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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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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종이의 집' 유지태 "김윤진과 베드신, 옷 입고 찍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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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태는 원작 속 `교수` 보다 자신의 비율이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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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에 이어) '종이의 집'에서 유지태가 맡은 교수는 극의 중추적 인물이다. 교수는 남북 공동경제구역에 있는 조폐국을 점거해 4조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단순히 탈취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찍어내 '세상에 없던' 돈을 훔치는 작전을 세운다. 강도단의 면면을 구성한 것도 교수이고, 경찰 측 협상가로 선우진 경감(김윤진 분)을 세우기 위해 다른 협상 담당자들을 경질시키도록 유도한 것도 교수다.

조폐국 밖에서 사건을 관망하며 변수를 제거, 조율하는 교수의 모습을 그리며 원작과 어떤 차별점을 두려고 했을까.

유지태는 "비주얼적으로 자본주의에 물든 교수라는 인상을 더욱 부각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제가 원작 속 교수보다는 비율이 좀 좋을 수도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슈트 등 시청자들의 호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의상을 입고 싶다고 했다. 안경도 뿔테가 아니라 은테나 금테 등 세련된 안경으로 하자고 제안을 드렸다. 머리카락을 올리기보다는 순진하고 순수한 느낌을 내기 위해 내리기도 했다"며 "너무 꾸미면 사기꾼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아서 원작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설정했다"고 말해 섬세한 노력을 드러냈다.

교수는 지략가 캐릭터인 만큼 정보 전달성 대사가 많았다. 대사량이 상당한 데다가 중간에 몸을 써야 하는 액션 장면도 있었다.

유지태는 "시즌 2개를 12개 에피소드로 압축시키다 보니 설명과 전달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대사에 티키타카가 있는 게 아니라 문어체 느낌의 정보성 대사를 설명하듯이 풀어내야 했다. 제 대사 중 8할, 9할이 그랬다"면서 "다른 배역들과 만날 때는 대사 이외의 것들, 교수만이 가지는 느낌, 전사를 보일 수 있는 행동들, 풍겨지는 뉘앙스를 만들려고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유지태는 "정보 전달성 대사를 소화하기가 쉽지 않더라. 설명만 나열하면 지루해서 볼 수 없지 않나. 전달력에 포커스를 뒀다. 그러다 보니 긴장을 놓을 수가 없더라"고 소개하며 "(다른 강도단과 달리) 저는 혼자 따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기도 했고 촬영 방식이 제 분량을 한 달에 두 세번 찍고 그 다음달에 또 찍고 하는 방식이었다. 연극처럼 혼자서 계속 제 역할을 연습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대사를 매끄럽게 연기하기 위해 유지태가 선택한 것은 애니메이션 대사를 따라하는 것이었다. 유지태는 "넷플릭스에 있는 '기생수', '진격의 거인' 등 설명하는 대사가 많은 작품들, 역사극들, 애니메이션 등을 보면서 따라했다"며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대사를 한국어로 따라 읽는 형태로 연습했다. 1년간 촬영했는데 그동안 연습하면서 넷플릭스에 있는 애니메이션은 거의 다 본 것 같다.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더라. '데빌맨' 같은 경우는 인상 깊었다"고 열정을 드러냈다. 유지태는 또 "설명하는 대사 연기를 연습하면서 향상된 부분이 있다. 파트2에서는 더욱 향상된 부분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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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태는 김윤진과의 호흡으로 좋은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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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김윤진과 멜로 연기를 언급하며 "대사와 상황에서 그려지지 않은 부분을 배우들의 앙상블로 채우길 바랐다"며 "배우들과 융합이 되어 리액션 하는 가운데 화면을 채우는 감정들, 눈으로 느껴지는 느낌들 등 대사 이외의 방식으로 채우고 싶더라"고 했다.

