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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자꾸 담장 넘는 고교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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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선수권 홈런 풍년

경기당 0.43개… 작년 대회 추월

나무 배트에 완전 적응

조선일보

2014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홈런 풍년(豊年)이다.

23일 21번째 경기까지 치러진 현재 홈런이 총 9개(경기당 0.43개)가 나왔다. 대회가 개막한 18일 상우고 박상기의 대포를 시작으로 23일 충암고 석호준의 끝내기 홈런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홈런이 쏟아지고 있다. 전날인 22일에는 4경기에서 홈런 3개가 나왔다. 작년 대회에서 터진 홈런 기록(총 3개·30경기)이 하루에 나온 것이다. 고교야구선수권의 경기당 홈런은 지난 5월 열렸던 황금사자기(33경기 10개·경기당 0.3개) 때보다 많다.

◇1년 만에 2배 늘어난 대포

고교야구에서 홈런은 알루미늄 배트가 전면 금지되고 나무 배트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2005년 이후 2006년(102개·239경기)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였다. 작년에 치러진 549경기에서는 경기당 0.15개(총 84개)에 그쳤다. 고교야구선수권과 함께 지난해 열린 황금사자기(5개·29경기), 대통령배(4개·33경기), 봉황기(6개·56경기), 대한야구협회장기(1개·29경기), 전국체전(1개·15경기)까지 심각한 홈런 가뭄에 시달렸다.

하지만 올해는 주말리그를 합쳐 전체 362경기에서 108개, 경기당 0.3개꼴로 홈런이 터지고 있다. 1년 만에 2배가 늘어난 것이다.

◇나무 배트에 적응했나

전문가들은 홈런이 많아진 이유로 나무 배트에 대한 적응력을 꼽는다. 나무 배트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나 적응 단계에 이르렀고, 올해 고교야구의 홈런 풍년 현상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영복 충암고 감독은 "요즘 선수들은 나무 배트에 친숙함을 느끼는 세대"라며 "나무 배트에 완벽히 적응하면서 타격할 때 자신감을 갖고 휘두르기 때문에 장타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일선 고교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조하면서 타자들의 파워가 좋아진 것도 고교야구의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과 맞물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알루미늄 배트를 썼을 때는 강한 손목 힘만으로도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무방망이는 손목뿐 아니라 강한 하체가 바탕을 이뤄야 한다. 노춘섭 KT 스카우트 차장은 "요즘은 학교 운동부 차원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다"며 "덕분에 타자들의 힘이 좋아진 것도 홈런이 많이 나오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충암고는 3년 전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을 새로 차려놓고 타자들이 하루 한 시간 이상 체력 훈련을 하도록 하고 있다. 유신고 역시 매일 규칙적인 체력 훈련을 의무화하면서 아예 웨이트 전담 코치를 따로 두고 있다.

◇공인구? 투수력 저하?

일부 야구인들은 올해 투수력이 전반적으로 약한 것도 홈런 양산의 원인으로 꼽는다. 정성주 LG 스카우트 차장은 "예전보다 투수들의 구속도 떨어지고 수준급 투수들의 숫자도 줄어들면서 홈런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뀐 공인구의 반발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일부 의견도 있다. 대한야구협회는 올해부터 고교야구 경기에 처음으로 ZD스포츠사(社)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작년까지는 스카이라인·빅라인·ILB·하드의 제품을 대회별로 지정해 사용했다. 대한야구협회는 이에 대해 "반발력 계수 검사에서 기준치를 충족시켜 공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오유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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