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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축구 변방, 적도 기니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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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션스컵 8강 ‘돌풍’… 주전 대부분 귀화선수

아프리카 소국이며 축구 변방국인 적도 기니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처음으로 출전해 2연승으로 8강에 올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1위 적도 기니는 26일 적도 기니 바타 경기장에서 열린 2012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세네갈(43위)을 2-1로 꺾었다. 적도 기니는 후반 44분 1-1 동점골을 내줬지만 인저리타임에 터진 다비드 킬리(스페인 랑그레오)의 결승골로 극적으로 이겼다. 1차전에서 리비아를 1-0으로 제압한 적도 기니는 2연승으로 출전국 중 제일 먼저 8강에 올랐다.

적도 기니는 아프리카 국가대항전 네이션스컵 본선에 한번도 출전하지 못했던 나라다. 이번 대회도 가봉과 공동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했을 뿐이다. FIFA랭킹으로 따지면 본선 진출국 16개국 중 최하위다. 아무리 홈 그라운드의 이점이 있다고 해도 적도 기니가 8강에 오른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이변이다.

대표팀 주장 유베날은 “적도 기니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이라면서 “내가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한 게 자랑스럽다”며 흥분했다.

적도 기니는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불린다. 대표선수 절반 이상이 귀화선수로 꾸려졌기 때문이다. 세네갈전에서 선취골을 넣은 랜디, 선취골을 어시스트한 뒤 결승골까지 넣은 킬리는 모두 스페인에서 태어나 적도 기니로 국적을 바꿨다. 주장 유베날도 스페인에서 귀화했고 골키퍼는 브라질 출신이다. 세네갈전 베스트 11 거의 모두가 오만, 스페인, 코트디부아르, 카메룬에서 태어난 용병들이다. 귀화가 확인된 선수만 엔트리의 절반이 넘는다. 이들의 귀화는 2007년부터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네이션스컵 개최국으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망신을 면하려고 국가차원에서 외국 선수들이 대거 영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감독은 브라질 프로축구 명문구단 바스코 다가마 코치 출신 길슨 파울로(62)이다. 파울로 감독은 “좋은 선수들이 많은 세네갈을 꺾은 것은 대단한 일”이라면서 “우리는 조별리그 최종전 잠비아전도 이겨 조 선두로 조별리그를 마치겠다”고 말했다. 파울로 감독은 이달 초 2개월짜리 초단기 계약을 맺고 사령탑이 됐다.

전임 감독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코트디부아르를 지휘한 프랑스 출신 앙리 미셸 감독. 미셸 감독은 지난해 12월 “(대표팀 운영에) 제3자 개입이 심하다”면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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