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엘리베이트의 공식 블로그 화면에 ‘사람을 우선한다’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마이크로소프트 누리집 갈무리 |
권순우 | 더밀크 서던플래닛장
연봉 7억~30억원. 요즘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중견급 인공지능(AI) 인재에게 제시하는 급여 패키지 수준이다. 이른바 ‘탑티어’로 꼽히는 이들 가운데 일부는 700만달러(약 97억원), 경우에 따라 1천만달러(138억원)를 넘는 사례도 나온다. 인공지능 인재를 향한 글로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에만 1만5천명 이상을 정리했다. 역설적이게도, 마이크로소프트는 같은 기간 사상 최대 수준인 750억달러(약 104조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수익성 있는 해고’라는 단어가 이 상황을 설명한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전체 직원 수에는 변동이 없다”고 강조했다. 인력 규모를 줄이기 위한 긴축이 아니라, 인공지능 인재를 중심으로 한 ‘인적 자본 재편’을 했다는 얘기다. 불필요한 직무를 줄이고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갖춘 인재를 과감하게 끌어모으는 전략이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사회에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스탠퍼드대를 중퇴한 뒤 인공지능 산업을 이끄는 샘 올트먼 오픈에이아이 최고경영자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 아이는 대학에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의 아이들은 자신보다 더 똑똑한 인공지능과 함께 자라게 될 것이며, 그들에게는 인간보다 더 똑똑한 제품과 서비스가 ‘기본값’이 될 것이다. 교육은 지금과 같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데이터 기반 소프트웨어 기업 팰런티어는 더 직설적이다. “미국 대학은 고장 났다”고 선언한 팰런티어는 불투명한 입시 기준과 형식주의가 실력주의를 밀어낸다고 비판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팰런티어는 고등학교 졸업자 또는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실력주의 펠로십’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올가을부터 뉴욕 본사에서 기술 과제를 해결하며 실무 경험을 쌓게 된다. 월 5400달러(약 750만원)의 급여가 지급되며, 수료 후에는 ‘팰런티어 학위’를 수여한다. 이들은 정규직 채용 면접 기회도 얻게 된다.
이런 실험은 교육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오하이오주는 주내 모든 공립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인공지능 활용 방안을 내년 7월까지 마련하도록 의무화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확산으로 인한 혼란을 줄이는 동시에, 인공지능을 교육 혁신의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방향이다. 교원단체들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 6월, 미국교사연맹(AFT)과 함께 ‘전국 인공지능 교육 아카데미’를 발족한 오픈에이아이는 40만명이 넘는 교사들과 함께 인공지능 시대의 학교교육을 새롭게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인공지능 교육이라는 같은 숙제를 두고 한국과 미국의 접근 방식은 상이하다. 한국에선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인정 문제를 놓고 형식적·법적 쟁점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인공지능이 교사의 역할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인공지능 활용이 학생의 사고력과 정서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중심에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모든 아이에게 인공지능 개인 교사를 붙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인공지능과 함께 질문하고 사고하며 “왜 그렇게 생각하니?”, “다른 방식은 없을까?”, “비유로 설명해줄 수 있어?” 같은 질문을 날마다 던지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젠슨 황의 이 조언은 단순한 기술 활용을 넘어, ‘인공지능에 익숙한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과 협업할 수 있는 인간’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이미 인공지능이라는 마법은 병에서 나왔고, 다시 집어넣을 수 없다. 문제는 그 마법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를 교육이 먼저 답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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