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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토트넘과 결별' 손흥민, 亞 선수 최초 역사 쓰고 떠난다..."마지막 월드컵 중요하다" 미국행 암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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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토트넘과 결별' 손흥민, 亞 선수 최초 역사 쓰고 떠난다..."마지막 월드컵 중요하다" 미국행 암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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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2일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토트넘 공식 기자회견에서 올여름 토트넘을 떠난다고 말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손흥민이 2일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토트넘 공식 기자회견에서 올여름 토트넘을 떠난다고 말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33)이 10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전성기를 보냈던 팀과 결별을 선언했다. 손흥민은 3일 한국 팬들 앞에서 치른 고별전에서 결국 아쉬움의 눈물을 보였다. 그의 차기 행선지는 내년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미국행이 유력하다.

손흥민은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뉴캐슬과의 프리시즌 친선경기에 선발 출전해 후반 모하메드 쿠두스와 교체될 때까지 65분을 뛰었다. 그는 교체되는 순간 팀 동료는 물론 뉴캐슬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을 하며 그라운드를 빠져나왔고, 6만5,000여 관중들은 "손흥민!"을 외치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벤치로 돌아간 손흥민은 감정이 복받쳤는지 눈물을 훔쳤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올여름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며 "축구를 하면서 제일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토트넘에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뤘고, 이제 조금 다른 환경에서 축구하고 싶다"고 토트넘과의 이별을 밝혔다.

2015년 8월 레버쿠젠(독일)에서 당시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인 3,000만 유로(약 400억 원) 수준에 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10년간 EPL에 역사적인 기록들을 남겼다. 2023~24시즌부터 주장 완장을 달고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을 이끌며 팀에 41년 만의 유럽클럽대항전 트로피를 안겼다. 2021~22시즌에는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와 함께 공동 득점왕(23골)에 올랐고, 2019~20시즌엔 번리를 상대로 70m 단독 드리블 후 '원더골'로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매년 가장 멋진 골을 선보인 선수에게 수여)을 받는 등 아시아 선수 최초의 기록들을 써내려 갔다.

2015년 8월 토트넘이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적 계약을 완료한 손흥민을 소개했다. 구단 SNS 캡처

2015년 8월 토트넘이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적 계약을 완료한 손흥민을 소개했다. 구단 SNS 캡처


또한 EPL 통산 333경기 127골 71도움으로 EPL 역대 공격포인트 13위에 올랐으며, 데뷔 시즌 이후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으로 기복 없는 성실함도 증명했다. 옛 동료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과 만든 합작골은 EPL 역대 최다골(47골)로 1위에 올라있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공식전 454경기 173골은 구단 역대 최다 득점 4위일 뿐 아니라, 유럽리그에서 아시아 선수로서 최다 출전·득점 등 족적을 남겼다. 무엇보다 지난 10년간 6명의 감독을 거치며 팀을 떠나지 않고 UEL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스스로 '무관 탈출'을 이뤄낸 점은 현지에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 소식을 대서특필하며 "그가 현세대 토트넘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토트넘의 레전드가 아닌 EPL의 레전드"라고 보도했다. 디애슬레틱도 "손흥민의 이적은 한 시대가 막을 내린다는 걸 의미한다"고 짚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2015년에서 2023년까지 토트넘에서 한솥밥을 먹은 손흥민과 해리 케인은 EPL 역대 최다 합작골(47골) 1위에 올라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15년에서 2023년까지 토트넘에서 한솥밥을 먹은 손흥민과 해리 케인은 EPL 역대 최다 합작골(47골) 1위에 올라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가운데)이 5월 21일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빌바오=AP 연합뉴스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가운데)이 5월 21일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빌바오=AP 연합뉴스


EPL 사무국과 영국 BBC 방송은 일제히 손흥민을 집중 조명했다. EPL 측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의 메인 첫 화면에 '손흥민의 스퍼스 유산: 기록, 충실함 그리고 유럽의 영광'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지난 10년을 되짚으며 "EPL과 UCL에서 모두 아시아 선수 최다 득점자이자, EPL 득점왕을 차지한 최초의 아시아 선수다. 아시아 선수들의 장벽을 허문 것이 손흥민의 가장 위대한 유산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BBC도 손흥민의 특집기사를 게재하고, 강원 춘천을 방문해 가족·학교 후배들과 인터뷰하며 그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BBC는 1984년 UEFA컵(UEL 전신) 우승을 이끈 토트넘 레전드 미키 아자르와 인터뷰를 통해 "손흥민이 처음 왔을 때 그를 잘 몰랐지만, 10년이 지나 그는 토트넘의 전설이 되어 떠난다"고 극찬했다. 해당 기사에는 "10년 동안 리그를 빛내 준 손흥민에게 감사한다", "손흥민은 EPL과 소속팀에 큰 도움이 됐다. 아스널 팬으로서 존경을 표한다", "그의 이적은 EPL과 토트넘에 엄청난 손실이지만, 커리어 다음 단계에 행운을 빈다" 등 댓글이 600개 이상 달렸다.

손흥민의 차기 행선지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가 될 전망이다. BBC 등 외신들은 토트넘이 로스앤젤레스(LA) FC와 최종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2,700만 유로(약 375억 원)를 원하고 있으며, LA FC는 2,000만 달러(약 280억 원)에 손흥민 영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흥민은 최근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릴)가 떠난 자리를 대신해 등번호 7번을 달고 뛸 가능성이 높다. MLS 연봉도 리오넬 메시(2,040만 달러·마이애미), 로렌초 인시녜(1,540만 달러·토론토)보다는 적고, 세르히오 부스케츠(870만 달러·마이애미)보단 많을 것으로 점쳐진다. 손흥민은 "내게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위한 이적임을 숨기지 않았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