조폐국을 점거한 강도단의 실질적 리더인 교수와 강도단을 잡기 위해 투입된 경찰 선우진 경감의 로맨스는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놀라웠다. 베드신도 상당히 인상적이라 공개된 후 시청자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유지태는 "드라마를 하면서도 베드신을 소화하곤 했다. '굿와이프'에서 했던 베드신의 유튜브 클립 영상은 2000만뷰더라. 깜짝 놀랐다"며 "제가 전부터 몸을 만들어 와서 (근육이) 울퉁불퉁하다. 감독님에게 '제가 옷을 입고 베드신을 찍어야 덴버(김지훈 분)의 베드신이 살 것 같다'고 했다. 감독님도 '육감적인 섹시미는 덴버가 가져가야 한다'고 하셔서 옷을 입고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 베드신이 유튜브에 공개된다면, 윤진 선배가 너무 빛이 나서 한 500만 뷰는 나오지 않겠냐"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유지태는 또 "교수와 선우진 경감의 사랑을 디테일하게 보여주지는 않지만 순간순간 느껴지는 눈빛이나 시선, 선우진 경감의 아픔에 공감하는 교수의 생각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완성본에서 편집이 많이 되기는 했지만 제가 많이 다가갔다"며 "김윤진 선배가 신을 디테일하게 생각하고, 느낌을 더 깊이있게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카페로 가면서 흔들거리는 모습이나 맥주를 마시면서 순간 소리를 지르는 모습 등은 선배가 만든 것인데 좋은 자극이 되더라. 연기 하나하나 소중하게 해야지 싶었다"고 감탄했다.

교수는 조폐국 안에 들어가 있는 강도단 팀원들과 전화로 소통한다. 그렇다보니 유지태는 김윤진과 만나는 장면을 제외하면 촬영 내내 거의 혼자였다. 의지할 동료가 없어서 외롭진 않았을까.

유지태는 "욕심 같아서는 현장에 가서 같이 맞추고 감정을 채우고 싶었다. 그런데 연출자들은 그들만의 방식이 있다. 내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현장에 가지 못하고 멀리서 마음만 함께 했다. 감독님이 하던 패턴이 있고 방식이 있어서 빈자리를 크게 느끼진 못했다"고 덧붙였다.

유지태는 극의 전반을 설명하는 내레이터, 도쿄 역할을 맡은 전종서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지태는 "전종서라는 배우가 가진 신비한 마스크와 상황에 영향을 받으면 받을수록 표출되는 연기 방식을 보고 잠재력이 많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더라. 앞으로 영화에 더 집중한 다음에 드라마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우선 영화에 더 집중하라는 조언은 왜일까. 유지태는 "영화는 디테일이 있고 배우들이 시너지를 내는 순간이 있다. 저는 연기와 연기가 부딪혀 스파크가 튀는 순간을 '매직 모먼트'라고 하는데 그걸 더 경험한 뒤에 드라마로 가면 더욱 좋은 평을 받지 않을까 싶다"며 "드라마는 템포가 빠르다. 그렇기 때문에 전종서가 가진 응집된 디테일을 보여주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이의 집' 파트2는 공개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을 시청자들에게 스포가 되지 않을 선에서 파트2의 시청 포인트를 물었다.

유지태는 "교수가 판을 짜기는 했지만 파트1에는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원작을 본 사람들이라면 궁금증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 작품으로 '종이의 집'을 처음 접하는 분들은 전사에 궁금증이 들 것"이라며 "파트2에서는 어느 정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유지태는 "최선을 다한 작품이다. 혹시 부족함이 있다면 너그럽게 이해해주고 애정을 가져주시면 좋겠다. 좋은 모습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또 만나뵙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또 글로벌 팬들에게 '올드보이' 유지태 이후 20년 만에 새로운 이미지가 각인되길 바란다며 "'종이의 집'을 보고 유지태가 깔끔하고 이지적이고, 매력적인 배우라고 인식되면 좋겠다"고 장난스레 덧붙였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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