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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AG] 박은선의 장탄식 “아무리 찾아봐도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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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세계 정상급 전력을 과시하는 북한과 당당하게 맞서던 여자 축구대표팀을 향해 ‘사랑스럽다’ ‘자랑스럽다’를 목 놓아 외치던 중계진의 목소리가 전파를 탔던 게 엊그제다. 대한민국 현실에서 흔치 않게 지상파로 경기가 중계되면서 그간 여자축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던, 혹은 오해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의 인식에 큰 변화가 생겼다.

지난 9월29일 인천 아시안게임 4강 무대에서 펼쳐진 ‘남북대결’은 1-2로 패했던 결과를 제외한 모든 것이 아름다운 기억이었다. ‘철녀’처럼 느껴지던 북한 선수들을 지치게 만들고, 과거 ‘철의 장막’ 같던 실력 차를 뛰어 넘어 대등하게 싸우던 태극 낭자들의 모습은 벅찬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선수들 덕분에 축구 팬들은 행복했고 오랜 만에 안방으로 경기 장면을 송출해준 방송국 덕분에 두고두고 회자될 경기를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뉴스1

북한과의 인천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여자축구의 매력을 느꼈던 팬들은 이틀 뒤 3-4위전 결과를 글로 접해야했다. 전혀 중계가 없었다. 후배들이 보고 싶던 박은선은 정말 너무하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 박은선 페이스북


꽤 오래 기억될 남북대결 이후 적잖은 이들이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수준이 이 정도인지 몰랐다’던가 ‘지금껏 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나 앞으로는 여자축구를 응원하는 팬이 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척박한 여자축구 현실에 내린 단비였다.

하지만 이틀이 지난 10월1일, 엊그제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 채널을 돌리던 축구 팬들은 허탈감에 빠져야했다. 어느 곳에서도 태극 낭자들의 3-4위전을 중계해주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팬들은 베트남을 상대로 3-0 승리를 거두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자랑스러운 그녀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불과 이틀 만에 다시 ‘차가운 현실’로 돌아왔다.

방송사의 선택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소모적인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축구 팬들의 푸념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지상파는 언감생심이었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에서는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경기가 중계됐다. 3경기 열렸는데 3경기 모두 전파를 탔다. 막바지로 향하는 중요한 때이기는 하지만 아직 순위가 결정될 정도의 날은 아니었다.

1년에 한 번, 아니 몇 년에 한 번 찾아올까 싶은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을 이틀 만에 접어버린 ‘현실적 결정’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안방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3-4위전 결과를 글로 봐야했던 팬들의 감정은 답답함을 넘어 분노로 향했다. 유종의 미를 거둔 선수들이 현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사진을 찍으면서 기쁨을 나누는 행복한 그림을 대다수 국민들은 볼 수가 없었다. 팬들도 그런데 불과 얼마 전까지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렸던 대표팀 동료 박은선의 가슴은 더 미어졌다.

지소연과 함께 대한민국 여자축구가 자랑하는 박은선은 최근 러시아 프로리그 로시얀카에 입단하면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의무차출 대회가 아니라 박은선은 타지에서 응원을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마지막 경기는 보지도 못한 채 벽을 보고 기도해야 했다. 그녀가 SNS에 남긴 짧은 글은 꽤 서글펐다.

“경기 보고 싶어 아무리 찾아봐도 안 하는구나 알고 보니 중계가 없구나...ㅠㅠ....너무해...”

여자 축구대표팀의 전가을은 북한과의 4강전을 앞두고 “여자축구를 향한 관심이 적다는 것을 알고 있다. 팬들에게 우리도 참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꼭 북한을 꺾고 결승에 올라가겠다”는 각오를 전한 바 있다. 성적이라도 좋아야 조금 더 조명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녀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박은선의 장탄식처럼, ‘너무한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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