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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상호관세 정책에 미국 경제지표 '빨간불'..."경기침체 진입의 벼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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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상호관세 정책에 미국 경제지표 '빨간불'..."경기침체 진입의 벼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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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일자리 통계 코로나 제외 15년 만 최악
"무역·이민 정책 본격적으로 경제 부담"
트럼프, 통계 담당 국장 해고... "조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메릴랜드 캠프스프링스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뉴저지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캠프스프링스=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메릴랜드 캠프스프링스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뉴저지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캠프스프링스=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호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미국 내 투자가 줄고, 고용주들이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 등 각종 경제지표들이 부정적 신호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입맛대로 휘둘리지 않는 인물을 즉시 해고하거나, 가차 없는 비난을 가하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호관세와 경제 불확실성이 고용주 마비"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경제를 대변하는 각종 신호들에서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발표된 미국의 7월 월간 일자리 증가 수는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7만3,000명을 기록했다. 3개월간의 고용 증가 규모는 평균 3만5,000명에 그쳤는데, 이는 코로나19 시기 이후 최악의 수준이며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2010년 이후 최저치다. 컨설팅 자문업체인 EY 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CNN방송에서 "상호관세와 경제 불확실성이 고용주들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지적했고, 올루 소놀라 피치레이팅스 연구원은 WSJ에 "노동 시장이 경고 종을 울렸다"고 우려했다.

다른 통계에서도 이상 징후가 감지된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상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예상(2.6%)를 크게 웃도는 3.0%에 달했다. 1분기(-0.5%)와 비교해 상당히 높다. 문제는 2분기 GDP 수치가 크게 상승한 이유가 수입 부분이 30.3% 급감하면서, 역으로 순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라는 점이다. WSJ는 "수입의 급변동에 2분기 미국 내 민간투자는 15.6%나 급감했고, 외국인 사업 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27%에 불과했다"며 "상호관세 인상과 이민 단속, 정부 일자리 대폭 축소 등의 정책이 수요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 리서치업체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NBC방송에 "우린 경기침체의 벼랑 끝에 서 있다"며 "관세가 계속 오르면, 경기 침체를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해고한 에리카 맥엔타퍼 미 노동통계국 국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일자리 통계가 예상치보다 훨씬 낮아 조작이 의심된다며 맥엔타퍼 국장을 해고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해고한 에리카 맥엔타퍼 미 노동통계국 국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일자리 통계가 예상치보다 훨씬 낮아 조작이 의심된다며 맥엔타퍼 국장을 해고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노동통계국장 해임에 "시장의 신뢰 떨어져"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미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미국 일자리 보고서 발표 직후 맥엔타퍼 노동통계국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멕엔타퍼 국장이 정치적으로 나(트럼프 대통령)를 해치기 위해 고용 수치를 조작했다"는 게 이유다.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멕엔타퍼 국장은 지난해 1월 상원에서 찬성 86표 대 반대 8표로 인준된 경제학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에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CNN은 "이는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와 결론을 대량으로 얻게 되는 지름길"이라며 "다음 일자리 보고서가 좋다면 시장은 그 결과를 믿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진짜 문제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며 "데이터와 결론이 트럼프 마음에 들기를 바라거나, 그러지 않으면 해고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WP는 "트럼프의 정책 비용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며 "그의 변덕스러운 성격이 정부 데이터에 대한 시장 신뢰를 떨어뜨려 추가적인 경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