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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TF탐사-국경 없는 마이크①] 해외 팝스타, 왜 K팝을 외치나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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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인기에 힘입어 레이디가가 스눕독 마돈나(왼쪽부터) 등 해외 스타들과 한국 가수들의 합동 무대와 공연이 늘어나고 있다. / 더팩트DB


[더팩트ㅣ이건희 기자] K팝의 인기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한국 가수들의 위상도 높아졌다. 더 이상 한국 가수들은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8월에만 퀸, 마룬5, 오지 오스본, 레이디 가가 등 유명 팝스타들이 한국을 찾았다. 이들 가운데 단독 공연은 없었다. 이들 무대 전후로 한국 가수들이 공연을 펼쳤다. 단독 콘서트가 아니고서 한국을 잘 찾지 않았던 팝스타들은 이제 당연하게 한국 가수들과 나란히 무대에 오르는 것을 반기고 있다.

이렇게 한국 가수들의 달라진 존재감을 실감할 수 있는 게 바로 해외 스타와 합동 공연 및 무대다. 멀게만 느껴졌던 유명 해외 스타들과 한 무대에서 직접 노래하고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국외 진출의 가능성도 높일 뿐 아니라 합동 공연으로 해외 팬들을 확보하기도 한다.

무대 위 퍼포먼스만 보고 '아니 저런 해외 스타와 우리나라 가수가 합동 공연을?'이라는 감탄이 나오기 쉽지만 그 뒤에는 더 많은 과정이 있다. 어떤 계기로 성사되고 어떻게 연습하는지는 물론이고 기대만큼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경우도 숱하다. 그래서 <더팩트>가 '국경 없는 마이크 현장'을 파헤쳤다. 단, 피처링과 공동 곡 작업 등의 콜라보레이션은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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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가수들은 내한 공연에서 한국 팬들의 열정적인 반응과 '떼창'에 감동해 다시 찾고 K팝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현대카드 제공


◆ 솟구치는 K팝 인기, '콜라보 무대'로 증명

시작은 미약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유명 팝스타들에게 한국은 일본 옆에 있는 조그만 반도 나라였다. 내한하는 스타들은 일본 공연을 거치고 잠시 들러서 몇 시간 노래하는 정도로 한국을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 팬들의 열정이 작은 변화를 일으켰다. 쉽게 볼 수 없는 스타들의 공연장에는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또 수천 명이 넘는 관객들이 히트곡을 따라부르는 '떼창' 역시 아무 데서나 볼 수 없는 신기한 볼거리다. 팝스타들이 한국을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한 이유다.

여기에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가수들의 노래와 춤 등이 해외 팬들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도 관심의 불에 기름을 부었다. 아시아권을 넘어 원더걸스 등 K팝 가수들은 해외 스타의 투어 공연 오프닝 무대에 서며 조금씩 인지도를 끌어올렸고 한국 팬들을 위해 방한을 앞둔 팝스타들이 먼저 합동 공연이나 무대를 제안하는 일도 늘어났다.

또 'MAMA'를 비롯한 연말 시상식이 국내 개최의 관행을 벗어나 해외에서 열리면서 유명 뮤지션들이 한국 주최 행사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콘서트나 록 페스티벌이 아니면 볼 수 없던 스타들이 시상자 혹은 특별 게스트로 시상식에 나타나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가수들과 합동 무대할 기회가 많아졌다. 지난해 'MAMA'만 보더라도 스티비 원더가 씨스타 효린 등과 환상적인 하모니를 보여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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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크레용팝(위부터) 등 유튜브를 거쳐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스타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해외 가수들과 합동 무대가 성사되기도 했다. / '강남스타일' '빠빠빠' 뮤직비디오 캡처


◆ 유튜브·SNS가 없었더라면…

그러나 국내외 합동 공연이 증가한 이유는 유튜브의 공이 가장 크다. 유튜브로 한국 가수들의 영상이 쉽게 해외로 전파되면서 해외 에이전시는 물론 팝 아티스트들이 먼저 한국 가수를 찾기도 했다.

유튜브를 통해 소속 가수의 해외 진출을 타진했던 한 가요계 관계자는 "예전 같았으면 한 번 공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거쳐야했다. 팝스타의 소속사 뿐 아니라 현지 공연 기획자 등의 연락처를 물어 물어 공연을 제안했지만 이 역시 개런티 등의 문제로 쉽지 않았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니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하더라"라며 유튜브의 위력을 설명했다.

유튜브의 가장 큰 수혜자는 뭐니뭐니해도 싸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듯이 유튜브에서 20억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싸이의 인기와 함께 크레용팝 등 또 다른 유튜브 스타들이 늘어났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다. '할렘 셰이크'나 일비스 등 재미난 퍼포먼스로 주목받은 유튜브 영상들이 쏟아졌다. 세계적으로 유튜브에서 유행한 퍼포먼스는 한국 가수들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높였고 '맨땅에 헤딩'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SNS 역시 국내외 합동 무대의 증가를 불러왔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SNS를 거쳐 한국 스타들이 먼저 평소 함께 무대를 꾸미고 싶었던 스타에게 '콜라보'를 제안하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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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스타와 '콜라보'가 다 좋은 건 아니다. 티아라엔포의 수영장 공연처럼 치밀한 사전 준비 없이 이뤄진 공연은 가수나 팬들에게나 민망한 결과를 남기기도 한다. / 유튜브 영상 캡처


◆ 무리한 공연 추진, 제 꾀에 제가 넘어가기도

그러나 모든 합동 무대가 성공을 거둔 건 아니다. 졸속으로 추진한 공연은 팬들에게도 외면받고 가수들의 해외 진출이나 인지도 상승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유명 팝스타와 한 무대에 서게 됐다"는 국내 가수들의 홍보가 낯설지 않게 되면서 정말 서로 윈-윈하는 무대인지 아닌지 구별하게 됐다.

특히 국내 팬들의 안목이 높아지면서 착실하게 준비된 공연과 그렇지 않은 공연은 금방 티가 난다. 서로의 노래 가사만 외워 부르는 무대들은 이도 저도 아닌 결과만 낳는다. 반면 퍼포먼스나 노래의 '합'을 조금이라도 신경 써서 맞춰 본 무대는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한 공연 기획자는 "시간이나 현장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왠만하면 한 번이라도 공연 전 노래나 안무를 맞춰봐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 공연에서 실수하거나 가수들끼리 따로 노는 느낌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고 공연 전 준비와 연습을 강조했다.

반대로 합동 공연의 품격은 높아졌지만, 팬들의 의식이 올라가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는 외국 스타의 내한 공연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올여름 열렸던 록 페스티벌이나 뮤직 페스티벌에서는 평소 관심 없는 아티스트의 공연은 제대로 즐기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국내 아티스트나 외국 가수의 무대에만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관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다를 넘어 성사된 합동 무대의 진정한 재미를 아는 관객이 늘어나야 더욱 높아진 완성도의 공연이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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