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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2014 인천] '쿨'한 남현희 동메달 따고 "방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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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펜싱 남현희와 전희숙이 21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개인 플러레 준결승전에서 만났다. 고양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초반에 앞서고 있어 방심했어요. 아쉽지만, 메달권에 진입했다는 것으로 만족할래요.”

펜싱 스타 남현희(33·성남시청)은 ‘쿨’했다. 인정할 것은 깨끗하게 인정하고, 새로운 목표를 다졌다. 스스로도 기대를 품었던 경기라 잠깐 흔들렸지만, 은퇴 유혹은 조금 미뤄두기로 했다. 대신 무릎 통증을 잘 다스려 개인 3연패에 실패한 설움을 단체전 4연패로 만회하겠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남현희는 21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펜싱 플러레 여자 개인 준결승에서 후배 전희숙(30·서울시청)에 7-15로 패했다. 3 4위 결정전이 별도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현희는 “초반에 앞서고 있었고, 전희숙에게 한 번도 패하지 않아 자신을 넘어 자만심이 생겼다. 순간적으로 방심하면서 페이스를 잃었고, 심판이 두 차례 상대에게 득점을 인정해줘 마음이 급해졌다. 무릎 통증도 있었다. 여러가지 악재가 있었지만, 변명일 뿐이다. 전희숙이 경기 운영도 더 잘했다”고 밝혔다.

그 말대로였다. 남현희는 1라운드 시작 후 내리 2점을 따내며 기세를 올렸다. 특유의 빠른 스텝을 앞세워 상대와 거리를 좁힌 뒤 기습적으로 상체를 숙이며 들어가는 찌르기가 전광석화와 같았다. 하지만 1-3으로 앞선 1라운드 종료 1분 57초전 전희숙이 머리를 묶으며 시간을 벌자 페이스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4-4로 동점을 허용한 1라운드 종료 1분 4초전에는 동시에 찌르기에 성공했지만, 심판이 전희숙에게 유효권을 인정했다. 이날 처음 역전을 허용한 순간. 이후 단 한차례도 승부를 뒤집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희숙이 위험지역까지 물러나 남현희의 공격을 유도했고, 더이상 상대와 거리를 좁혀들어갈 수 없는 상태가 되자 리치가 짧은 남현희가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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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펜싱 남현희와 전희숙이 21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개인 플러레 준결승전에서 만났다. 남현희가 판정이 비디오 판정을 요청하고 있다. 고양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진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믹스트존에 선 남현희는 “지난해 출산했을 때부터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다.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훈련량을 소화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복귀한 뒤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조금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최선을 다했고, 다른나라가 아닌 동료에게 패했기 때문에 동메달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딸 (공)하이가 아직은 메달이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조금 더 큰 뒤에 ‘엄마가 하이를 낳고 딴 첫 번째 메달’이라고 얘기해주면, 너무 기뻐할 것 같다. 어쩌면 메달을 꽉 깨물어 볼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라 은퇴에 대한 얘기도 들린다. 남현희는 “지금은 솔직히 혼란스럽다. 하지만 우리나라 펜싱이 세계 4위 수준에 못미칠 때부터 단체전을 뛰면서 함께 성장해왔다. 그 자부심이 있다. 단체전에 집중해 경기를 치르면서 ‘내가 할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직은 내가 대표팀에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동료들과 함께 화합된 분위기 속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남현희의 아시안게임 개인 3연패를 저지하고 결승에 진출한 전희숙은 “러후이린(25·세계랭킹 11위)과는 세 차례 대결해 모두 이겼다. 하지만 결승전이기 때문에 방심하지 않고 차분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고양|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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