌던 경기였다.” 이제 인천 아시안게임은 지난 일이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데 다 끝나서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는 그는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많이 와주셨는데 멋진 경기 못 보여드려 그게 가장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금메달 은메달에 상관 없이 응원해주신 것은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 문화도 변화가 생긴 것 같다. 난 선수들 중에서도 그런 변화를 많이 느낀 것 같다.”

◇“리우올림픽? 스폰서 있다면…”



박태환은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아시아에서 내 레이스를 보여주지 못한 것도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 같다. 난 두 번 실수하지는 않는 사람”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이 달 말 제주에서 시작하는 전국체육대회를 위해 다음 주 제주로 내려가 전지훈련에 돌입한다. “정신을 맑게 하면서 생각도 많이 하고 체전도 잘 치르고 싶다”며 제주 훈련을 통해 ‘힐링’과 ‘플랜’을 동시에 이루고 싶은 게 박태환의 마음. 계획은 이미 세워졌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을 불태우는 것이다. 현실이 ‘한국 수영 영웅’을 외면하고 있어 문제다. 박태환은 더 낮췄다. “아시안게임에서 보여드린 게 없기 때문에 후원사가 확실하지 않다. 제일 큰 것은 스폰서다. 내가 ‘이렇게 해주십시오’라고 말한다고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후원사가 나타난다면 나보다 그 회사를 위해 한 몸 바쳐서 할 수 있다.” 박태환은 자유형 400m 올시즌 랭킹 1위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세계 최고 중거리 수영 선수다. 그는 “난 이번 아시안게임이나 팬 퍼시픽(8월)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고 정말 자신한다”며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한 학원강사가 준 5억원을 제외하고, 자비로 훈련하며 여기까지 올라온 길이 너무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박태환은 “물질적인 것, 금전적인 것이 다는 아니지만 그 부분이 좀 힘들기도 했다. 여건이 잘 마련되면 내년 세계선수권이나 리우올림픽을 뚜렷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국가대표 10년? 자부심이죠”

박태환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당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고, 한국은 수영에서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나오는 기적을 맛봤다. 박태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10년이 참 길었다”면서도 뿌듯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자랑은 아니지만 10년간 정상권에서 유지를 잘 해왔다. 금메달 따기도 했고, 못 따기도 했지만 그래도 톱3에 계속 들었던 것 같다. 거기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10~15년 더 할 수 있는 다른 종목이 아니라 기록 종목 수영을 하고 있어 더 큰 자부심을 느낀다. 내가 열심히 했고 그게 잘 드러났다. 매일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10년 전체를 봤을 땐 만족할 수준 아닌가.” 그래서 수영은 그에게 분신 같은 것이다. “박태환에게 수영은 ○○○다”란 질문을 던지자 그는 “박태환에게 수영은 곧 박태환이다. 지금의 날 만들어준 존재”라고 답변했다. 또 하나, “박태환에게 올림픽은 ○○○다”란 물음에 그는 “운명”이라고 정의했다. “베이징에선 금메달을 땄고, 런던에선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은메달을 땄다. 다 운명인 것 같다. 어떻게든 되려면 되겠지만, 또 안 되는 게 운명이다. 훈련 열심히 하고 컨디션 좋았는데 그렇게(실격 판정 뒤 번복)될 줄 몰랐으니 운명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 운명을 한 번 더 맞이하기 위해 박태환은 앞을 내다보고 있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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