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문화뉴스 언론사 이미지

[여홍일 칼럼]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5

문화뉴스
원문보기

[여홍일 칼럼]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5

서울맑음 / -3.9 °
[여홍일]
올해 2025 파리발레단 에투알 발레 내한공연에선 프로그램 구성과 캐스팅을 총괄한 파리오페라 발레단의 에투알 박세은의 존재감이 묻어났다. (사진: SAC)

올해 2025 파리발레단 에투알 발레 내한공연에선 프로그램 구성과 캐스팅을 총괄한 파리오페라 발레단의 에투알 박세은의 존재감이 묻어났다. (사진: SAC)



발레는 유럽의 전통 무용 중 하나로, 기원은 이탈리아에 있다. 이후 프랑스로 전해지며 발전했고, 그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발레를 프랑스의 전유물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 발레의 명성 덕분에 러시아 춤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마치 김연아가 2010년 동계올림픽에서 압도적인 무대로 피겨스케이팅의 서구 중심 이미지를 뒤바꾼 것처럼, 국내에서 3년째 이어지고 있는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또한 발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특히 이 공연의 프로그램 구성과 캐스팅을 총괄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투알(최고 무용수) 박세은의 존재감은 공연 전반에 강하게 드러났다.



박세은은 이번 갈라에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공식 레퍼토리와 저명 안무가들과의 협업 작품들을 엄선해 무대에 올렸고, 직접 A·B 프로그램의 마지막 무대에 출연하며 그 존재감을 더욱 확실히 각인시켰다.

A프로그램(필자는 7월 31일 관람)에서는 제롬 로빈스의 '인 더 나이트(In the Night)'와 루돌프 누레예프 안무의 '호두까기 인형' 2막 그랑 파드되에서 박세은이 등장할 때 가장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사랑하던 연인이 결혼하는 것을 본 젊은이가 황야로 방랑하는 심정을 초반부터 묵직하게 담아내 올해의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가 강조한 중편 레퍼토리들의 시발을 알린 모리스 베자르의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발레 무대.

사랑하던 연인이 결혼하는 것을 본 젊은이가 황야로 방랑하는 심정을 초반부터 묵직하게 담아내 올해의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가 강조한 중편 레퍼토리들의 시발을 알린 모리스 베자르의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발레 무대.



공연 팸플릿에는 그녀가 무용평론가와 나눈 인터뷰가 실려 있었는데, 그 안에서 박세은은 프로그램 구성과 캐스팅에 담긴 자신의 의도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아시아권의 다른 공연들과 비교해 한국 갈라만의 특징에 대해 "매번 돈키호테 결혼식 파드되 같은 것만 할 수는 없지 않나. 무용수들이 정말 추고 싶고,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갈라에는 이런 철학이 반영된 작품들이 다양하게 포함됐다.

공연 매니지먼트사 측도 "조지 발란신, 제롬 로빈스, 루돌프 누레예프 등 파리 오페라 발레단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무대는 다양성과 완성도를 동시에 추구했다"며,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중편 레퍼토리들이 박세은의 확고한 기획 아래 관객과 만났다고 설명했다.


A프로그램의 첫 작품인 모리스 베자르의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는 말러의 동명 연가곡을 바탕으로 한 남성 2인무로, 실연을 겪은 젊은이의 방황을 묵직하게 담아내며 중편 레퍼토리의 서막을 열었다. 지난해 갈라에서 선보였던 '들리브 모음곡' 파드되 중심의 구성과 달리, 올해는 '세 개의 전주곡'(벤 스티븐슨 안무), '소나타'(우베 숄츠), '소나티네'(조지 발란신), '에스메랄다 파드되'(니콜라 베리오조프) 등 클래식과 컨템퍼러리 작품들이 고루 배치되어 관객들에게 신선한 무대 경험을 선사했다.

발레를 보는 즐거움이 더욱 확장된 확장성을 보인 올해 2025 파라발레단 에투알 내한공연의 피날레 장면.

발레를 보는 즐거움이 더욱 확장된 확장성을 보인 올해 2025 파라발레단 에투알 내한공연의 피날레 장면. 



올해 무대의 피날레는 단순히 화려함을 넘어서 '발레를 보는 즐거움이 한층 확장됐다'는 인상을 남겼다. 박세은은 "규모가 커질수록 무용수들도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더 잘하고 싶어 한다"며 "내가 이 갈라에 유독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라고 밝혔다.

보통 오프 시즌의 갈라는 무용수들의 외부활동으로 여겨지기 쉽고, 익숙한 작품들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 갈라는 다르다. 박세은은 "한국 무대를 위해 새 작품을 배우고 연습하는 과정이 무대에 고스란히 드러난다"며, 단순한 갈라 무대 그 이상임을 강조했다.


지난해 2024년 7월 20일부터 24일까지 펼쳐졌던 두 번째 갈라도 많은 찬사를 받았지만, 올해 2025년 무대는 더욱 넓어진 구성과 기획으로 관객에게 다채로운 발레의 세계를 전달했다. 박세은은 "350년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전통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객이 가장 즐겁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다음 무대를 향한 바람을 밝혔다.

한편, 2025/26 시즌 계획에 대해 박세은은 오는 9월 27일 시즌 오프닝 갈라 무대에서 전막 공연인 '지젤'로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다고 전했다. 보통 오프닝 무대는 두세 개의 짧은 작품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지만, 전막으로 시작되는 만큼 더욱 기대를 모은다.

<저작권자 Copyright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