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팀에 못 가고 연봉 제한
대학축구 유망주 K-리그 꺼려
일본 가면 유럽 이적 기회 많지만
준비 부족하면 실패 가능성 커
엑소더스는 많은 사람들이 특정 장소를 떠나는 현상을 말한다.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는 내용이 담긴 성서의 ‘출애굽기’를 뜻하기도 한다.
한국 대학축구 유망주들이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으로 탈출하고 있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25일 사우디아라비아 원정에 참가할 21명의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골키퍼 두 명을 제외한 19명의 선수 중 절반에 가까운 9명이 일본 프로팀에 몸담고 있다.
지난 21일 태국에서 열린 킹스컵 노르웨이와 경기에 선발로 나선 11명 중 김보경(23·세레소 오사카), 백성동(21·주빌로 이와타), 김영권(22·오미야 아르디자), 한국영(22·쇼난 벨마레) 등 네 명이 J-리거였다. 2012 시즌을 앞두고도 9명(26일 현재)의 대학 유망주가 J-리그로 진출했다.
신재흠 연세대 감독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국 프로축구의 선수선발 시스템을 가장 큰 이유로 꼬집었다. 신 감독은 “2006년부터 구단의 비용 절감과 전력 평준화를 명분으로 실시한 드래프트가 가장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드래프트 제도는 신인선수의 최고 연봉은 5000만원으로 제한했고, 계약금도 없앴다. 선수들도 ‘J-리그가 K-리그보다 낫다’고 인식하게 됐다. 연세대를 자퇴하고 일본으로 간 백성동은 “어렸을 때부터 J-리그에서 뛰는 꿈을 꿨다. 특히 패스축구를 하는 팀에 가고 싶었다”고 했다.
일본 축구에 정통한 에이전트는 “국내 선수 대부분의 목표는 유럽 무대 진출이다. K-리그보다 J-리그에 유럽 프로팀의 스카우트가 많아 이적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선수들이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기대와 달리 J-리그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아니다. 청소년 대표로 활약하던 최정한(23·오이타)과 서용덕(23·카탈레 도야마) 등은 예전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잊혀지고 있다.
2007년 시미즈 S-펄스에 입단했다 지난해 국내로 복귀한 공격수 김동섭(23·광주)은 “일본에서 침대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의 작은 방에서 살았다. 느린 인터넷만이 유일한 소통 창구였다. 식사도 대부분 편의점에서 해결했다”며 “진짜 눈물이 핑 돈다. 준비 없이 가면 실패할 뿐”이라고 조언했다.
한국 선수 중 J-리그를 거쳐 유럽으로 이적한 경우는 박지성(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박주호(25·바젤)뿐이다. 박주영(27·아스널)과 이청용(24·볼턴), 기성용(23·셀틱), 구자철(23·볼프스부르크), 지동원(21·선덜랜드)은 모두 K-리그에서 경쟁력을 쌓고 유럽에 진출했다. 홍명보 감독도 “제도적 문제 때문에 일본행을 결심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일본행이 적절한 대안인지는 고민해야 한다. 가서 경기를 뛸 수 있다면 괜찮다. 그렇지 못하면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김보경의 에이전트인 이영중 이반스포츠 대표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 한·중·일 동아시아 리그도 유럽처럼 통합리그로 가는 과도기로 본다”며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은 결국 한국 축구에 강점이 될 것이다. 실패가 있어도 ‘일본’이라는 이유로 반대한다는 것은 좁은 시각”이라고 반박했다.
한용섭·김민규 기자
한용섭.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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