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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플랫폼과 소상공인 상생, 수수료 인하가 능사는 아니다

머니투데이 유병준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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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플랫폼과 소상공인 상생, 수수료 인하가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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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現환율 펀더멘털과 괴리…단호하고 일관된 정책 노력 지속"
온라인 플랫폼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금 정책의 중심에 섰다. 그중에서도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쟁점이다. 현재 배달앱의 중개 수수료는 최대 7.8%, 배달비는 평균 3400원 수준이다. 외식업계는 전체 부담이 15%를 넘지 않도록 상한을 두자고 주장하는 반면, 건당 5000원의 배달비를 받는 라이더들은 소득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플랫폼 역시 "이미 적자인 상황에서 수수료가 낮아지면 손실이 두 배로 늘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뉴욕과 시카고가 한때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했을 때 플랫폼들은 '규제 대응 수수료'를 고객에게 부과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로 인해 주문이 줄고 영세 업체의 매출이 감소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수수료만을 조정하는 방식이 소상공인 생태계 전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플랫폼과 소상공인이 함께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수수료 인하보다 훨씬 복잡하고 동시에 정책적 상상력을 요구하는 주제다. 지난해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19.7%로, 미국(6.6%), 독일(8.7%), 일본(9.6%) 등 주요국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공급 과잉 상태의 자영업 시장에서는 제한된 수요를 두고 과도한 경쟁을 벌이는 구조 속에서 수익성 저하는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매우 낮은 이익률에 대비한 플랫폼 수수료는 아무리 낮아도 여전히 부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통 구조 전반을 살펴보면 백화점이나 홈쇼핑의 수수료율은 플랫폼보다 훨씬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업체가 자발적으로 입점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수수료율만이 아닌 마진 구조, 고정비 부담, 경쟁 강도 등 다양한 요소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수수료율이 소상공인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플랫폼이 제공하는 현실적인 효익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유통망 확대, 물류 인프라 활용, 마케팅 지원 등은 자체 인프라를 갖추기 어려운 영세 사업자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해왔다. 특히 진입 장벽을 낮추고 시장 진출의 통로를 넓혔다는 점에서 플랫폼의 역할은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규제 논의가 플랫폼 전체를 '독과점'으로 단정하고 일방적인 수수료 조정으로 흐를 경우 의도와 달리 생태계 전반의 균형을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 플랫폼 역시 소상공인과 함께 성장해야 할 경제 주체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정책이 지속 가능한 공존을 지향한다면 수수료율이라는 단일 지표보다 시장 구조 개선과 소상공인의 자생력 확보에 무게를 둬야 한다. 경쟁 완화 정책, 진입 장벽 조정,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이 수수료 조정보다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일부 과잉 경쟁 상황에서는 소상공인의 수를 줄이고,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방향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수수료율이라는 단편적 지표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 구조와 소상공인의 현실, 그리고 플랫폼의 역할을 함께 바라보는 시각이다. 정치적 수요보다 정책적 정합성이 앞설 때 플랫폼과 소상공인 모두를 위한 해법도 가까워질 수 있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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