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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한국선 성형 권유" … 상처 받고 떠났던 안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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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PGA 상금왕 다시 노리는 ‘안짱’

일본선 개성 존중, 별명 붙이며 대접

한국선 외모 따지며 후원 드물어

"3년 뒤 은퇴 … 정상에서 관두겠다"

중앙일보

일본 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안선주의 아이언샷 모습. [한화금융클래식 제공]


프로골퍼 안선주(27·모스버거)는 일본에서 ‘안짱’으로 통한다. 한국에선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일본에선 ‘안짱’하면 일본 여자프로골프투어(JLPGA)의 간판스타를 뜻한다. 안선주는 진출 첫 해인 2010년 한국인 최초로 일본 여자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이듬해에도 승승장구하면서 2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했다. 올해도 3승을 거두면서 상금랭킹 1위(8572만 엔, 약 8억5800만원)를 달리고 있다. 뛰어난 실력에 개성이 강한 외모 덕분에 국내에서와는 달리 대회 때마다 수십여명의 팬들이 그를 따라다닌다. 의류업체를 포함해 후원 기업이 6개나 된다.

한국에서 안선주는 실력은 있지만 인기는 없는 선수였다. 2006년부터 4년간 한국여자프로골프 무대에서 7승이나 챙겼지만 외모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를 후원하는 기업도 거의 없었다. 국내 여자골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에 돌아온 안선주를 30일 충남 태안 골든베이 골프장에서 만났다.

안선주는 “한국은 선수의 기량보다 겉모습만 중시하는 외모 지상주의가 강하다”며 “일부 기업이 성형수술까지 부추기기도 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결국 일본행을 결정한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일본에서도 외모를 보긴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심하지는 않다. 예의를 지키고 선수의 개성을 존중해주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안선주는 국내에선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머리 염색을 일본에서 해봤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빨간빛과 노란빛으로 머리를 물들였는데 일본에서는 개성으로 인정해줘서 고맙기까지 했다고 했다.

중앙일보

안선주는 일본 진출 4년여만에 16승을 올리면서 일본 여자투어의 1인자로 군림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스타 대접을 받는다. 그런데 올해는 경쟁자가 생겼다. 국내 투어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라이벌 신지애(26)가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LPGA)를 포기하고 일본 투어로 돌아온 것이다. 안선주는 신지애와 체격과 이미지가 비슷해 이따금 신지애로 오인을 받기도 했다. 신경이 쓰일 만도 하건만 그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안선주는 “나이가 어렸을 때는 신지애를 반드시 이기고 싶었고, 라이벌 의식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 골프 치는 것도 버겁다. 골프는 원래 혼자하는 고독한 운동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안선주는 다만 한국 선수들이 일본 투어에서 승승장구하면서 한국과 일본 양국 선수들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안선주는 “예전에는 항상 한국 선수들이 끝까지 연습장에 남아서 훈련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 선수들이 한국 선수보다 더욱 열심히 훈련을 한다. 요즘은 연습장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것도 대부분 일본 선수”라고 설명했다.

안선주는 일본 투어에서 3년 만에 상금왕 탈환을 노린다. 그는 “후반기에 큰 대회가 많이 남아서 속단하기 이르다. 2011년과 비슷한 페이스다. 일단 최대한 빨리 다시 우승하는 게 당면 목표”라고 밝혔다.

안선주는 지금 골프 인생의 정점에 서있다. 그러나 골프가 인생의 정점이라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안선주는 “열심히 운동하고 30세가 되면 은퇴할 거다. 정상에 있을 때, 가장 잘하고 있을 때 골프를 그만 두겠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또 “골프가 인생의 끝은 아니다. 골프 선수로서 남은 3년간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이후에는 골프 선수가 아닌 ‘여자 안선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태안=김두용 기자

김두용 기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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